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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칵테일·홈텐딩

[칵테일 레시피] 드라이함 속의 우아함, 메트로폴(Metropole)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2. 19.

어제 코즈모폴리턴의 실패를 만회하고자(?) 선택한 오늘의 칵테일, 메트로폴(Metropole). 성격도 이름도 전혀 다른 칵테일인데 왜 이리 유사하게 느껴지는지.... 한글의 위대함? 글라스에 담긴 컬러와 인상이 유사해서일까.

메트로폴은 타임 스퀘어 근처의 6층짜리 작은 호텔에서 이름을 따온 칵테일이다. 당시 호텔이 있던 곳은 '거친' 동네였는데, 호텔 1층의 밤새 문을 열었던 카페에는 동네 건달들이 모두 모여들었다고. 호텔이 1912년 파산하기 1주 전에는 호텔 앞에서 도박장을 운영하던 헤르만 빈시 로젠탈(Herman 'Beansy' Rosenthal)이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로젠탈은 경찰과 시 당국이 조직범죄에 연루돼 있다고 폭로한 직후 총을 맞았던 것인데, 범인으로는 당시 뉴욕 경찰의 도박 방지 팀장이었던 찰스 베커(Charles Becker)가 지목됐다. 결국 찰스 베커는 유죄를 선고받고 사형을 당했다. 

참고로 헤르반 빈시 로젠탈은 다른 칵테일과도 연계돼 있다. 애플잭(Apple Jack)과 라임 주스, 그레나딘 시럽으로 만드는 잭 로즈(Jack Rose)인데, 그가 아주 좋아하는 칵테일이었다고. 붉은색 칵테일을 좋아하더니 붉은 피를 흘리며 죽었...

 

 

Metropole Classic Cocktail | The Intoxicologist

The Metropole classic cocktail dates back to the late 1800’s. It is a dry, warming cognac cocktail comparable to a Dry Manhattan due to the recipe ratios.

intoxicologist.net

레시피는 인톡시콜로지스트(intoxicologist.net)라는 사이트를 참고했다. 

  • 재료: 코냑 혹은 브랜디 2oz (60ml), 드라이 베르무트 3/4oz (22.5ml), 마라스키노 체리 시럽 1/4oz (7.5ml), 페이쇼드 비터 1대시, 오렌지 비터 1대시, 
  • 가니시: 마라스키노 체리
  • 제조법: 스터(stir, 믹싱 글라스에 얼음과 재료를 넣고 가볍게 휘저어 재료를 섞는 기법) 혹은 셰이크

조주법이 드라이 맨해튼과 상당히 유사하다. 처음 메트로폴의 레시피를 본 건 <에스콰이어> 매거진인데, 코냑과 드라이 베르무트를 1:1 비율로 섞었다. 다른 레시피 중엔 코냑과 베르무트 비율을 2:1로 가져가는 것도 많다. 코냑 자체가 이미 드라이하기 때문에 베르무트를 동일 비율로 섞으면 너무 드라이하기 때문이라고. 거기에 더해서 시럽이나 설탕을 추가하는 레시피도 상당히 많다. 또한 스터 대신 셰이크를 하는 레시피도 많은데, 부드러운 맛과 질감을 더하려는 의도인 듯. 

어쨌든 내가 선택한 레시피는 코냑과 드라이 베르무트의 비율을 2:1 보다도 더 낮추고, 심플 시럽 대신 가니시로 쓰이는 마라스키노 체리 시럽을 더해 단맛은 물론 일체감을 높이는 것을 의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거품이 뜨는 것은 원치 않아서, 주조는 셰이크 대신 스터로 했다. 여러 레시피 중 선호하는 방식들만 따왔달까. 코냑은 카뮈 엘레강스 VOSP (Camus Elegance VOSP), 드라이 베르무트는 마티니 익스트라 드라이(Martini Extra Dry)를 썼다. 마티니를 만들기 전에 다른 칵테일에 먼저 드라이 베르무트를 쓰다니, 괜스레 미안하네. 페이쇼드 비터스는 앙고스투라 비터스로 대체. 아무래도 페이쇼드 비터를 사야 할 것 같다. 그러다가 사제락 핑계로 압생트도 사고.....

 

확실히 베르무트를 쓰는 칵테일은 특유의 약재 같은 풍미가 확연히 드러난다. 스위트든 드라이든 마찬가지. 거기에 코냑의 드라이하면서도 부드러운 과일 풍미가 더해지는데, 확실히 스카치나 버번보다는 잘 어우러지는 느낌. 주정 강화 와인과 코냑의 태생적 원료(=포도)가 같기 때문일까. 드라이한 인상 속에 우아함과 은근한 단맛이 숨겨져 있는 느낌이다.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 생각날 맛이다. 어두침침한 바에서 마시면 더욱 맛있을 것 같기도.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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