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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와인

Weingut Heinrich, Graue Freyheit 2016 / 바인굿 하인리히 그라우에 프라이하이트 2016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0. 9. 20.

오랜만에 흥미로운 와인을 마셨다. 오스트리아의 네임드 생산자 바인굿 하인리히(Weingut Heinrich)가 만드는 내추럴 오렌지 와인, 그라우에 프라이하이트(Graue Freyheit).

 

 

사실 와이너리의 소개에는 내추럴, 혹은 오렌지 와인이라는 소개는 한 마디도 없다. 다만 비오디나미 농법을 적용한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를 손수확해서 이스트 첨가 없이 발효하며, 15일 동안 껍질과 함께 침용하고 리(lees)와 함께 14개월 동안 재사용 오크에서 숙성한 뒤 이산화황 첨가 없이 병입한다는 설명만 있을 뿐. 근데 결국 이게 오렌지 와인 제조법으로 만든 내추럴 와인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ㅋㅋㅋㅋ

 

용기 또한 특이하다. 찰흙(clay)으로 만든 투박한 병. 안이 보이지 않는다. 컬러와 침전물 등을 보고 편견을 갖지 말라는 배려(?)인 듯. 나는 편견 따위는 애초에 없었고, 단지 어머님이 만드시는 막걸리 식초병으로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음ㅋㅋㅋ

 

 

그라우에 프라이하이트는 영어로 '회색 자유(grey freedom)'라는 뜻이다. 그라우어부르군더(Grauer Burgunder=Pinot Gris) 40%, 샤르도네(Chardonnay) 40%, 바이스부르군더(Weißburgunder=Pinot Blanc) 20% 블렌딩. 알코올 함량 13%.

 

 

오픈 전 충분히 흔들어 주란다. 백 레이블 좌상단에도 디렉션이 적혀 있다. 

 

 

코르크 상단은 밝은 베이지색 밀랍으로 봉인이 되어 있다. 이런 거 좋아♥

 

전반적으로 참 흥미로운 와인이다.

 

이런 와인은 꼭 마셔봐야 합니다... 펀쿨섹한 와인이니까요.

 

 

Weingut Heinrich, Graue Freyheit 2016 Österreich / 바인굿 하인리히 그라우에 프라이하이트 2016 외스터라이히

 

매우 탁하고 건더기가 많은, 앰버 컬러라기보다는 갱엿 같은 색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자몽 주스 같은 붉은 기운도 느껴지는 듯. 그런데 한 모금 마시면 이게 뭔가 싶다. 무뚝뚝한 느낌에 풍미도, 신 맛도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 단맛을 뺀 수정과 같은 인상이랄까. 뭔가 좀 심심한데 시간이 지나면서 향긋한 꽃내음과 자몽 풍미, 오렌지 껍질 같은 뉘앙스와 함께 약간의 수렴성이 드러난다. 뭔가 튀거나 모나지 않고, 반면에 뭔가 특별한 느낌도 없이 그저 편안한 느낌.

 

그런데 이 녀석, 음식이 나오니 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음식의 풍미를 살려줌과 동시에 와인 또한 훨씬 맛있어지는 느낌이랄까. 푸드 프렌들리한 와인이다.

 

 

이건 침전물이라기보다는 건더기라는 표현이 더욱 잘 어울릴 듯. 가무잡잡한 침전물도 섞여 있다 ㅋㅋㅋㅋ

 

 

대단한 와인들 사이에서 힘을 좀 못 쓴 것 같기도 하지만, 나름 흥미로웠음. 펀쿨섹했으니 됐지 뭐.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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