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수정에서 마신 리슬링 아우스레제(Riesling Auslese). 이름이 어마무시해서 엥간한 사람들은 읽지도 못할 것 같다;;; 작년 이마트 와인 장터에서 1.8만 원에 구입했는데, 매대에 몇 병 더 나와있었지만 상태가 의심스러워서 한 병만 샀다. 결과적으로 있는 걸 아도쳤어야 하는 와인이었...
바인굿 테슈(Weingut)는 독일 나헤(Nahe) 지역에서 11대를 이어 온 대표적인 와이너리다. 물론 나헤의 맹주는 단연코 된호프(Dönnhoff)이지만 테슈 또한 엠리히 쉔레버(Emlich Schönleber), 섀퍼-프뢸리히(Schäfer-Fröhlich) 등과 함께 주요 생산자임은 부인할 수 없다.
위 와인의 병목에는 분명 VDP(Verband deutscher Prädikatsweingüter, 독일우수와인생산자협회)의 독수리 로고가 붙어있는데, 어찌 된 일인지 현재 VDP 홈페이지에는 그들이 소개되어 있지 않다. 검색해 보니 바인굿 테슈는 2014년 VDP를 자발적으로 탈퇴했는데, 소유주인 마르틴 테슈 박사(Dr. Martin Tesch)와 VDP가 추구하는 방향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최근 VDP는 그로세 라게(Grosse Lage) - 에어스테 라게(Erste LAge) - 오트바인(Ortwein) - 굿츠바인(Gutswein)로 구분되는 새로운 등급 체계를 만들었는데, 그런 방향 자체에 동의를 하지 않은 듯. 다들 들어가고 싶어 난리인 협회를 자발적으로 나오다니, 강단이 대단하다.
레이블도 과거의 고전적인 스타일에서 컬러 중심의 모던한 스타일로 바뀌었다. 예전에 그들의 리슬링 언플러그드(Riesling Unplugged)라는 드라이 와인을 마신 적이 있는데 이것이 현재 테슈의 플래그십 와인이라고. 놀랍게도 테슈는 이제 스위트 와인을 생산하지 않는다. 2002년 와인 메이킹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한 후 드라이 와인만을 만들고 있다. 위 여섯 가지 컬러의 와인 세트는 여섯 개의 개성적인 싱글 빈야드의 리슬링을 담은 것이라고. 독일어를 잘 모르는 고객들도 쉽게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레이블을 단순하게 다듬었다. 아마도 테루아를 담은 모던한 와인을 리즈너블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테슈의 철학인 듯. 위 6병 패키지의 홈페이지 판매 가격도 79유로밖에 안된다. 급 호감 급상승. 신세계L&B에서 위 와인들도 함께 수입해줬으면 좋겠는데... 저 패키지 20만 원 정도에 팔면 잘 팔리지 않을까.
Weingut Tesch, Langenlonsheimer Löhrer Berg Riesling Auslese 2002 Nahe
바인굿 테슈 랑겐론스하이머 뢰어러 베르크 리슬링 아우스레제 2002 나헤
붉은 갈색이 감도는 듯 약간 탁한 앰버 컬러에서 달콤한 조청과 감식초, 은은한 허브와 스윗 스파이스 같은 복합적인 부케가 매력적으로 피어난다. 향부터 이건 제대로 익었다는 느낌을 제대로 드러내는데, 입에 넣으니 적당한 단맛과 신맛의 밸런스가 환상적이다. 낮은 알코올 함량은 딱 향을 피워주는 정도로만 사용되는 듯, 부담 없이 술술 넘어간다.
와, 이거 진짜 더 샀어야 했는데 더 안 산 게 넘나 후회된다. 밭도 테슈에서 첫 손꼽는 밭이고(검색해 보고서야 알았지만...). 부디 그들의 와인을 다시 만나게 되길 빈다. 올드 빈티지든 영 빈티지든.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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