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끝내고 와인과 함께 수육 타임. 와인 & 수육 타임의 마무리는 주정강화 와인(Fortified wine)으로.
하셀그로브 더 올드 넛 포티파이드(Haselgrove The Old Nut Fortified). 호주 맥라렌 베일(McLaren Vale)의 명가 하셀그로브가 만드는 주정강화 와인이다. 주정강화 와인은 포트와인처럼 발효 중인 와인에 주정을 첨가하여 만드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와인.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발효 중이던 잔당이 남아 달콤한 경우가 많다. 이 와인 또한 그런 스타일.
두툼한 사각형 보틀 또한 매력 포인트. 저 병은 다 마시고 나서도 버리기 어려울 듯. 아버지가 담금주 병으로 낙점하셨다;;;
하셀그로브는 1981년 설립됐지만 그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시기는 2008년 4명의 이탈리아계 베테랑들이 와이너리를 인수하면서부터라고. 이후 수많은 수상경력과 함께 제임스 홀리데이(James Halliday)로부터 5 스타 와이너리로 선정됐다. 사실 그들의 주종목은 주정강화라기보다는 쉬라즈(Shiraz),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등으로 만드는 스틸 와인. 예전에 주류 박람회 때 맛보고 감탄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하지만 첫 구매는 오묘한 인연으로 인해 이렇게 주정강화 와인으로...
더 올드 넛 포티파이드는 1981년부터 2002년까지 수확한 포도를 솔레라 방식으로 숙성해서 만든다. 적당히 익은 쉬라즈와 그르나슈를 수확해 오픈 발효조에서 주기적인 펌핑 오버와 함께 발효하며, 적당한 잔당 수준이 되면 압착 후 주정을 강화하여 커다란 캐스크와 혹스 헤드 배럴(hogs head barrel, 238리터)에서 숙성한다. 알코올 17.3%, 잔당은 리터 당 74g.
처음 생산한 것은 2013년이라고. 매년 1천 병 한정 생산하는 귀한 제품이다. 2002년까지 수확한 포도까지 블렌딩이라는 걸 보면 이후에는 추가 생산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이 와인이 언제까지 생산되려나ㅠㅠ
Haselgrove The Old Nut Fortified NV / 하셀그로브 더 올드 넛 포티파이드
맑게 빛나는 짙은 마호가니 색. 코르크 손잡이 나무에 장식된 로고와도, 병의 은색 로고와도 아주 잘 어울린다. 코를 대는 순간 허브와 스파이스, 바닐라, 말린 과일, 너트 등이 복합적으로 혼합된, 뭔가 친숙한 향이 온화하게 피어오른다. 음,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슈톨렌. 입에 넣으면 토스티 & 가벼운 산화 뉘앙스와 함께 건포도나 프룬, 말린 검은 베리 등의 풍미와 잘 익은 조청 같은 농밀한 단맛, 로스팅한 견과의 고소함, 그리고 모카 같은 가벼운 스모키함이 크리미한 질감을 타고 흐른다. 제법 달지만 끈적이는 찝찝함이 없는 것은 그만큼 적당한 신맛이 받쳐준다는 반증. 완벽한 밸런스의 밀도 높은 풍미가 섬세하게 다가오는 고혹적인 와인이다.
넘나 이쁜 것... 가족 모두가 탄성을 터뜨릴 정도로 만족스러웠던 와인. 달콤한 와인을 싫어하는 누나조차 만족시켰다. 굳이 따지자면 에이지드 토니 포트(aged Tawny Port) 같은 스타일이다. 올해 슈톨렌은 이 와인과 함께 마셔야 할 것 같은데, 다시 구할 수 있을까? 1년에 천 병밖에 생산하지 않는다는데. 매년 겨울마다 사서 마시고 싶군.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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