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 어버이날을 하루 지난 주말, 부모님 댁 방문.
부모님 댁 방문하면 역시 고기... 비가 오는 와중에도 참나무를 태워 화덕을 달구고, 적당히 숯이 생기며 바로 고기 투입.
와인은 한 병만... 요것 말고도 감홍로를 추가로 준비했으니까. 감홍로 포스팅은 링크로.
카펠라치오(Cappellaccio)는 와인에 한창 재미를 들이던 2000년대 중반 무렵에 자주 마셨던 와인이다. 펠라치오 아님... 발음 주의;;; 처음 만난 건 이태원의 한 비스트로였는데, 카프레제나 피자, 라구 소스 파스타 등 함께 먹었던 이태리 음식들과 너무나 잘 맞았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 이후로 뭔지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로 참 자주 마셨었는데... 그 흔적이 아마 싸*월드나 네*버 블로그에 많이 있을 듯^^;;
Rivera, Cappellaccio Aglianico Castel del Monte Riserva 2011
리베라 카펠라쵸 알리아니코 카스텔 델 몬테 리제르바 2011
검붉은 컬러가 짙게, 약간의 오렌지색이 테두리에 비친다. 코를 대면 부엽토 같은 살짝 꾸릿하면서도 고혹적인 숙성 뉘앙스가 먼저 스친다. 뒤이어 시나몬, 정향, 감초 같은 스윗 스파이스, 그리고 커런트, 자두 류의 붉은 과일 풍미. 입에 넣으면 풍성한 타닌이 아직 깔깔한 느낌을 주지만 그래도 거의 다 누그러들었다. 붉은 체리와 자두 등 영롱한 붉은 과일 풍미가 아직도 선명하며 적당한 신맛과 함께 입맛을 돋운다. 미디엄 풀 정도의 바디에 풍미의 밀도가 아주 높지는 않지만 괜찮은 구조감을 지니고 있다. 알리아니코 품종의 특징을 잘 살린 와인으로 10년 가까이 숙성됐음에도 아직 무난하게 마실만 하다.
확실히 알리아니코는 어릴 땐 몰라도 숙성되고 나면 네비올로와 상당히 유사해지는 것 같다. 와인은 잘 몰라도 바롤로/바르바레스코 오픈하면 꼭 호평을 하시는 아버지 취향에도 딱 맞았음.
Cappellaccio는 카스텔 델 몬테(Castel del Monte) DOC의 석회암 언덕에서 재배한 알리아니코(Aglianico) 100%로 양조하여 12개월 간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한다. 생산자 추천 푸드 페어링은 각종 치즈를 사용한 요리.
생산자인 리베라(Rivera)는 가야(Gaja), 마시(Masi), 마스트로베라르디노(Mastroberardino), 돈나푸가타(DonnaFugata) 등과 함께 이태리 최고의 생산자 모임인 그란디 마르키(Grandi Marchi)에 소속되어 있다. 근거지는 풀리아(Puglia), 그러니까 이태리 남부 장화의 뒷굽 모양 부분이다. 원래 풀리아는 저렴한 에브리데이 와인을 만드는 지역으로 평가받는 곳이었는데, 1948년 세바스티아노 데 코라토(Sebastiano de Corato)가 카스텔 델 몬테 지역에 리베라 와이너리를 설립하면서 혁신을 시작했다. 주로 알리아니코, 프리미티보(Primitivo), 네로 디 트로이아(Nero di Troia) 등 풀리아를 대표하는토착 품종으로 지역 특성을 살린 와인을 만든다. 현재는 2대 카를로(Carlo)와 3대 세바스티아노(Sebastiano), 마르코(Marco)가 대를 이어 친환경적인 와이너리로 운영하고 있다.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 Jr.)가 특히 선호하는 와이너리 중 하나. 우리나라에도 최근 네로 디 트로이아와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 품종을 블렌딩해 만든 일 팔코네(Il Falcone)로 애호가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매가 그려진 레이블이 아주 인상적이다.
바로 요거. 개인적으로도 강추다.
항정살과 갈매기살도 마저 굽고,
숯불이 사그라들기 전에 마지막 딱 마지막 고기가 알맞게 익었다.
부모님 댁에서 직접 기른 엄나무순과 당귀, 각종 쌈야채를 곁들여 먹으니 고기가 너무 잘 들어간다. 이런 게 행복이겠지.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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