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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맥주

Faro Boon / 파로 분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0. 7. 16.

소고기를 넣어 끓인 카레. 두어 번 끓여서 소고기의 진한 맛이 카레에 잘 배어들었다.

 

 

선택한 술은, 파로 분(Faro Boon). 파로는 설탕 가미해 단맛을 낸 람빅(Lambic)이다.

 

 

람빅은 벨기에  수도 브뤼셀 인근에서 야생 효모를 사용한 자연 발효를 통해 만들어지는 맥주다. 자연 발효란 그야말로 배양한 효모를 쓰지 않고 끓인 맥아즙을 양조통에 담아 공기 중에 놓아두면 공기 중의 효모와 미생물이 내려앉아 자연적으로 발효되는 고전적인 방식이다. 재료가 되는 곡물은 맥아 외에 몰팅하지 않은 밀이 3-40% 정도 사용되며, 홉은 풍미를 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방부 역할로 활용하기 때문에 1년 이상 숙성을 통해 풍미를 최소화한다.

 

발효한 맥주는 최소 1년 이상 나무통에서 숙성해야 하며 보통 2년 이상 숙성한다. 제대로 숙성된 맥주는 당분이 거의 소모되어 드라이하면서 다양한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대단히 다양한 성격을 갖는다. 하지만 오래 숙성된 람빅은 깊이와 개성이 강할 지는 몰라도 완벽한 균형을 갖춘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1년 숙성한 어린 람빅과 블렌딩하여 괴즈(Gueze)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만들어진 괴즈는 시원한 기포와 상큼한 산미를 지닌 복합적인 맥주가 된다. 미숙성 람빅에 체리(크릭), 라즈베리(프람부아즈), 블랙커런트(카시스) 등을 넣어 과일 람빅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설탕을 가미해 만드는 종류가 바로 지금 마시는 파로다.

 

2015년 출간된 <맥주 바이블>에 따르면 현재 람빅을 만드는 브루어리는 총 8개, 블렌더는 4개 뿐으로 생산량이 매우 적다. 하지만 한국에도 몇몇 람빅 및 람빅 스타일 맥주들이 수입되어 있으므로 찾아볼 만하다. 가급적 과일 시럽을 섞은 대중적인 과일 람빅보다는 정통 방식으로 만든 괴즈나 과일 람빅을 구하는 것이 좋은데, 레이블에 오드(Oude) 표기가 있는 것을 찾으면 된다.

 

생산자인 분 브루어리(Brouwerij Boon)은 람빅을 만드는 8개 양조장 중 하나로 그 품질 면에서 평가가 높다. 물론 애호가든 전문가든 첫 손에 꼽는 생산자는 칸티용(Cantillon)과 '삼분수'로 통하는 드리 폰테이넌(3 Fonteinen) 인 듯.

 

 

Oude Geuze Boon a l'Ancienne / 오우드 괴즈 분

2013-2014 양조 시즌에 만들어진 맥주. 만들어진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일반적인 맥주(특히 라거나 호피한 에일)는 신선할 수록 좋겠지만 이 맥주는 예외다. 상미기한(best before)이 자그마치 2035년! 

wineys.tistory.com

3년 전에 마신 분의 오드 괴즈. 상미기한이 2035년이었다. 은퇴한 뒤에 마셔도 되는 맥주...ㅎㄷㄷ

 

 

Brouwerij Boon, Faro Boon / 브라우베레이 분 파로 분

 

수정과 같은 밝은 고동색. 베이지색 헤드는 촘촘하지만 금방 얕게 사그라든다. 처음 코를 대니 녹슨 철문 같은 탑 노트. 이어서 청사과와 오렌지 같은 상큼한 향과 말린 무화과나 말린 레드 베리 같은 건과일 향도 드러나는 듯하다. 특징적인 것은 날카로운 홉 향이 살짝 스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는 것. 보통 람빅은 홉의 쓴맛과 풍미를 제어하기 위해 최소 1년(통상 3년) 정도 숙성해 사용하기 때문에 홉 특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레이블에 그려진 홉 이미지에 영향을 받았는지도..) 입에 넣으면 청귤이나 라임 같은 푸른 시트러스와 곶감 같이 달면서 약간 떫은 느낌이 든다. 단맛이 강해 음료처럼 술술 들어가지만 신맛 덕분에 눅진하거나 묵직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여름 갈증 해소용으로 제격. 

 

단맛을 위해 설탕을 가미한 맥주답게 단맛이 강한 편이기 때문에 술이 달면 안 되는 분들에게는 비추. 하지만 상큼한 신맛이나 알코올과의 밸런스가 좋기 때문에 단맛에 거부감이 없는 분이라면 시도해 볼 만하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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