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고기 한 번 먹으려면 고깃값이 만만치 않습니다. 동네 정육점의 한우 1+ 등급 안심이나 채끝, 업진살 등의 100g당 가격이 15,000원 전후에 형성되어 있으니 4인 가족이 양껏 먹으려면 10만 원 정도는 드네요;;;
저는 미국산 제외하고 호주산도 잘 사다 먹습니다만, 같이 사시는 분이 고기만은 국산을 고집하시니...
그러던 차에 마켓컬리에서 괜찮아 보이는 상품을 발견했습니다. [일상味소]라는 브랜드인데 육우로 다양한 부위의 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내더라고요. 컨셉이 '일상에서 부담 없이 즐기는 국내산 소고기'네요. 구이용 기준 100g 당 가격이 대략 5,000~8,500원 사이에 형성돼 있었습니다. 그 가격에서 할인하기도 하고요.
육우는 보통 한우 품종 외에 고기를 얻기 위해 키우는 소를 말합니다. 주로 수컷 젖소인 경우가 많다고 들었어요. 한우에 비해 육질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고기용 소이므로 제법 먹을만한 경우가 많았던 기억이에요.
그래서 한 번 시도해봤습니다... 고깃값 절감 프로젝트 가동!
일단 구매 시 할인을 하던 품목들 중심으로 골라봤습니다. 차돌박이와 갈빗살, 그리고 차돌과 비교해 보려고 추가한 우삼겹까지 3종 550g입니다. 전부 구입하는 데 35,450원 들었네요. 한우값 절반이 안 되는 듯.
차돌박이 150g입니다. 때깔이 제법 좋네요. 지방은 많지 않은 편입니다.
우삼겹은 차돌에 비해 조금 더 얇고 지방이 많아요.
갈빗살도 제법 괜찮아 보입니다. 애들과 와이프 반응이 중요할 텐데요...
프라이팬에 각종 야채 깔고 차돌부터 구워 봅니다. 소고기는 스테이크가 아닌 이상 바로 구워서 빨리 먹는 게 제맛이죠.
기름이 많지 않은 차돌이라 우리 가족 입맛에는 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애들도 아주 좋아하네요.
반면 우삼겹은 반응이 별로 안 좋았습니다. 제 입맛엔 나쁘지 않았으니 개인용으로만 사야겠네요. 차돌이 기름이 별로 없으니 우삼겹을 먼저 구워서 기름을 살짝 낸 후 차돌을 함께 굽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요건 갈빗살.
지방이 너무 없나 싶었는데 식감도 좋고 맛도 괜찮습니다. 일단 애들이 잘 먹으니 테스트 통과네요. 종종 이용해야겠습니다. 부모님 댁 갈 때 사가도 좋을 것 같아요. 거긴 숯불에 굽는 거니 더욱 맛있겠죠^^;;
결국 550g 다 먹고 이치류 양고기를 추가로 구웠습니다... 역시 한 근도 안 되는 고기로는 간에 기별만 살짝 가는 정도라는. 다음에는 4팩 700g 이상 준비해야겠네요 ㅋㅋㅋ
소고기를 먹으니 맛있는 레드 와인도 한 병 오픈해야겠죠. 맞은편에 앉은 둘째 따님 아드님은 신나서 잡숫고 계시네요.
샤토 그랑 바라이 라마르젤 피작(Chateau Grand Barrail Lamarzelle Figeac). 레이블 하단에 적힌 대로 보르도의 대표적인 메종인 두르뜨(Dourthe)가 소유한 샤토 중 하나입니다. 누메로 엥(No.1)으로 유명한 두르뜨는 메독 그랑 크뤼 클라쎄인 샤토 벨그라브(Chateau Bellegrave), 이번 2020년 크뤼 부르주아(Cru Bourgeois) 심사에서 3개 등급 중 최상위인 익셉시오넬(Exceptionnel) 등급에 뽑힌 샤토 레 보스크(Chateau Le Boscq) 등 개별 샤토들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두르뜨가 소유한 샤토에 대한 소개는 위 포스팅 참고.
샤토 그랑 바라이 라마르젤 피작도 3년 전의 디너에 등장했던 녀석인데 심지어 빈티지까지 같은 2012입니다. 3년 만의 재회라니, 감회가 새롭네요.
참고로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는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 클라쎄와 다르다.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 클라쎄는 생테밀리옹의 우수한 포도밭을 지정한 그랑 크뤼 중에서도 일정 규정을 준수한 양질의 와인들을 10년에 한 번씩 선정해 지정하는 등급입니다. '그랑 크뤼' 중 일부만 '그랑 크뤼 클라쎄'가 되는 거죠. 따라서 일반적으로 클라쎄가 일반 그랑크뤼보다 평가와 가격이 더 높습니다.
그렇다고 일반 그랑 크뤼는 무조건 그랑크뤼 클라쎄보다 품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샤토 르 돔(Chateau Le Dome)이나 테르트르 로트뵈프(Tertre Roteboeuf) 같이 등급을 받지 않은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 와인들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빈티지나 이런 저런 상황에 따라 각 와인의 품질들이 달라질 수도 있고요.
Chateau Grand Barrail Lamarzelle Figeac 2012 Saint-Emilion Grand Cru
샤토 그랑 바라이 라마르젤 피작 2012 생떼밀리옹 그랑 크뤼
처음부터 토스티한 오크가 대단히 매력적으로 드러납니다. 달싹한 것이 약간 캐러멜 같은 인상을 받을 정도인데 부담스럽거나 싫은 느낌이 아니라 과일 풍미와 너무 아름답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네요. 완숙한 붉은 베리와 체리, 자두 풍미, 그리고 커런트 힌트. 타닌은 둥글게 녹아들었으며 생생한 산미가 감초와 향긋한 허브 뉘앙스와 함께 은은한 여운을 길게 이어갑니다. 미디엄 풀 바디에 부드럽고 우아한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던 와인.
보르도 레드가 마실 때가 되면 이렇게 매력적입니다. 예전엔 보르도 참 부담스러워했는데... 하긴, 그때도 잘 익은 보르도는 좋아했었지만ㅋㅋㅋ 쇠고기, 양고기와 넘나 잘 어울리네요. 혼자 마시는 낮술인데도 2/3 정도 마신 듯.
바로 맞은편에 샤토 슈발 블랑(Chateau Cheval Blanc)과 샤토 피작(Chateau Figeac) 등 그랑 크뤼 클라쎄 중에서도 A/B급 샤토가 위치하고 있다고 합니다. 2005년부터 두르뜨가 소유했고, 2012년부터 양질의 와인이 나오기 시작했다네요. 50년 이상 수령의 포도밭 16h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바이올렛이나 검은 장미 같은 플로럴 아로마, 강한 탄닌, 좋은 구조감을 드러내는 스타일이라고. 조만간 클라쎄로 올라가려나요^^;;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