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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우리술·한주

녹천주조장, 한산소곡주(韓山素麯酒)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1. 12.

앉은뱅이 술, 한산소곡주(韓山素麯酒).

 

술이 잘 익었는지 젓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다 취해버린 며느리, 과거 보러 가다가 술맛에 반해 시험을 못 본 선비, 술에 취해 잡힌 도둑 등... 앉은뱅이가 되어 버린 이야기도 다양한 버전이 존재한다. 그 정도로 누가 마셔도 달고 맛있다는 이야기. 

소곡주(素麯酒)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도 다양한 설이 존재한다. 소복을 입고 빚은 술이기 때문이라는 설, 흰누룩으로 빚은 술이기 때문이라는 설, 소곡(素麯)이 아니라 소곡(小麯)이라는 설 등... 하지만 정설은 없는 듯. 어쨌거나 백제시대부터 전해내려오는 유서 깊은 술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참고로 한산(韓山)은 충남 서천군의 서천면을 뜻한다. 경남 한산도 아님 주의. 유명한 한산 모시도 바로 충남 한산 모시다.

 

박스에 농부가 만드는 '우리쌀 우리술'이라는 표현이 있다.

 

실제로 찹살, 백미, 누룩 등 사용한 재료 모두 국산이다. 알코올 함량은 16%.

 

'2018-19년 대한민국 주류대상 수상' 태그가 자랑스럽게 붙어 있다.

 

한산소곡주를 검색해 보면 다양한 제품을 볼 수 있는데, 위 패키지는 서천군에서 작은 양조장들에게 제공하는 공동 패키지라고 한다. 다른 양조장에서 같은 패키지를 쓴다고 놀랄 필요 없다. 서천군에서 공동 패키지를 만들 정도로 열심히 지원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듯. 실제 40여 업체가 한산소곡주를 생산하고 있으며, 타 지역 전통주에 비해 활성화가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내가 산 제품은 녹천 주조장 제품.

한산소곡주는 충남 무형문화재 3호로 지정돼 있다. 현재 우희열 명인이 시어머니로부터 이어받았으며, 농림부 전통식품명인 19호로도 지정됐다. 아들인 나장연 전수자가 뒤를 이어 함께하고 있다. 다음엔 명인이 만든 소곡주를 생주로 마셔봐야지.

 

녹천주조장, 한산소곡주(韓山素麯酒)

연두-오렌지빛이 살짝 감도는 앰버 컬러. 따를 때부터 그 풍만한 바디감과 질감, 단맛이 느껴지는 것 같다. 입에 넣으면 그윽한 단맛과 함께 은근한 감칠맛이 느껴진다. 입안을 꽉 채우는 바디감에 부드럽게 넘어가는 목 넘김, 16%라는 알코올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달콤하고 맛있다. 잘 익은 조청 같은 느낌도. 일반적인 한식과 두루 어울리며, 특히 매콤한 음식과 함께 마시면 아주 좋을 것 같다. 혹은 식후에 한과나 떡, 과일 등 디저트와 함께 두어 잔 마셔도 괜찮을 듯. 서양식 디저트와 매칭해 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 같다.

이렇게 풍만한 바디감과 단맛이 나오는 이유는 덧술 재료로 찹쌀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소곡주는 밀로 띄운 누룩을 물에 섞어 멥쌀로 만든 시루떡에 부어 밑술을 담근다. 이후 찹쌀로 고두밥을 지어 덧술을 하는데, 찹쌀에는 발효되지 않는 비발효당인 아밀로펙틴 함유량이 많아 술에 강한 단맛이 남게 되는 것이다. 덧술을 한 후 메주콩, 엿기름, 들국화, 홍고추 등 부가 재료들을 넣고 저온에서 100일간 숙성한다. 녹천 주조장의 원재료에는 메주콩, 홍고추 등이 표기되어있지 않아 사용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어쨌거나 남녀노소 많은 분들이 모이는 가족 모임에 사용하기 좋은 술이다. 술을 잘 못하시는 어머니, 할머니도 한 두 잔은 맛있게 드실 수 있는 술이니까. 제사주, 차례주로 사용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얼마 남지 않은 설 연휴를 위해 준비해 보면 어떨까.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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