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음주/와인

와랑 모임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0. 8. 2.

와랑 포트럭 모임. 핫한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요리와 함께하는 모임도 좋지만, 이렇게 집에서 널브러져 편하게 마시는 것도 괜찮다. 그런데 와인리스트는 편하지 않... 결과적으로 여섯 명이 9병을 마셨음.

 

 

와인이, 아니 사람이 하나 둘씩 모인다.

 

 

단연 이목을 끄는 오늘의 메인. 미국에서 공수한 조르주 노엘라 본 로마네 프르미에 크뤼 레 보몽 2012(Domaine Georges Noellat Vosne Romanee 1er Cru Les Beaux Monts 2012). 딱 마시기 좋게 익었을 것 같아 기대 만발.

 

 

일단 샴페인 한 잔 하면서 멤버가 모두 모이길 기다리기로.

 

Champagne Gosset, Excellence Extra-Brut NV

레뱅드메일에서 수입하는데 익스트라 브뤼는 와인앤모어에서 독점하는 것 같다고. 덕분에 상당히 좋은 가격에 자주 보인단다. 은은한 이스트 향에 살짝 쌉쌀한 듯 드라이한 미감이 식전주로 제격.

 

 

약드 부어스트(Jagd Wurst) 몇 점 꺼내서 샴페인 안주로. 샴페인 병이 바닥을 드러낼 즈음 멤버가 모두 모였다.

 

 

토마토와 아보카도를 넣은 콜드 파스타.

 

 

성애자를 위해 듬뿍.

 

 

이어서 두 번째 화이트.

 

Claude Riffault, Sancerre Les Denisottes 2018

얼마 전 비노쿠스 테이블에서 마셨던 녀석인데, 그때보다 잘 익은 (핵)과일 향이 깔끔하면서도 생생하게 드러나며 향긋한 오크향이 예쁘게 감돈다. 게다가 영롱한 미네랄이 아주... 미네랄리티, 향긋한 플로럴&프루티 아로마, 오크 뉘앙스가 환상적인 밸런스로 삼위일체를 이룬다. 와, 지난번에도 좋았는데 이번에는 더 좋았... 셀러에 있는 건 무조건 5년 이상 묵혀야지.

 

 

번외편. 식검에서 막 넘어온 녀석이라고. 샴페인의 네임드 생산자(이름 까먹음;;)가 리제-벨레르(Liger-Belair)의 도움을 받아 만드는 와인으로, 이게 두 번째인가 세 번째 빈티지라고.

 

Domaine Belleville, Les Parcellaires de Saulx Meursault Premier Cru Les Poruzots 2018

구수한 내음과 함께 버터 스카치 같은 뉘앙스가 감돈다. 식검 받느라 이리저리 치이고 험한 꼴(?) 당했을 텐데 아직 멀쩡히 마실만 한 상태를 넘어 밸런스도 풍미도 상당히 괜찮다. 막 오픈했을 때의 상태가 궁금한... 하지만 다시 만나기는 쉽지 않을(?!) 와인. 엔트리 급이라도 좀 마셔봐야 하려나.

 

 

팔각을 넣어 삶은 돼지 앞다리 수육.

 

따뜻할 때도 맛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차게 식혀 먹을 때가 팔각 향도 더 명확하고 와인 안주로도 더 좋은 것 같다.

 

 

어머니표 고구마순 김치와 이모님표 갓 피클을 곁들이면 핵꿀맛.

 

 

그리고 메인 와인 오픈. 그런데 조르주 노엘라 코르크가 두 개???

 

 

다른 분이 비교 테이스팅을 하고 싶다며 조르주 노엘라의 다른 와인을 들고 왔다. 요건 홍콩에서 핸드 캐리한 거라고. 거기에 해당 마을의 갑사마 중 하나인 도멘 하페의 코르통 그랑 크뤼(Domaine Rapet, Corton Crand Cru 2015)까지... 간만에 부르고뉴로 호강했다.

 

 

Domaine Georges Noellat, Gevrey Chambertin En Champs 2015

의외로 짙은, 검보랏빛 감도는 루비 컬러에서 은근한 꽃과 잘 익은 야생 베리, 얼씨함, 그리고 미묘한 뉘앙스가 아름답게 드러난다. 새 오크의 뉘앙스가 여지없이 어린 티를 내는데도 상당히 매력적인 느낌. 와, 요건 몇 년만 더 익으면 진짜 엄청났겠다는 생각이. 레이블 하단의 이름이 현재 소유주인 막심(Maxime Cheurlin Noellat)으로 바뀐 게 눈에 띈다. 아직 20대라는 것 같던데... ㅎㄷㄷ

 

Domaine Georges Noellat Vosne Romanee 1er Cru Les Beaux Monts 2012

앞의 와인이 너무 쌩쌩해서 얘도 좀 그렇지 않을까 싶었는데 웬걸, 마시기 따악 좋게 잘 익었다. 말린 꽃잎 향과 은은한 허브 뉘앙스와 함께 드러나는 여리여리한 붉은 과일, 감초. 섬세하고 우아하며 과하지 않지만 밀도가 느껴지는 와인이다. 

 

Domaine Rapet, Corton Grand Cru 2015

2015년생인 이 녀석도 상당히 어리다. 검붉은 베리와 커런트, 약재와 얼씨함이 약간은 거칠게 드러나는 느낌. 앞의 와인들이 섬세한 스타일이라 더욱 투박한 면이 강조된 것 같기도. 역시나 맛있게 마셨지만 와인한테 살짝 미안하기도(?).

 

이제 가격이 너무 오르고 있어 쉽게 접하기 어려운 네임드 생산자의 부르고뉴 와인들. 간만에 호강했다.

 

 

베테랑의 특제 열배만두로도 호강하고.

 

 

이번엔 치즈 타임. 여기에 에멘탈과 페코리노 치즈 추가하고 견과 믹스를 곁들였다.

 

 

다른 분이 가져온 하몽, 햄, 초리조와 함께 썰어 내니, 나머지 와인들과 취향껏 즐기기 좋다.

 

 

요건 또 다른 분이 가져오신 테이크 어반의 맛있는 빵들. 보통 오른쪽처럼 올리브를 많이 넣으면 밸런스가 깨지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이건 넘나 맛있었다. 왼쪽 빵은 햄 and/or 치즈를 곁들이거나, 심플하게 베제카 올리브 오일만 찍어먹어도 아주 좋다. 베제카는 거의 모든 음식의 치트키.

 

 

이번엔 내추럴로.

 

Benedicte & Stephane Tissot, DD Arbois 2016

처음의 약간의 환원취를 날리고 나면 꿈꿈하면서도 편안한 내추럴 느낌이 확 살아난다. 내추럴 좋아하는 분이라면 싫어하기 어려운 와인. 12%의 가벼운 알코올도 메리트. 트루소(Trousseau), 뿔사르(Poulsard), 피노 누아(Pinot Noir)를 블렌딩하여 100년 이상 된 캐스크에서 3개월 숙성 후 필터링이나 이산화황 첨가 없이 병입.

 

 

로우켓 분식의 매운 떡볶이 등장. 이거 먹으면 와인맛 못 본다고 마지막을 뺐다. 실제로 상당히 매웠는데, 못 견딜 정도는 아닌 데다 후추의 매운 향이 많은 편이라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를 살짝 넘어 좋았다에 가까운 수준. 인스타에서 주문해야 한다는데 노리는 사람이 많아 구매가 쉬운 편은 아니라고. 한 번 트라이해 볼까? ㅎㅎ

 

 

그래도 디저트 와인은 마셔야지... 하는 생각에 꺼낸 스위트 와인. 보통 꽁드리유는 드라이 타입으로 만들지만 이 녀석은 당도가 제법 높은 타입(Liquoreux)이다. 원래 전통적인 꽁드리외 중엔 이렇게 스위트한 타입이 있었는데 근래에 거의 사라진 거라고. 최근엔 다시 이브 뀌에롱 등 떠오르는 신예들을 중심으로 스위트한 꽁드리외가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Yves Cuilleron, Condrieu Ayguets Liquireux 2009

밝게 반짝이는 앰버/골드 컬러. 향은 잘 익은 조청 같은 향이 난다. 향긋한 꽃이나 달콤한 천연 꿀보다는 설탕을 졸이거나 익힌 과일의 풍미가 지배적. 나쁘진 않았는데 비오니에의 매력이 사그라든 것 같아 살짝 아쉽긴 하다. 스위트 꽁드리유는 10년 이상 숙성 가능하다고 해서 묵혀 봤는데, 개인적으로는 일반 콩드리외처럼 5년 내외로 마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달라진 성격을 즐길 수도 있겠지만

 

 

2012년 프랑스 여행 때 도멘 이브 뀌에롱을 직접 방문해서 사 온 와인. 결혼 빈티지라 와이프 허락을 받고 오픈했다^^;; 아직 결혼 빈티지가 열 병 정도는 남아있는데, 그건 언제 오픈하게 될지...

 

 

또 다른 분이 가져오신 수제 티라미수.

 

심지어 직접 만드신 거라고!!!

 

 

만들 때 사용한 마르살라까지 페어링을 위해 들고 오셨다ㅋㅋㅋㅋㅋ 근데 이게 참... 웬만한 티라미수 맛집을 찜 쪄먹는 맛. 마르살라와도 '내 안에 너 있다' 급의 마리아주를 보였다. 실제로 티라미수 안에 마르살라 있....

 

 

다른 참석자가 선물로 주신 토마토 소스. 커다란 방울토마토 덩어리가 통으로 사용되었고 풍미의 밀도가 2배 정도 된다는, 조만간 시장을 평정할 소스다ㅎㅎㅎ 와이프가 벌써 한 통 먹어봤는다 넘나 맛있다고ㅋㅋㅋ

 

 

낮 1시부터 6시 넘어서까지 길게 이어진 점심 겸 저녁식사. 간단하게 각 1.5병을 달성하였다. 9월로 예정된 다음 모임도 기대.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