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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와인

Chateau Sociando-Mallet 2013 / 샤토 소시앙도 말레 2013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0. 6. 7.

아버지 댁 방문 시 지참한 와인. 이 와인들이 특별한 건 아들과 딸의 생년 빈티지이기 때문이다.

 

베리 브로스 & 러드 잉글리시 퀄리티 스파클링 와인 2010(Berry Bros. & Rudd English Quality Sparkling Wine 2010)은 2년 전쯤 베프와 마신 적이 있다. 원래 영국은 기온이 낮아 와인 생산에는 적합하지 않은 지역이었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해 스파클링 와인 생산에 적절한 기후가 되었다고. 게다가 일부 지역은 토양 또한 샹파뉴 지역과 유사한 키메리지안 토양이라 샴페인 같은 고품질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이 와인 또한 주문자 상표를 달고 있기는 하지만, 이름 있는 생산자가 만든 괜찮은 스파클링 와인. 

 

 

Berry Bros. & Rudd, English Quality Sparkling Wine 2010 / 베리 브라더스 & 러드 잉글리시 퀄리티 스파클링 와��

오랜만에 내방역 어촌횟집. 원래 작년 말에 왔어야 했는데 그놈의 야근이 뭔지. 늦은 2017년 송년회 시작이다. 둘이서 갔기에 코스로 즐기긴 어려웠지만, 쓸만한 모듬해산물에, 중방어 한 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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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도네(Chardonnay)와 피노누아(Pinot Noir)를 절반씩 블렌딩하여 11개월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 및 숙성 후 65개월간 병입 숙성했다. 2년 전에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는데 이번에는 어떨까.

 

하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샤토 소시앙도 말레 2013(Chateau Sociando-Mallet 2013).

그랑 크뤼가 아니지만 그랑 크뤼에 필적하는 품질과 명성을 지닌 샤토가 바로 소시앙도 말레다. 그랑크뤼에는 들어갈 수 없었지만, 그 품질과 명성으로 미루어 볼 때 크뤼 부르주아의 최상위에는 충분히 자리할 수 있는 샤토다. 하지만 자신은 그랑 크뤼도 크뤼 부르주아도 아닌 그저 소시앙도 말레라는 자부심으로 등급체계 안에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샤토이기도 하다. 소유주인 장 고트로(Jean Gautreau)씨의 싸인 바로 위에 적힌 'tout Simplement(한마디로, 매우 간단하게)'라는 문구가 그 성격을 잘 드러내는 듯.

참, 오너인 장 고트로씨는 작년 11월 92세를 일기로 타계하셨다는 안타까운 소식.

 

아버지 집에 오면 역시나 숯불구이가 제격. 한우 갈빗살과 돼지 등심 덧살, 항정살, 그리고 삼겹살을 준비했다.

 

항정살로 시작해서,

 

등심 덧살로. 등심 덧살은 한 마리에서 딱 400g 정도만 나온다는데 담백하니 씹는 맛이 좋다. 한우 갈빗살은 찍지도 않고 흡입.

 

스타트는 스파클링 와인으로.

 

금빛 컬러에 섬세한 기포가 힘차지는 않아도 제법 꾸준하게 올라온다. 토스티한 풍미와 선이 굵은 이스트 뉘앙스, 그리고 은근한 듯 명확하게 드러나는 신맛. 와, 이거 왠지 더 맛있어진 것 같다. 

 

아직 홈플러스에서 팔고 있다면 아도 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 앞으로 10년은 더 즐겨도 될 것 같은데.

 

그리고 대망의 소시앙도 말레.

 

샤토 소시앙도 말레는 1969년 시작된 비교적 신생 샤토다. 보르도 좌안의 '그랑 크뤼 클라세'가 1855년 지정되었으니 당연히 그랑 크뤼 샤토가 될 기회는 없었다. 그럼에도 웬만한 그랑크뤼 샤토보다 비싸거나 유사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을 정도로 그 품질과 맛을 인정받고 있는 샤토이기도 하다.  2001년에 보르도의 전설적인 빈티지인 1982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2위로 선정되었을 정도.

설립자인 장 고트로 씨는 원래 와인 중개상이었는데, 벨기에 고객으로부터 살 만한 샤토를 물색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매물을 확인하던 그는 당시 상태가 좋지 않았던 5ha의 소시앙도 말레를 보고 그 입지와 경관에 매료되어 자신이 직접 구매하게 된다. 현재  포도밭은 83ha까지 증가했고, 세컨드 와인인 드무아젤(Demoiselle de Sociando-Mallet)을 포함해 연간 45만 병 정도를 생산한다.

기억할 만한 특징 중 하나는 고급 와인을 만들 때 자주 언급되는 '그린 하비스트', 그러니까 포도 솎아내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포도가 열리기 전 진행한 가지치기로 사람이 할 역할은 충분하다는 것. 좋은 빈티지에는 가지치기를 엄격히 해도 알아서 포도가 많이 열리고, 그렇지 않은 빈티지 또한 포도나무가 알아서 조절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인위적으로 소출량을 감소하여 진득한 와인을 만들고 평론가들의 평가를 잘 받는 것은 그들의 목표가 아니다. 그린 하비스트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ha당 평균 생산량은 55hl 정도 된다. 일반적인 그랑 크뤼 샤토에 비해 많게는 2배 정도는 되는 셈. 좋은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니(그리고 아마 가격도 낮아질 테니) 애호가들의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

 

Chateau Sociando-Mallet 2013 Haut-Medoc / 샤토 소시앙도 말레 2013 오메독

아직은 어려 보이는 검붉은색, 미디엄-하이 정도의 인텐시티. 코를 대면 은근한 오크 바닐라, 흑연 힌트가 먼저. 그리고 매실, 자두, 블루베리, 블랙베리 등의 검붉은 과일 풍미에 감초, 민트 등의 허브와 스파이스가 가볍게 더해진다. 입에 넣으면 보르도 와인 답지 않은 부드럽고 가벼운 타닌. 정말 전혀 걸리지 않는 듯한 타닌이 '13년 빈티지의 상황을 말해 준다. 비교적 날렵한 바디와 여유로운 구조감, 잘 표현된 과일 풍미 덕에 드라이하면서도 친근한 인상.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 블렌딩.

확실히 빈티지 탓인지 뭔가 힘이 약하고 표현력 또한 낮은 느낌이지만, 지금 마시기엔 나쁘지 않다. 

 

 

2016 보르도 그랑크뤼 전문인 시음회(UGCB Tasting 2013 vintage)

보르도 그랑 크뤼 협회(Union des Grands Crus de Bordeaux)가 주최하는 보르도 그랑 크뤼 전문인 시음회. 올해는 2013년 빈티지. 작년에 참석하지 못했던 데다 2013년은 개인적으로 각별한 빈티지라 꼭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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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빈티지 평가에 대한 보르도 그랑 크뤼 시음회 포스팅 참고.

 

이 녀석도 빨리 마시는 게 좋겠지만, 그래도 셀러에 들어있는 녀석은 한 10년 정도 묵혀 보련다. 인생이란 어떻게 될지 쉽게 예상할 수 없는 거니까. 아들 녀석과 함께, 가족과 함께 마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텃밭에 심어 놓은 병아리콩이 무섭게 컸다. 자라는 게 눈에 보일 정도. 애들 자라는 거랑 비슷하다. 꽃이 참 예뻐서 쳐다만 보고 있어도 힐링이 되는 기분. 조만간 또 와서 얼마나 컸는지 확인해야지.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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