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해의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캄파리 홈텐딩 키트의 구성품을 사용해 볼 결심이 섰다. 지거는 잘 쓰고 있었지만 나머진 쓸 일이 없었다는. 아, 믹싱 글라스는 라면 물 계량용으로 썼... 특히 캄파리를 비롯한 버번, 진, 베르무트 로쏘 등 네 병의 술들은 아직 개봉조차 하지 않았다. 드디어 오늘 첫 타자로 캄파리를 개봉. 독특한 강렬한 붉은색이 특징인 리큐르로, 알코올 함량은 25%.
캄파리는 1860년 이탈리아인 가스빠레 깜빠리(Gaspare Campari)라는 사람이 비터스를 개량해 만든 술이다. 그는 14살 때부터 토리노에 있는 바에서 일했는데 그 시기에 만든 비터스가 캄파리의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그 후 밀라노에 정착한 그는 두오모 앞에 가게를 열고 아직 브랜드명이 없었던 캄파리를 팔기 시작했다. 여러 번의 개량을 거쳐 더욱 맛이 좋아지자 경쟁 카페에서도 주문이 들어왔을 정도라고. 그는 자신의 술을 캄파리 비터스(Campari Bitters)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라는 조건을 걸고 다른 가게에도 제품을 공급했다. 이후 1860년 그루포 캄파리(Gruppo Campari)를 설립하고 1892년엔 공장을 지었다. 현재는 전 세계 190여 개국에 수출되는 대표적인 인기 리큐르 중 하나.
캄파리가 이렇게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사랑의 힘(?) 덕분이었다. 유명한 오페라 가수를 사랑한 가스파레의 아들 다비데(Davide)가 세계 공연을 다니는 그녀를 따라다니며 가족들에게는 해외시장 개척이라는 명분을 내세웠기 때문. 결과적으로 그녀의 공연지였던 프랑스 니스에 첫 해외지사가 세워졌고, 러시아, 뉴욕 등 그녀가 가는 곳마다 해외지사가 늘어나게 됐다고. 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능...
캄파리의 재료는 허브, 향신료, 식물의 뿌리, 과일 껍질, 나무껍질 등 60 가지 이상의 재료를 알코올, 물 등과 혼합하여 만든다는 것만 알려졌을 뿐 그 비법은 철저히 비밀에 쌓여 있다. 코카콜라 같은 건가;;; 캄파리의 매혹적인 붉은색은 선인장의 진홍색 수액을 먹고사는 연지벌레에서 추출하는 색소(코치닐)를 사용했는데, 채식주의자 등의 반발을 고려하여 2006년부터 식물성 및 인공 색소로 바뀌었다는 얘기가 있다. 캄파리의 쌉싸름한 맛은 식욕 촉진에 좋기 때문에 식전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참고자료: 두산백과)
다시 칵테일로 돌아와서,
캄파리 소다 레시피는 너무나 간단하다.
- 재료: 캄파리 30ml, 소다 워터(탄산수) 90ml
- 가니시: 오렌지 슬라이스 (선택적)
- 제조법: 빌드(build,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재료들을 직접 글라스에 넣어 칵테일을 만드는 방식)
얼음을 넣어 칠링한 잔에 먼저 캄파리를 넣고, 캄파리를 탄산의 힘으로 밀어 올린다고 생각하며 잔과 얼음 사이로 탄산수를 부으면 된다. 탄산수는 초정리 광천수를 썼고, 가니시는 생략했다. 재료를 넣기 전에 먼저 얼음을 넣고 머들러로 얼음을 돌려 잔을 시원하게 해 줬다. 얼음 녹은 물은 버린 후 재료를 넣었다.
캄파리 30ml. 확실히 컬러가 예쁘다. 그런데 어째 양이 좀 적은 것 같은 느낌...
탄산수 90ml를 힘차게 부었다. 그리고 머들러로 얼음을 살짝 들었다 놓는 정도로 섞었다. 그런데 확실히 양이 적은 듯. 캄파리 홈페이지의 레시피를 보니 용량이 1.5배씩 많다. 권장량이 캄파리 45ml에 탄산수 3배. 사실 비율만 맞추면 되는 거니 양은 상황에 따라 조절하면 된다. 홈페이지 레시피에 캄파리 1 part, 탄산수 3 part라고 되어 있는데, 'part'라는 표현은 용량을 따로 정하지 않고 재료들 간의 비율을 맞추는 표현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맛을 봤는데, 와.. 확실히 쌉쌀하다. 레이블 하단의 'BITTER'라는 문구를 새삼 다시 쳐다봤다는... 자몽 류의 시트러스 향과 함께 속껍질 같은 쌉쌀함이 확실히 드러난다. 그리고 감초나 나무뿌리 같은 뉘앙스와 함께 약간의 감칠맛도 있다. 캄파리에 단맛이 제법 있는 편인데도 강하게 드러나지 않는데, 워낙 쌉쌀함이 강해서 단맛을 중화시키는 듯. 어쨌거나 처음엔 좀 부담스러웠는데 마실 수록 다음 모금을 부른다. 드라이하고 쌉쌀하지만 화사한 풍미와 함께 깔끔하게 넘어간달까. 그러면서 뒷맛을 아주 개운하게 정리해 준다. 치킨이랑도 아주 잘 맞는다. 일본은 대중음식점 메뉴판에서도 캄파리 소다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던데,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캄파리 백 레이블에는 대표적인 칵테일 레시피가 소개돼 있다. 네그로니와 캄파리 토닉인데, 캄파리 소다가 너무 술술 넘어가서 술도 부족하겠다 이번에는 캄파리 토닉을 만들어 봤다. 캄파리가 워낙 쌉쌀하기 때문에 토닉 워터의 단맛이 더해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캄파리 소다 레시피에서 탄산수를 토닉 워터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왠지 진저에일 같은 탄산음료로 다양하게 바꿔 봐도 좋을 것 같다.
- 재료: 캄파리 30ml, 토닉 워터 90ml
- 가니시: 라임 슬라이스
- 제조법: 빌드(build,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재료들을 직접 글라스에 넣어 칵테일을 만드는 방식)
만드는 방법은 캄파리 소다와 같고, 역시 가니시는 생략했다. 토닉은 초정 토닉워터를 썼다. 토마스 헨리 같은 고오급 토닉을 쓰고 싶은데, 그건 나중에 진 토닉 같이 재료의 퀄리티가 매우 중요할 때 써 봐야 할 듯. 보타니스트 진에 토마스 헨리 토닉을 써서 진 토닉을 만든 적이 있었는데 야매로 만들었는데도 정말 맛이 좋더라는.
컬러는 캄파리 소다와 거의 대동소이한 것 같다. 기분 탓인지 모르지만 살짝 더 연하고 탁한 느낌이 드는 것 같긴 하지만. 어쨌거나 입에서의 첫 느낌은 확실히 조금 더 편안해졌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역시나 캄파리의 풍미가 강하게 전체를 지배한다. 와, 캄파리 풍미의 밀도와 강도가 장난이 아닌 듯. 웬만한 건 다 잡아먹을 것 같다.
그래서 내일은 캄파리로 다른 칵테일을 만들어볼까 싶다. 다른 주류랑 섞였을 때 어떤 효과를 내는지 궁금해서. 참고로 캄파리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칵테일은 미투(Mi-To), 아메리카노(Americano), 네그로니(Negroni) 등이다. 네일은 베르무트 로쏘도 오픈하게 되겠군.
점점 더 흥미진진한 홈텐딩의 세계로... ^^;;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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