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의 실패를 만회하고자 미토(Mi-To)를 만들어 봤다. Mi-To는 '밀라노-토리노'의 이니셜에서 따온 이름으로 아메리카노는 물론 조주기능사 실기시험에도 출제되는 네그로니(Negroni)의 원형이라고. 밀라노는 캄파리, 토리노는 친자노 로쏘가 탄생한 곳이니 두 리큐르의 만남이 그대로 이름이 된 것. 게다가 이탈리아어로 Mito는 신화(Myth)를 뜻한다고 하니 제대로 멋들어지게 지은 이름이다.
그런데 캄파리 홈텐딩 레시피 북과 홈페이지의 조주법이 다르다. 캄파리와 베르무트 로쏘의 비율은 같은데 사용하는 글라스와 얼음 사용법, 그리고 가니시가 다르다. 캄파리 칵테일 북의 레시피와 이미지는 스터 후에 얼음이 가득 찬 올드 패션드 글라스에 따르는 걸로 되어 있는데, 홈페이지에는 스터 후 칠링한 칵테일 잔에 얼음 없이 따르는 것으로 되어 있다. 가니시도 홈페이지는 오렌지 필이고.
나는 홈페이지의 방식대로 칵테일 잔에 얼음 없이 만드는 쪽을 선택. 그래야 아메리카노와 차별성이 부각될 것 같아서.
- 재료: 캄파리 30ml, 레드 베르무트 30ml
- 가니시: 오렌지 필
- 제조법: 스터(stir, 믹싱 글라스에 얼음과 재료를 넣고 가볍게 휘저어 재료를 섞는 기법)
먼저 칵테일 글라스에 얼음을 넣어 차게 식힌다. 얼음을 살짝 돌려주면 더욱 빨리 칠링된다. 칵테일을 따르기 전 얼음과 함께 물을 버리는 걸 잊지 않도록 주의.
스터는 술 원래의 맛과 향을 유지하면서 재료들을 충분히 섞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너무 오래 저어 얼음이 과하게 녹아 술이 희석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칵테일 제조법 중에 스터가 가장 어렵다는데, 아직 연습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믹스 커피 타듯 5초 정도 슬슬 저었다. 그정도만 슬쩍 저었는데도 술의 온도가 높기 때문인지 얼음이 꽤 많이 녹는 것 같았다는.
믹싱 글라스에 스트레이너를 끼우고 칵테일 잔에 따른다.
칵테일 잔은 쇼트 즈위젤 바 스페셜 마티니 글라스. 용량이 166ml인데 거의 끝까지 찼다. 캄파리와 베르무트의 합이 60ml니까 거의 80ml 정도의 얼음이 녹은 셈-_- 상온에 보관한 베르무트라 더 그랬던 것 같다. 스터 기법의 경우 베이스/주재료의 온도에 따른 시간 조절이 상당히 중요할 것 같다.
곁들인 가니시는... 귤껍질^^;; 오렌지처럼 상큼한 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약간의 시트러스 향이 나긴 한다. 상단에 뭔가 이물질 같은 게 붙어있거나 떠 있는 것처럼 사진이 찍혔는데 그렇진 않다.
위에서 보면 맑고 깔끔.
맛은, 얼음이 상당히 녹았는데도 불구하고 아메리카노에 비해 캄파리와 스위트 베르무트의 볼륨감과 풍미가 확실히 잘 살아있다. 그리고 질감이 생각보다 훨씬 부드럽고. 스터를 조금만 더 짧게, 그리고 신경 써서 제대로 한다면 훨씬 맛있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내일부터 스터 연습을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은 느낌. 마침 캄파리는 좀 지겹고, 베르무트 로쏘는 조금 더 사용해 보고 싶었는데, 스터로 만들 수 있는 딱 적당한 칵테일이 떠올랐다. 조주기능사 시험에 등장하는 칵테일이기도 하고.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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