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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와인

Bussola, Valpolicella Classico 2018 / 부쏠라 발폴리첼라 클라시코 2018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0. 8. 22.

오랜만에 발폴리첼라(Valpolicella). 애정하는 지역 중 하나인데 의외로 만나기 어렵다. 칠레에 치이고 프랑스에 밟히고 이탈리아 내에서도 괄시받고...ㅠㅠ

 

하지만 이 생산자, 토마소 부쏠라(Tommaso Bussola)라면 그런 설움을 떨쳐내기 충분하다. 물론 시중에서 찾기는 역시 어렵다;;; 토마소 부솔라에 대해 검색하면 거의 대부분 가장 먼저 소개되는 일화가 있다. 달 포르노(Dal Forno)의 스승이자 베네토의 레전드 쥐세페 퀸타렐리(Giuseppe Quintarelli)에게 다음 대의 슈퍼스타는 누가 될 것인지 묻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토마소 부솔라의 이름을 언급했다는 것. 대가의 지목을 받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의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 듯. 마셔 보니 잠재력 뿐만이 아니다.. ㅎㄷㄷ

 

1977년부터 삼촌의 와이너리에서 일하며 전통적인 와인 양조 방식을 익혔고, 1983년부터는 단독으로 와인을 양조하며 자신의 스타일을 확립했다. 1993년에는 새로운 와이너리를 건립하고 와인 양조에 바리크(barriques)를 도입했다. 이 새로운 와이너리에 새롭게 도입한 프로세스로 만든 와인에는 자신의 이름의 이니셜인 "TB" 로고를 사용한다. 기존 스타일의 와인에는 삼촌의 이름인 쥐세페(Guiseppe)의 이니셜을 따 "BG"로고를 사용한다는데, 최근에는 생략하는 듯 보이지는 않는다. 

 

 

출처: http://www.bussolavini.com

위 지도와 같이 세 곳의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다. 알토(Alto)는 1.7ha 크기의 동남향 포도밭. 현무암(basalt) 토양에 1970년 포도나무를 식재했다. 카살린(Casalin) 포도밭은 2.1ha로 역시 동남향 포도밭이다. 현무암에 점토(caly)가 섞여 있으며 1980년 포도나무를 식재했다. 이 두 포도밭은 해발 260-300m에 위치하며 전통적인 페르골라(Pergola) 방식으로 트레이닝해 식재밀도는 3000-3500그루/ha 정도다. 반면 2.9ha 크기의 카 델 라이토(Ca' del Laito) 포도밭은 2002년 식재하여 비교적 나이가 어리다. 트레이닝 또한 기요(Guyot) 방식을 사용했고 식재밀도도 6000그루/ha로 더 조밀하다. 남서향 포도밭으로 점토질이라는 것도 차이점. 품종이 적혀있지는 않지만 아마도 이 포도밭에서 실험적으로 재배한다는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등을 재배하는 것 같다. 

 

 

처음엔 잘토 유니버설 글라스로 마셨다. 아로마와 첫 모금에서 바로 상당히 견고한 스타일을 느꼈는데, 발폴리첼라에서 이런 인상을 받기는 오랜만인 것 같다. 이는 부솔라의 포도밭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땅의 황폐화를 방지하기 위해 자연적인 방식을 활용해 포도밭을 관리하며, 전통적인 구리-황 믹스(copper-sulphur mix) 외에 일체의 제초제/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가지치기를 통해 애초의 싹의 숫자를 제한하는데 6월에는 그린 하비스트까지 시행해 풍미가 응집된 포도를 얻는다. 또한 코르비나(Corvina), 코르비노네 등 발폴리첼라에 사용하는 포도의 수확시기가 10월 중순까지 이어지는데, 이는 일반적인 발폴리첼라의 수확시기보다 2-3주 정도 늦은 것이다. 이를 통해 생리적으로 완숙된 포도를 얻는 듯. 모든 포도는 손으로 수확하며 즉시 압착하여 발효한다고. 물론 아마로네(Amarone)용 포도는 4개월, 레치오토(Recioto)용 포도는 7개월까지 건조 과정을 거친다.

 

 

Bussola, Valpolicella Classico 2018 / 부쏠라 발폴리첼라 클라시코 2018

 

검붉은 루비 컬러, 검은 빛이 많이 감돌아 제법 짙다. 코를 대면 말린 꽃잎 같은 고혹적이면서도 톡 쏘는 향기, 매콤한 스파이스와 커런트 리커, 검은 체리 아로마, 그리고 모카커피 힌트. 입에 넣으니 드라이한 미감이 의외의 꼿꼿한 인상을 남긴다. '본 드라이'라는 표현이 순간적으로 떠올랐는데, 일반적으로 발폴리첼라에서 기대하지 않는 것이라 살짝 당황스럽기도. 미디엄 바디에 과하지 않은, 하지만 밀도 높은 검붉은 베리 풍미와 함께 피니시에 다크 초콜릿 같은 쌉쌀한 뉘앙스를 남긴다.

 

아무에게나 쉽게 추천하기는 어려운 와인이다. 하지만 마실 수록 끌리는, 진가를 아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인상적인 와인이 될 것 같다. 게다가 이 가성비라면 더욱. 두어 병 더 사 두어야 할까.

 

코르비나(Corvina)와 코르비노네(Corvinone) 50%, 론디넬라(Rondinella) 30%, 몰리나라(Molinara) 5%, 그리고 기타 품종 15% 블렌딩.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실온으로 10일간 발효 후 잔당이 리터 당 15g 정도 남았을 때 당분을 제거한다. 이후 12일이 지나면 굵은 찌꺼기가 제거되고,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추가 유산 발효 후 병입한다. 중간에 잔당을 제거하기 때문에 완숙된 풍미를 얻으면서도 알코올 함량이 높지 않고(13%) 드라이한 와인을 만들 수 있는 듯.

 

 

 

예전 레이블은 이랬었나 보다. 바뀐 게 조금 낫다... 한 십만백 배쯤.

 

 

첫날은 아침목장의 갈비 스타일 목살과, 둘째 날은 고추전 & 깻잎전과 마셨는데 모두 잘 어울렸다. 역시 나에게는 이런 스타일의 와인이 어울린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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