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위해 준비한 와인, 베세보 타우라시(Vesevo Taurasi).
토스카나 와인 톨라이니 레짓(Tolaini Legit)과 함께 소고기와 마시려고 준비한 와인이다.
두 와인 모두 참숯에 구운 소고기와 넘나 잘 어울렸다.
베세보(Vesevo)는 캄파니아(Campania) 지역을 기반으로 한 와이너리로 이태리의 거대 와인 그룹인 파네세(Farnese) 소속이다. 알리아니코(Aglianico) 품종으로 만드는 타우라시 2종과 IGT급 레드 와인 1종 등 레드 와인 3종 외에 그레코 디 투포(Greco di Tufo), 피아노 디 아벨리노(Fiano di Avellino), 팔랑기나(Benevento Falanghina) IGT 등 3종의 화이트 와인도 생산한다.
파네세는 1994년 아부르쪼(Abruzzo) 지역을 중심으로 설립해 캄파니아, 풀리아(Puglia), 바실리카타(Basilicata), 시칠리아(Sicilia) 등 이탈리아 남부로 그 세력을 빠르게 확장했다. 최근엔 토스카나(Toscana) 지역에도 진출한 명실상부 이탈리아 중남부를 대표하는 와인 그룹. 직접 소유하거나 계약한 3만 헥타아르(ha)의 포도밭을 통해 다양한 가격대의 고품질 와인을 생산한다. 베세보 외에도 다양한 브랜드가 있으며, 판티니(Fantini) 등의 브랜드는 한국에 잘 알려져 있다.
파네세 그룹의 최고 경영자 발렌티노 쇼티(Valentino Sciotti) 씨가 내한했을 때의 기사. 진정 유쾌하고 즐거운 분이었다.
베세보는 베수비오(Vesuvio) 화산의 옛 이름이다.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인해 부근은 포도 재배에 최적인 척박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토양이 조성되었다고.
타우라시는 '남부의 바롤로(Barolo)'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그 풍미와 숙성 잠재력으로 잘 알려져 있다. 풍부하고 촘촘한 타닌 덕분에 어릴 때 마시기엔 부담스럽지만 숙성 후에는 진정 고혹적인 부케를 발산한다. 하지만 한국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아 최근 타우라시를 만나긴 쉽지 않다. 예전엔 종종 보이던 마스트로베라르디노(Mastroberardino), 페우디 산 그레고리오(Feudi San Gregorio) 등의 타우라시가 시중에 보이지 않은 지 꽤 됐다.
개인적으로도 처음엔 이 와인이 왜 남부의 바롤로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풍미의 스펙트럼도 다른 것 같은 데다 풀 바디에 산미도 약한 것 같고 빡빡한 타닌과 거친 풍미만 가득한 와인 같았으니까. 하지만 잘 숙성된 와인을 적절한 컨디션으로 마시면 타우라시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다. 왜 남부의 바롤로라고 하는지도 단박에 이해가 가고.
Vesevo, Taurasi 2012 / 베세보 타우라시 2012
검은 빛 감도는 짙은 루비 컬러에 약간의 갈색 톤과 오렌지 림이 보인다. 코를 대면 은은한 허브와 스윗 스파이스, 붉은 베리 풍미와 가벼운 오크 바닐라 힌트. 강하게 발현되진 않았지만 가을에 어울리는 낙엽 깔린 토양의 뉘앙스도 가볍게 느껴지는 것 같다. 입에 넣으면 촘촘하지만 벨벳처럼 부드러운 타닌, 부담스럽지 않은 신맛과 풀 바디에 둥근 질감이 우아한 미감을 선사한다. 단정한 구조감과 밸런스가 훌륭해 모두가 이날의 1픽 와인으로 꼽았다. 시간이 몇 년 더 지나면 좀 더 복합미 뿜뿜 뿜어낼 듯.
줄기를 제거하고 가볍게 압착한 포도를 섭씨 26-28도에서 20-25일 정도 침용한 후 오크통에서 16개월 숙성한다. 이후 병 숙성을 거쳐 출시. 러닝 빈티지가 2012인 것으로 보아 병 숙성 기간이 제법 긴 것으로 보이며, 어느 정도 음용 적기에 들어왔다고 판단했을 때 출시하는 듯.
좋은 생산자의 2010년, 2013년 빈티지의 타우라시를 구해서 셀러링 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 그나마 2013은 곧 나올 테지만 2010은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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