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수정의 믿고 맡김 코스와 함께 마신 와인(왼쪽), 파미으 베루에 에리 미나(Famille Berrouet Herri Mina).
이 와인을 언급하면서 장-클로드 베루에(Jean-Claude Berrouet)를 빼놓을 수는 없다. 명실공히 보르도 최고, 아니 세계 최고의 와인 중 하나로 손꼽히는 샤토 페트뤼스(Chateau Petrus)의 와인을 40년 넘게 책임져 온 세기의 와인메이커. 그는 묵직하고 진하면서도 부드러운 스타일을 선호하는 와인 컨설턴트 미셀 롤랑(Michel Rolland)과 달리, 섬세하고 미묘한 뉘앙스를 남기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에리 미나는 2007년 은퇴한 그가 조상들의 고향인 바스크 지방에 내려가 만드는 와인이다. 위 지도 왼쪽 맨 아래 스페인과의 접경 지역인데, 이룰레기(Irouleguy)라는 다소 낯선 AOC다. 지역의 한가운데 있는 마을 이름인 Irouleguy, 바스크어로 Irulegi에서 유래한 AOC명이라고 한다.
위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부분의 포도밭이 가파른 경사지에 위치하고 있어 일조량은 풍부하고 일교차는 큰 편이다. 레드는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과 타나(Tannat) 품종을 사용해 과일맛이 풍부하고 타닌이 많은 와인을 만들며, 화이트는 쿠르뷔(Courbu), 쁘띠 쿠르뷔(Petit Courbu), 그로 망상(Gros Manseng), 쁘띠 망상(Petit Manseng) 등 남프랑스의 토착 품종을 사용해 신 맛이 잘 살아있는 풀 바디 와인을 만든다. 전반적으로 레드와 화이트 모두 산미가 좋고 섬세한 풍미를 지닌 와인들이다.
국경 건너 피레네 산맥의 스페인쪽 기슭에는 또다른 바스크 산지인 차콜리(Txakoli)가 있는데 레드, 화이트 모두 만들지만 화이트가 특히 유명하다. 대표적인 품종이 온다리비 수리(Hondarribi Zuri)인데 차콜리의 토착품종이라는 설도 있고 이룰레기에서 재배하는 크르뷔와 같은 품종이라는 설도 있다.
Famille Berrouet, Herri Mina (Blanc) 2016 Irouleguy / 파미으 베루에 에리 미나 (블랑) 2016 이룰레기
진한 금빛. 향긋한 흰 꽃, 쨍한 시트러스 향기와 살구, 천도복숭아 같은 노란 과육의 핵과 향기가 풍성하게 드러나며, 스모키 힌트와 너티 뉘앙스가 그 아래로 진하게 깔린다. 입에 넣으면 강한 신맛이 가장 먼저 느껴지며 견고한 구조와 묵직한 풀 바디가 인상적이다. 매우 신선하고 깨끗하며, 직설적인 와인이다.
대서양의 영향을 받는 피레네 산맥 언저리의 고도 120m 남향 경사지에 심어진 그로 망상, 쁘띠 코르뷔, 쁘띠 망상 품종으로 양조했다. 좀 더 숙성하면 뭔가 복합적인 여운이 느껴질 것 같기도. 다음엔 (레드와 함께)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Herri는 바스크어로 country, Mina는 homesick을 뜻한다. 와인 이름이 향수병(鄕愁病)인 셈. 이 와인에는 보르도에서도 항상 그리워하던 고향에 대한 마음이 담겨 있는 것 아닐까,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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