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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우리술·한주

경주법주 초특선(慶州法酒 超特選),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우리 술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0. 12. 30.

처음 마셔보는 경주법주 초특선(慶州法酒 超特選). 오래전부터 마셔보고 싶었는데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1년에 1만 병 정도만 한정 생산하는 데다 판매처도 많지 않기 때문.

 

판매처가 한정적이다보니 경주법주를 만드는 금복주 홈페이지에서 판매처 안내 팝업을 띄울 정도다. 서울의 공식 판매처는 백화점 세 곳과 SSG청담/도곡 뿐. 그런데 얼마 전부터 CU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 주문할 수 있게 되었다. 원하는 술을 집 앞 편의점에서 받을 수 있는 편리한 세상.

 

사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판매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4만원 후반에서 5만 원 초반 정도. 하지만 국내에서 팔고 있는 프리미엄 사케 가격을 생각하면 납득이 가는, 심지어 저렴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가격이다.  CU 스마트스토어에서는 4.7만 원에 팔고 있다.

 

박스를 열면 700ml 병과 함께 리플릿이 들어있다. 디자인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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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마이슈, 아니 순미주(純米酒)다. 아오, 일본어 전공자도 아닌데 왜 일본어로 읽히는지... 그만큼 이런 타입의 술은 일본 사케가 점령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몽드 셀렉션에서 7년 연속 금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정미율 21%' 표시다.

 

정미율은 쌀을 깎아내고 남은 양의 비율이다. 21%를 깎았다는 얘기가 아니다. 21%를 남긴 것이다. 79%나 쌀을 깎으려면 기술과 정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결국 돈, 시간으로 연결된다. 그럼에도 이렇게 극단적으로 쌀을 깎는 이유는 술의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당으로 변환돼 알코올이 되는 탄수화물 외에 단백질, 지방 등은 일본식 청주의 입장에서는 잡미와 나쁜 향, 좋지 않은 색의 원인이 된다. 이런 성분들은 쌀의 겉 부분에 많기 때문에 쌀을 최대한 깎아 중심의 하얀 부분인 심백만 남기는 것이다. 정미율이 높은 술은 맛이 깔끔하고 향은 화려하다. 

 

2019년까지 경주법주 초특선의 정미율은 45%라고 한다. 일본 다이긴죠(大吟釀)의 정미율이 50%니까 45%만 해도 상당한 수준인데 그 비율을 21%까지 내렸다. 그리고 정미율을 낮추는 동시에 원심분리 기법을 도입했다.

 

리플릿에서 경주법주 초특선의 특징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몽드셀렉션 7년 연속 금상 수상. 솔직히 몽드셀렉션은 그닥 권위 있는 대회는 아니기 때문에 그냥 기본 품질을 인증받았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일본 다이긴죠주와의 차이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비교한 표. 도정률은 정미율의 반대, 그러니까 깎아낸 비율이다. 

 

리플릿 안쪽은 각 항목에 대한 설명이 있다.

 

경주법주 초특선의 원료인 신동진쌀은 농촌진흥청 선정 최고 품질의 쌀이라고 한다. 낱알이 일본의 대표적 주조호적미인 야마다니시키(山田錦)보다 커서 고급 청주용 쌀로 최적이라는 설명. 이 쌀을 79%나 깎았으니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정미율을 낮추는 동시에 도입한 원심분리 기법. 보통 거르지 않은 술에서 청주를 분리할 때 부대 등을 이용해 압착하는데, 물리적으로 짜내게 되면 청주의 섬세한 맛과 향이 훼손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원심분리를 이용하면 순수한 맛과 향을 고스란히 살려 좋은 주질의 청주를 얻을 수 있다고. 부대를 압착하지 않고 매달아놓아 중력에 의해 떨어지는 술만 받아내는 시즈쿠자케(しずく酒)와 같은 효과를 얻는 것이다.

 

정미율 21%에 원심분리 기법 적용... 가만히 생각해 보니 경주법주 초특선의 타깃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아마도 닷사이 23 원심분리(獺祭 23 遠心分離)가 아닐까. 같은 원심분리 기법 적용에 정미율은 2%를 낮췄으니.

 

하나하나 정성껏 만들었으니 수제특선품이라는 말을 붙일 만하다.

 

이제 맛을 볼 차례.

 

향을 최대한 즐기기 위해 와인잔에 마셨다.

 

금복주, 순미주 경주법주 초특선(純米酒 慶州法酒 超特選)

맑고 투명한데 가벼운 미색이 살짝 감돈다. 잔에 코를 대니 처음엔 알코올이 살짝 올라오는 듯싶더니 시원한 배와 달콤한 흰 자두 과육, 은은한 후지 사과 향기가 예쁘게 피어난다. 입에 넣으면 묵직하고 진한 맛이 목 넘김 후까지 긴 여운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맑고 그윽한 술맛과 탄탄한 구조감이 일품. 섬세한 터치는 일본의 다이긴죠와 유사하지만, (조금 단순화해서) 다이긴죠가 좀 더 화사하고 복합적이라면 경주법주 초특선은 선이 굵고 진하며 단단하다.

 

여수에서 올라온 보리굴비와 함께 마셨다. 보리굴비는 참 비싼데도 구워놓으면 왜 이리 볼품이 없는지...

 

찢어놓으면 더더욱....

 

하지만 제대로 만든 보리굴비만한 밥도둑이 없다. 한 번 맛을 들이면 헤어 나올 수가 없음.

 

경주법주 초특선과도 아주 잘 어울렸다. 다음에는 두툼하게 썬 생선회와 마셔봐야지.

 

조만간 또 사게 될 것 같다. 유통기한이 제조일로부터 2년이니 살 수 있을 때 사 두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다가 차례나 제사에 사용해도 좋을 듯. 물론 귀한 분과 좋은 자리에서 마셔도 좋고.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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