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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칵테일·홈텐딩

[레시피_7] 싱가포르 슬링(Singapore Sling)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1. 8.

어제의 진토닉에 이어 오늘도 진 베이스 칵테일, 싱가포르 슬링(Singapore Sling)이다. 조주기능사 레시피대로 만들었다.

 

  • 재료: 진 1+1/2oz(45ml), 레몬주스 1/2oz(15ml), 설탕 1 티스푼, 체리 브랜디 1/2oz(15ml), 클럽 소다 fill
  • 가니시: 오렌지 슬라이스 & 체리
  • 제조법: 셰이크 & 빌드(build,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재료들을 직접 글라스에 넣어 칵테일을 만드는 방식)

정확히 말하면 셰이크 & 빌드 & 플로트(float)다. 마지막에 체리 브랜디를 바 스푼으로 넣기 때문에. 물론 위로 뜨지는 않고 아래로 가라앉는다. 체리 브랜디도 셰이커에 같이 넣어주는 레시피도 있으며, 설탕 대신 그레나딘(석류) 시럽을 쓰기도 한다. 

 

 

집에 오렌지가 없어서 귤 슬라이스로 대체. 체리 브랜디도 없는데 몇 번 써 보자고 한 병을 쓰기가 그래서 체리 주스를 보드카에 섞어 체리 브랜디 비슷하게 만들었다;;;  홈텐딩이니 이 정도 유도리는 애교로...

 

레몬 주스는 레몬을 직접 짜서 썼다. 스퀴저에 1/3개를 짰더니 1/2oz 정도 나온 듯.

 

잔과 셰이커에 얼음을 넣는다. 조주기능사 시험 시 셰이커에는 최소 4개 이상 넣어야 한다. 잔은 푸티드 필스너 글라스(footed pilsner glass)를 써야 하지만 없어서 그냥 롱 드링크 잔을 썼다. 예전에 가지고 있던 필스너 우르켈 글라스가 딱인데... 아쉽.

얼음을 넣은 셰이커 바디에 진 1+1/2oz, 레몬주스 1/2oz, 설탕 1 티스푼을 넣고 10~15g회 정도 셰이킹한다. 설탕이 녹을 수 있도록 잘 흔들어야 한다.

 

글라스의 얼음을 버리지 않고 셰이커의 내용물을 따른다. 조주기능사 시험에서 셰이크 & 빌드 기법으로 만드는 세 개의 칵테일 중 얼음을 버리는 것은 위스키 사워뿐이다. (싱가포르 슬링과 슬로진 피즈는 얼음을 유지한다). 그리고 클럽 소다(탄산수)로 풀업. 원래는 잔의 8부까지 따라야 하는데, 사용하는 잔이 조금 큰 것 같아서 7부 정도만 따랐다.

 

이제 체리 브랜디를 따를 차례다. 왼손으로 바 스푼을 잔 위에 대고,

 

체리 브랜디를 띄우듯이 따른다. 맛보다는 향을 위해 상단에 띄워주는 것인데, 조주기능사 시험이 아닐 때는 같이 넣고 셰이킹해도 큰 무리는 없다고 한다. 일본 쪽에서 유래한 레시피인 듯.

 

오렌지 슬라이스와 체리 가니시로 장식하면 완성.

 

가니시가 왠지 우비를 입은 유치원생 꼬마 같다-_-;;

맛은... 일단 새콤한 레몬 주스가 초반의 풍미를 주도하는데, 시간이 지나며 진 특유의 향이 스멀스멀 드러난다. 너무 새콤한가 싶었는데 셰이커를 보니 설탕이 다 안 녹았더라는...-_-;; 위스키 사워 조주 시 설탕이 말끔하게 녹았던지라 너무 방심한 것 같다. 얼음도 적게 넣었고 셰이킹도 빡세게 안 했고... 반성ㅠㅠ

어쨌거나 마실만은 했지만, 맛으로 보나 편의성으로 보나 어제 만든 진토닉이 훨씬 낫다. 맛의 밸런스 상으로는 위스키 사워가 낫고. 하긴, 위스키 사워도 싱가포르 슬링도 집에서 '쉽고 맛있게' 만들기 좋은 칵테일은 아닌 것 같다. 일단 손이 너무 많이 가고 예쁘게도 만들기 어렵다. 나중에 칵테일 조주가 완벽하게 손에 익고 나면 모르겠지만. 

슬링은 독일어로 삼킨다는 뜻의 'Schlingen'이라는에서 유래한 말로 증류주에 설탕과 물, 그리고 레몬주스 등의 과일주스를 섞어서 만드는 칵테일이다. 피즈와 사뭇 유사한데, 위 싱가폴 슬링 레시피에서 마지막의 체리 브랜디를 빼면 그대로 진 피즈(Gin Fizz)가 된다. 

보통 싱가포르 슬링은  싱가포르의 래플스 호텔(Raffles Hotel)의 바텐더가 <달과 6펜스> 작가인 서머셋 몸이 "엑조틱(exotic)한 동양의 신비"라고 말한 싱가포르의 석양을 형상화하여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그 오리지널 레시피는 훨씬 복잡하다. 위 레시피는 사보이 호텔에서 간략화한 버전에 가깝다.

 

만화 <바텐더> 8권의 말미에 해당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다. 진 1oz (30ml), 코앵트로 1/4oz (7.5ml), 베네딕틴 1/4oz (7.5ml), 체리 히링(체리 브랜디) 1/2oz (15ml), 파인애플 주스 4oz (120ml), 라임 주스 1/2oz (15ml), 그레나딘 시럽 1/2oz (15ml), 앙고스투라 비터 1대시. 술이 4종류, 주스가 2종류, 시럽에 비터스까지 들어간다. 모두 셰이킹한 후 파인애플 슬라이스로 장식. 국제바텐더협회(IBA)에 등록되어 있는 레시피도 레플스 호텔의 오리지널 레시피다.

그러니 어디 바에 가서 주문할 때는 레플스 버전을 시킬지, 사보이 버전을 시킬지 명확히 하는 것이 좋다. 전자가 더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취급하지 않는 바도 있다고 한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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