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칠드(Rothschild) 가문을 상징하는 다섯 개의 화살.
그중에서도 샤토 라피트 로칠드(Chateau Lafite Rothschild)로 유명한 도멘 바롱 드 로칠드(Domaines Barons de Rothschild)의 문양이다.
그런데 로칠드의 이름 말고도 눈길을 끄는 이름이 하나 더 적혀 있다. 바로 아르헨티나 와인의 대부, 니콜라스 카테나(Nicolas Catena). 이 둘의 이름이 함께 적혀있으니 안 살 재간이 없다.
아루마 말벡(Aruma Malbec). 레이블에 적혀 있는 이름들은 거대하지만 가격표에는 2만 원이 채 안 되는 금액이 쓰여 있었다. 한마디로 특급 생산자의 손길이 살짝 스친 엔트리급 에브리데이 와인.
멘도자의 해발 고도가 높은 포도밭에서 세심하게 선별한 말벡(Malbec)으로 양조한 와인으로 밸러스가 좋고 우아하며 깊이 있는 와인이란다. 그래서 검색해 보니, WA 90, JS 91, 디캔터 90점 등 평점이 화려하다. 그리고 wine.com 기준 해외가도 17달러 정도로 구매가에 비해 높은 편이다. 오호라...
보데가스 카로(Bodegas Caro)는 1999년 도멘 바롱 드 로칠드와 니콜라스 카테나가 합작해 설립한 와이너리다. 보르도와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gn)과 말벡을 사용해 카로(Caro), 아만카야(Amancaya) 등 프리미엄 와인을 만든다.
아루마(Aruma)는 멘도자 원주민어로 '밤'이란 뜻. 서늘한 안데스의 밤공기가 신선하고 균형감있는 와인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끼치는 것에 착안한 이름이다. 우코 밸리(Uco Valley)에서 재배한 말벡을 오크 숙성 없이 양조해 떼루아와 과일을 순수하게 표현했다.
Bodegas Caro(DBR), Aruma Malbec 2017 Mendoza / 보데가스 카로 아루마 말벡 2017 멘도자
짙지 않아 바닥이 투영되는 가넷 컬러에 페일 림. 시큼한 붉은 자두와 붉은 체리, 라즈베리 아로마에 매콤한 스파이스, 풋풋한 허브 향이 곁들여진다. 입에 넣으면 미디엄 풀 바디에 크리미한 질감을 타고 완숙한 검붉은 베리 풍미가 순수하게 드러난다. 알코올과 신맛의 밸런스가 좋으며, 미드 팰럿의 눌러주는 힘과 구조감, 여운이 훌륭하다.
묵직한 고기나 숙성 치즈는 물론이거니와 파스타 피자 등 캐주얼한 음식들과 즐기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을 와인이다. 1++ 한우불고기와도 아주 잘 어울렸음. 사길 잘 했다. 2만 원 언더에 다시 눈에 띈다면 재구매 의사 확실.
참고로 도멘 바롱 드 로칠드 외에 로칠드 가문의 거대 와인 기업이 두 개 더 있다. 촌스러운 다섯 개 화살 로고가 와인 병에 붙어 있으면 왠지 있어 보이는 느낌. 라피트, 무똥은 못 마셔도 로칠드 끼얹은 와인이나마... 흑흑.
먼저 샤토 라피트를 공동 소유하고 있는 바롱 에드먼드 드 로칠드(Baron Edmond de Rothschild). 샤토 클락(Chateau Clarke) 등 알짜 보르도 샤토와 제휴를 통한 수준급 와이너리들을 많이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샤토 무통 로칠드(Chateau Mouton Rothschild)를 소유한 바롱 필립 드 로칠드(Baron Philippe de Rothschild). 샤토 클레르크 밀롱(Chateau Clerc Milon), 샤토 다르마이약(Chateau d'Armailhac) 등 보르도 그랑크뤼와 함께 알마비바(Almaviva), 오퍼스원(Opus One) 등 전 세계적으로 어마무시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먹고 싶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