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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칵테일·홈텐딩

[레시피] (칵테일) 아메리카노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1. 1.

어제에 이어 오늘도 캄파리 베이스 칵테일. 캄파리에 스위트 베르무트(Sweet Vermouth)가 더해진 칵테일로 이름은 아메리카노(Americano). 카페 아메리카노와 구분이 안 가는 이름이다. 처음 보고 당황했다는...

역시 캄파리와 스위트 베르무트를 사용하는 칵테일 밀라노-토리노의 변형 버전이다.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는데, 캄파리 홈텐딩 키트에 들어 있는 레시피 북에는 밀라노-토리노가 입에 맞지 않았던 미국인들이 소다 워터를 추가해서 만들었다는 설이 소개돼 있다. 캄파리 홈페이지에 따르면 영화 <007 카지노 로얄>에서 제임스 본드가 주문한 칵테일이라고.

 

레시피는 역시 간단하다. 

  • 재료: 캄파리 30ml, 레드 베르무트 30ml, 소다 워터
  • 가니시: 오렌지 슬라이스 (혹은 레몬 필)
  • 제조법: 빌드(build,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재료들을 직접 글라스에 넣어 칵테일을 만드는 방식)

캄파리와 레드 베르무트를 올드 패션드 글라스에 넣은 후 얼음을 채운다. 소다 워터를 추가(a splash of soda water)한 후 오렌지 슬라이스 (혹은 레몬 필)로 장식. 레시피 북에는 믹싱 글라스에서 가볍게 섞은 후 유리잔에 따르는 걸로 되어 있는데, 이건 미토(Mi-To)의 조주법이 잘못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홈페이지의 설명대로 글라스에 바로 넣으면 된다. 

 

캄파리 홈텐딩 키트에 포함되어 있던 친자노 베르무트 로쏘(Cinzano Vermouth Rosso). 일반적으로 칵테일용으로 나오는 베르무트는 화이트 계열이 드라이, 레드 계열이 스위트다. 물론 좀 더 세분화된 구분이 있지만 소개한 두 가지가 대중적으로 많이 쓰인다. 한글로 표기하기가 애매한지 베르무트, 베르무스, 버무스 등 다양한 표현이 눈에 띈다. 레시피 북 등에는 '버무스'라고 많이 쓰던데 나는 베르무트가 그나마 원 발음에 가까운 것 같아서.

 

친자노는 1757년에 카를로 스테파니(Carlo Stefano)와 조반니 자코모 친자노(Giovanni Giacomo Cinzano) 형제가 부의 거리로 여겨졌던 토리노의 도라 그로사 거리(Via Dora Grossa)에 열었던 가게가 모태가 되었다. 처음에는 스파클링 와인을 주로 생산했으나 1786년 출시한 친자노 로소가 토리노의 중상류층에게 큰 인기를 얻자 베르무트를 주력 상품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1999년 그루포 캄파리 소유가 되었다.

친자노 베르무트 레시피 역시 미밀에 붙여져 있다고 한다. 백 레이블에 써있는 원재료는 백포도주, 정제수, 주정, 설탕, 합성 향료, 캐러멜 색소... 단순화해서 표현하려니 합성 향료가 된 걸까, 뭔가 천연재료 같은 느낌이 아니다;;;

 

캄파리 30ml를 따른 올드 패션드 잔에 스위트 베르무트 30ml를 붓는다. 붓기 전에 맛을 좀 봤는데 달큼한 맛과 끈적한 질감, 그리고 콜라나 닥터 페퍼, 그리고 루트 비어가 떠오르는 풍미. 한 마디로 청량음료 같은 맛인데 주정강화 와인이다 보니 바디감이 제법 풍만하다.

 

그리고 얼음을 넣는다. 큰 사각 얼음이 있으면 좋은데... 아쉬운 대로 가장 큰 각얼음을 넣었다.

 

그리고 탄산수를 채운다. 레시피 북에는 '기호에 따라 알맞게' 추가하라고 되어 있고, 홈페이지에는 'a splash of...'라고 쓰여 있다. 스플래시가 뭘까... 생각하며 무심코 잔 가득 full up을 했다;;;

 

그리고 오렌지 슬라이스로 장식. 사실은 오렌지가 없어서 괜찮은 귤을 골라 슬라이스를 냈다는...^^;; 홈텐딩이지만 모양이라도 맞추려고... ㅎㅎㅎ

 

완성. 사용한 글라스는 '나흐트만 노블레스 온더락'인데 잔이 예뻐서인지 제법 그럴듯해 보인다.

 

맛을 봤는데... 어라, 그런데 캄파리의 풍미가 역시나 강하다. 첫 모금에서 어제 마신 캄파리 소다의 맛이 강하게 떠오른다. 질감도 유사하고. 시간이 지나며 스위트 베르무트의 풍미도 서서히 드러나긴 하지만 이래서는 캄파리 소다와의 차별성이 크지는 않다는 느낌.

왜 그럴까 하고 고민하다가 'a splash of'의 의미를 찾아봤더니 글쎄... 6ml 정도다;;; 정확히는 5.91ml(0.2 oz). 물론 이건 사전적인 정의이고 상황에 따라 적절히 넣으면 되는 건 맞지만, 그래도 저렇게 풀업을 하는 건 레시피를 명백히 위반한 셈.

그래서 다시 비율에 맞춰 캄파리와 레드 베르무트 각 15ml, 탄산수는 대략 3ml 정도를 섞어서 마셔 보았다. 그랬더니, 훨씬 둥근 질감에 풍만한 바디감, 그리고 베르무트의 허브와 약재 향이 캄파리의 상큼하면서도 쌉쌀한 맛과 어우러져 진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곁들여진 오렌지(사실은 귤) 슬라이스의 힌트도 은은하게 올라오고. 얼음, 그리고 미세하게 들어간 탄산수 때문인지 뒷맛은 개운한 편.

역시, 초보자는 레시피 대로, 쓰여진 용어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며 만들어야 제맛이 난다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번 배우게 된다. 참고로 스플래시 이상으로 자주 나오는 '대시(dash)'라는 표현은 0.92ml 정도다. 주로 비터스를 첨가하는 레시피에서 보이는데 전문가들의 설명을 들어 보면 '맛이 나도록', 병을 가볍게 한 번 털어주는' 정도라고.

나중에 제대로 다시 만들어 봐야겠지만, 일단 다음 칵테일로 넘어가 보기로. 급 궁금해진 칵테일이 있어서.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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