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저녁,
연일 계속되는 비에 거실의 빨래는 일상이 되고...
다진 고기를 넣은 소를 깻잎에 돌돌 말아 계란옷을 입힌 깻잎전.
기분도 울적한데 걸맞은 안주도 준비되었으니 와인이나 마셔야겠다. 사실은 매일 마시잖아...
캡실을 뜯어내면 요렇게 밀랍 같은 것으로 한 번 더 마감되어 있다. 있어빌리티 +1 증가. 대신 번거러움도 +1 증가했...
도멘 슐럼베르거(Domaines Schlumberger)는 1810년 설립된 알자스 와이너리로 대중적인 와인부터 그랑 크뤼(Grand Cru), 프리미엄 급인 싱글 빈야드나 방당주 타르디브(Vendange Tardive), 셀렉시옹 드 그랑 노블(Selection de Grains Nobles) 등 다양한 레벨의 와인을 생산한다.
마신 와인들. 사실 도멘 슐럼베르거는 요것들 말고도 여러 번 만났었다. 품질이 나쁜 건 아닌데 뭔가 킥이 없는 듯한 느낌이 드는 생산자. 개인적인 소견은 기본급인 Les Princes Abbes 보다는 가격 차이도 많지 않은 윗급인 그랑 크뤼를 사는 것이 낫다는 것. 그리고 스위트 와인인 방당주 타르디브는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면) 가성비가 괜찮은 편.
Domaines Schlumberger, Pinot Gris Grand Cru Spiegel 2015 / 도멘 슐럼베르거 피노 그리 그랑 크뤼 슈피겔 2015
반짝반짝 빛나는 18K 골드 컬러. 은은한 꽃향과 꿀 뉘앙스와 말린 살구, 열대과일 같은 달콤한 향기 사이로 가벼운 허브와 화이트 스파이스 힌트가 살며시 비집고 나온다. 입에 넣으니 의외로 제법 느껴지는 단맛. 스위트 와인까지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드라이 와인보다는 확실히 강하다. 오프 드라이를 넘어서 미디엄 스위트 정도는 될 듯. 시중에서 흔히 만나는 피노 그리와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이다. 약간은 두툼하게 느껴지는 바디에 오일리한 질감, 약간 높게 느껴지는 알코올과 그에 동반된 가벼운 씁쓸함. 살구, 자두, 모과 같은 과일 풍미와 온화한 신맛, 친근한 단맛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와인이다.
와인 자체는 나쁘진 않은데,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좀 더 드라이하고 깔끔한 스타일을 원했는데... 요건 어머니와 함께 마셨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살짝 스친다.
그제야 백 레이블을 보니 당도가 미디엄 드라이에 체크되어 있다. 맞다... 슐럼베르거는 백 레이블에 당도 표시가 있었지ㅠㅠ 살 때도, 마실 때도 꼭 체크해야 한다. 참고로 슐럼베르거의 당도 체크는 조금 너그러운(?) 편이기 때문에 체크된 것보다는 조금 더 달게 느껴진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추천 음식은 (프라이한) 푸아그라, 소스를 곁들인 생선, 흰 살코기, 각종 육류. 홈페이지에서는 로크포르 치즈와 베이컨을 추천한다. 단짠단짠의 추구이련가...
슈피겔(Spiegel)은 게뷜러(Guebwiller)와 베르그홀츠(Bergholtz) 사이에 있는 완만한 언덕에 위치하며, 해발 260-315m에 모래-점토질 토양의 동향 포도밭이다. 손 수확한 포도를 줄기 채 압착하여 온도 조절이 되는 통에서 효모 첨가 없이 발효 후 리와 함께 8개월 숙성한다. 알코올 함량은 13.5%, 잔당은 25g/l.
잔에 아들냄이 담겼네... 개구쟁이 녀석♥
다음 날엔 감바스에 바게트와 방울토마토를 곁들여 먹었다.
깻잎전보다는 이쪽이 확실히 잘 어울린다. 이렇게 마시니 다음에 보면 또 사야겠다는 생각이 물씬...
맛있어♡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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