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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와인

Les Athletes du Vin & Claude Riffault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0. 5. 3.

오랜만에 초대받은 비노쿠스 테이블. 새로 들어온 와인들로 캐주얼한 디너를 진행한다고. 초대받을 때는 레 아뜰렛 뒤 방(Les Athletes du Vin) 얘기만 들었는데 와 보니 끌로드 히포(Claude Riffault)도 있었다. 그리고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도열해 있는 7종의 레 아뜰렛 뒤 방 와인들. 이 와인들은 파리 와인 컴퍼니(Paris Wine Company)라는 네고시앙에서 프랑스 와인 메이커들의 협회인 비니 비 굿(Vini Be Good)의 멤버들 중 루아르 밸리의 와인 메이커(와 그들의 친구들)의 포도로 양조하는 와인이라고 한다. 루아르 밸리의 전형성을 표현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대를 형성하는 와인이라고.

그래서인지 수입 통관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거의 다 판매되었단다. 처음이라 수입량이 많지 않기도 했지만, 스타일이 편안한 데다 레이블도 귀여워서 고급 레스토랑에서 하우스 와인으로 사용하거나 캐주얼한 비스트로의 와인 리스트에 올리기도 좋았기 때문이 아닐지. 이름대로 각종 운동선수(athlètes)들을 테마로 한 레이블을 그린 화가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인 미셀 톨머(Michel Tolmer)로, 그는 90년대부터 프랑스 내추럴 와인 레이블 작업으로 유명하다고.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맛있는 밥과 소고기 스튜로 환대를 받았다.

 

그리고 열무김치... 가 아니라 루꼴라 샐러드.

소금 듬뿍 쳐서 올리브 오일과 치즈를 곁들였는데, 진짜 아삭아삭 쌉싸름한 것이 밥반찬으로도 딱이었다. 

 

Les Athletes du Vin, Touraine Sauvignon 
스모키 미네랄, 입에선 유자, 노란 과일, 배, 상큼한 그린 애플. 가볍고 신선하면서도 과하게 풋풋하지 않아 좋다. 

Les Athletes du Vin, Chenin 
감귤, 금귤 등 시트러스 계열의 향기. 특히  입에서 금굴 껍질 같은 풋풋 쌉싸름한 힌트가 가볍게 드러나는 게 참 좋다. 노란 꽃술 같은 뉘앙스도 매력적.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 한국에서 루아르 슈냉 블랑이 자주 보이면 좋으련만. 

Les Athletes du Vin, Chardonnay
사과 꼭지향, 모과, 산미는 살짝 부족하지만 자연스러운(?!) 느낌이 편안하다. 콘크리트에서 6개월 숙성.

레 아뜰렛 뒤 방의 화이트들은 전반적으로 달콤한 완숙 과일의 뉘앙스에 신맛이 강하지 않아 편안하게 마실 수 있다.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만한 스타일.

스페인식 오믈렛.. 이름은 까먹었다.

 

식사로도, 와인 안주로도 훌륭. 비노쿠스 오 과장님 요리 솜씨 많이 성장하신 듯 ㅋㅋㅋㅋ

 

Les Athletes du Vin, Pinot Noir (사진을 못 찍었...)
자두, 붉은 체리, 커런트, 허브와 톡 쏘는 스파이스, 가벼운 토스티 뉘앙스. 입에서의 덴시티는 가벼우며, 많지 않지만 뻐신 타닌 때문인지 약간은 거친 느낌이다. 흔치 않은 스타일의 피노. 일부만 오크 숙성을 한다고,

Les Athletes du Vin, Chinon
처음엔 삶은 계란 같은 환원취가 강하더니, 날리고 나니 라즈베리, 블루베리, 블랙체리 같은 베리 풍미가 제법 풍성하게 드러난다. 입에서는 촘촘한 타닌, 콤콤하고 자연스러운^^ 뉘앙스. 점토, 석회암질 토양에서 재배한 카베르네 프랑을 3주간 발효 후 6000리터 오크통에서 6개월 숙성한다.  

Les Athletes du Vin, Saint-Nicolas de Bourgueil 
정향, 자두, 같은 카베르네 프랑으로 양조했지만 앞의 시농보다는 좀 더 매끈하고 세련된 느낌.. 인가 싶더니 입에서 느껴지는 타닌은 좀 더 촘촘하고 벨벳 같은 느낌. 좀더 구조감이 있고 비교적 묵직한 편이다. 석회암과 점토 위 자갈 테라스 토양에서 재배한 포도를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와 오크통에서 발효한 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숙성한다. 

 

Les Athletes du Vin, Pineau d'Aunis 
후추, 시원한 허브, 석고 뉘앙스. 코에서는 상당히 매력적인데 입에서는 살짝 심심하다. 그래도 가벼운 바디에 신선한 레드 베리 풍미, 스파이시한 여운이 나름 괜찮다. 50-120년 수령의 포도를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하여 콘크리트 탱크에서 6개월 숙성한다.

피노 도니스는 주로 투렌(Touraine)이나 앙주(Anjou) 등에서 레드나 로제를 만들 때 블렌딩용으로 사용하며, 단독으로 AOC를 받은 곳은 꼬또 뒤 벙도무아(Coteaux du Vendomois)가 유일하다.

 

그리고 등장한 루아르의 화이트 와인, 끌로드 리포(Claude Riffault).

상세르에 13.5ha의 밭을 소유한 클로드 히포는 쉬리-엉-보(Sury-en-Vaux)라는 마을을 근거지로 상세르(Sancerre) 와인의 격을 높인 생산자로 평가받는다. 4개 마을에 소유한 여섯 개 밭(Lieu-dit)을 떼루아 별로 33개의 구획으로 나누어 유기농으로 관리한다. 보유한 포도밭은 대체로 부드러운 석회질 토양인 테르 블랑슈(Terres Blanches)이며 일부 구획은 자갈과 실렉스(Silex) 토양이다. 100% 손 수확한 포도는 세심한 선별을 거쳐 압착한다. 아내가 수확팀을 이끌고 남편은 선별과 압착을 담당한다. 오크통을 신중히 사용해 과도한 오크 풍미를 막고, 구획 별로 양조(parcellaire)한다. 로제 와인을 제외하고 필터링 없이 병입한다. 크리스피하고 미네랄 뉘앙스를 잘 드러내는 스타일의 와인을 만든다.

끌로드 리포는 부르고뉴 본(Beaune)에서 공부했으며 도멘 위베르 라미(Domaine Hubert Ramy)에서 경험을 쌓고 양조를 배웠다고. 그래서 와인에서 부르고뉴의 영향을 느낄 수 있단다.

 

Claude Riffault, Sancerre Les Boucauds 2018
싱그럽고 화사한 레몬향, 파삭한 사과, 흰 꽃, 이스트, 그리고 미네랄 힌트. 과일 풍미가 도드라지진 않지만 완숙한 느낌은 완연하다. 왜인지 최근 소비뇽 블랑 품종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데, 오래간만에 매력적인 와인을 만났다.   

Claude Riffault, Sancerre Les Chasseignes 2018
레 부코보다 풍미의 밀도가 높아 뻑뻑한 느낌이 들 정도다. 다만 미네랄리티가 도드라져 과일 풍미를 누르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잘 익은 과일 풍미가 슬슬 올라오기 시작하며 '와우'를 이끌어낸다. 와, 이미 많이 마신 와중에도 수준급 상세르임이 느껴진다. 

Claude Riffault, Sancerre Les Denisottes 2018
화사하게 핀 흰 꽃과 영롱한 미네랄이 섬세한 첫인상을 선사한다. 신맛과 미네랄의 견고한 골격 사이로 완숙 과일의 달콤함이 비집고 나오며, 쌉쌀한 여운이 가볍게 남는다. 아직 단단하게 본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음에도 상당한 매력을 엿볼 수 있었던 와인. 이거 묵히면 어떻게 되려나...

 

전반적으로 끌로드 히포의 상세르들은 완숙한 과일 풍미를 드러내면서도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코에서는 미네랄리티, 입에서는 정제된 산미가 잔잔하고 섬세한 인상을 만들어낸다. 더욱 깜짝 놀란 것은 이 와인들이 식검에 들어갔던 것을 찾아온 거라 열어 놓은 지 며칠 된 와인이라는 것. 식검의 보관 환경이 그다지 좋지 않았을 텐데 상태가 아주 멀쩡했다. 아니, 멀쩡함을 넘어 아주 좋았다. 깜놀에 다시 깜놀.

과연 이 와인이 숙성하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궁금증을 풀어야 하니까 한 병 구매하기로^^;;

 

이후에 비노쿠스 최대표님이 쥘리 발라니(Julie Balagny) 와인도 한 병 내시고, 네이버 블로거 반바스덴님이 샴페인도 한 병 쏘셔서 신나는 음주 분위기로...

 

연휴 전에 즐겁게 잘 마셨다. 스트레스도 많이 풀렸고.

 

20200429 @ 비노쿠스테이블(궁내동)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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