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hjala, Pilky Pilsner / 뽀할라 필키 필스너

주말 점심은 분식으로... 돈암순대의 순대와 김밥, 그리고 국물 떡볶이. 튀김만 죠스에서 샀다.

 

 

간단하게 맥주 한 잔. 이네딧 담(Inedit Damm)을 마실까 하다가, 이번 달 와인앤모어 행사에서 사다 놓은 뽀할라 필키 필스너(Põhjala Pilky Pilsner)가 떠올라서. 

 

 

에스토니아의 크래프트 비어 브루어리인 뽀할라의 맥주는 와인앤모어 행사를 통해 여러 차례 만나보았다. 가격이 좀 나가는 편이라 평상시엔 좀 부담스러운데, 매월 할인 리스트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아 애용한다. 마셔 본 것들의 품질은 대체로 훌륭한 편. 개성적인 레이블도 마음에 든다.

 

Pohjala, Torm Imperial Gose / 뽀할라 토름 임페리얼 고제

Pohjala, Ohtu Porter / 뽀할라 오투 포터

 

Pohjala, Orange Gose / 뽀할라 오렌지 고제

 

요 녀석은 어떨까? 다른 뽀할라의 맥주들처럼 만족감을 줄까? 

 

경험해 본 크래프트 브루어리의 필스너 계열 맥주들은 크게 두 가지 계열로 나뉘는 것 같다. 하나는 나쁘진 않지만 평범해서 시중의 필스너와 큰 차별성을 느끼기 어려운 스타일. 이런 경우는 굳이 더 비싼 돈을 내고 이 맥주를 마셔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다른 하나는 뭔가 변주를 주어 일반적인 필스너 스타일에서 살짝 벗어나는 개성적인 스타일. 이런 경우는 재미있거나 품질까지 괜찮으면 마음에 들기도 하지만, 이걸 과연 (라거이긴 하지만) 필스너라고 할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물론 스타일은 계속 변하는 거니까... 역사적으로 이런 시도를 통해서 변해 왔고. 

 

 

어쨌거나 맛을 보자. 잔은 슈피겔라우 크래프트 비어 필스너 전용 글라스를 사용. 취지에 딱 맞는 잔이네 ㅎㅎ

 

Põhjala, Pilky Pilsner / 뽀할라 필키 필스너

 

약간 탁한 느낌이 드는 골드 컬러, 그리고 비교적 촘촘하고 풍성한 헤드. 일단 컬러와 헤드부터 일반적인 필스너와는 살짝 다른 인상이다. 코를 대니 은은한 흰 꽃 아로마가 먼저, 홉향은 뒤에서 가벼운 정향 힌트와 함께 드러난다. 한 모금 마시니 유순한 첫느낌. 크리미한 거품, 부드럽고 매끈한 질감. 필스너 특유의 쌉쌀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싶었는데 두 모금째부터 쌉쌀함이 확 살아난다. 우아한 텍스쳐에 시원한 목넘김, 깔끔한 피니시까지. 마일드한 첫인상 안에 날카로운 본성을 숨기고 있는 개성있는 필스너다. 브루어리의 개성과 필스너의 본성 두 가지를 훌륭하게 잘 잡아낸 맥주다.

 

알코올 함량은 5%. 원재료는 정제수, 효모, 홉, 보리맥아, 그리고 '밀맥아'. 어쩐지... 헤드 형태와 탁한 컬러, 질감과 풍미의 뉘앙스가 그런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German-style pilsner라니... '-style'이라는 표현에 트릭이 있었다. 게다가 수식어인 refreshingly mordern이라는 표현도 일종의 복선이었던 듯. 일반적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독일 필스(German Pils)를 생각해서는 안된다. 속지 마시라.

 

그래도 맛있었음... 분식이랑도 OK. 이번 달에 와인앤모어 갈 일이 있으면 또 사야겠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