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브루어리가 생겼다. 이름은 정릉 맥주도가.
정릉역에서 도보 5분 이내 거리. 바로 옆 봉화묵집에서 밥을 먹고 들러도 좋고, 근처의 줄 서서 먹는 맛집인 '정가네 지짐이'나 '마몽 함박'을 테이크 아웃하며 들러도 좋을 곳이다. 맥주와 궁합도 아주 좋을 듯.
이름에 도가라는 표현을 쓴 것은 옛날 술도가처럼 동네 주민들이 편하게 술 받으러 올 수 있는 양조장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고 싶어서라고. 실제로 5분 남짓한 시간 동안 지역 주민으로 보이는 세 팀이 와서 맥주를 사 갔다.
현재는 헬레스(Helles) 라거 한 종만 팔고 있다. 사진에 보이는 1리터 한 병에 7천 원, 두 병을 하면 만원이다. 용량으로만 봤을 때 4캔 만 원과 같은 가격. 그런데 요건 브루어리에서 바로 만들어 나온 싱싱한 맥주다. 게다가 우리 동네 맥주. 술꾼에게 뭐가 더 매력적 일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다음 주쯤엔 바이스비어(Weissbier, 밀맥주)도 나올 예정이란다. 개인적으론 바이젠 스타일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도 기대가 되는 건 왜일까.
시음주 인심도 넉넉해서 이렇게 잔 한 가득 담아 주신다. 약간 탁한 맥주에서 가벼운 홉 향과 향긋한 내음이 은은하게 드러나는 게 아주 매력적이다. 대낮부터 전작이 있었음에도 한 잔이 순식간에 들어간다.
한 모금 마시며 주인장과 가볍게 얘기를 해 봤는데, 무조건 유행하는 스타일을 만들기보다는 동네 주민들이 즐길 수 있고 본인이 잘 만들 수 있는 맥주를 천천히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하신다. 사워 에일이나 세종에는 관심이 없으시냐고 물었더니 진지하게 좋아하는 생산자나 추천해 줄 만한 맥주가 있냐고 물어보신다. 너무 사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세종이나 사워는 잘 몰라서... 외려 너무 쉽게 질문을 드린 것이 죄송했달까.
일단 두 병 사서 지인과 한 병씩 나눠가졌다. 싱싱한 맥주는 신선할 때 마시는 게 제격이니 빨리 마셔야지.
그래서 다음 날 바로 땄다. 어제 기억으로는 꽃향이 은은했으므로 필스너 글라스 대신 마크 토마스 와인잔을 썼다.
점심에 마시기도 부담 없을 스타일이니까.
사진 상으로는 컬러가 좀 진한 오렌지빛으로 나왔는데, 실제로 보면 약간 탁한 기운이 감도는 연한 베이지색에 가깝다. 헤드도 부드럽고 풍성한 편이며 탄산감 또한 꾸준하면서도 매끄러워 시원하고 깔끔하다. 꽃처럼 향긋한 발효향에 은은한 곡물 풍미가 깔끔하게 묻어나며, 홉 향도 적당히 느껴진다. 약간 에일 같은 느낌도 있고, 잘 담근 막걸리 같은 인상도 받았던 맥주.
마블링이 좋은 아침목장 1++ 화식한우 불고기와 함께 마셨는데,
불고기는 어느덧 이렇게 되어 있었고, 맥주는 바닥을 보고 말았다.
뭐, 점심이지만 1리터 정도야 가뿐하지. 동네에 생긴 반가운 주가이니 오래오래 번성하길. 나부터 단골 해야겠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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