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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와인

가격도 맛도 편안한 내추럴 와인, 하이싼노이만 그뤼너 벨트리너 2019(Hajszanneumann, Gruner Veltliner 2019)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2. 15.

하이싼노이만 그뤼너 벨트리너(Hajszanneumann, Gruner Veltliner). 깔끔해 보이는 레이블과 달리 이름을 보면 어떻게 읽어야 할지 당황스러울 수 있다. 여담이지만 화이트 품종 이름인 Grüner Veltliner도 '그뤼너 펠틀리너'에 가까운 발음인데, 한국에서는 '그뤼너 벨트리너'로 거의 정착된 듯.

 

게다가 빈티지 아래 일부 표기를 굵은 매직으로 지워놨는데, 이는 내추럴, 오가닉 등이 레이블에 표기될 경우 통관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통관을 쉽게 하고자 'Natural' 표기를 지운 것. 그래도 내용물이 내추럴 와인인 건 변하지 않으니까.

 

바인굿 하이싼노이만(Weingut Hajszan-Neumann)은 2001년 레스토랑 경영자인 스테판 하이싼(Stephan Hajszan)이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 부근에 설립한 와이너리다. 자신의 와이너리를 가지고 싶었던 스테판 하이싼은 꿈을 이뤘지만, 레스토랑 경영과 함께 하기에는 일이 벅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결국 2014년 와이너리 설립부터 도움을 주었던 친구인 프리츠 비닝어(Fritz Wieninger)에게 와이너리를 넘기게 된다. 프리츠 비닝어는 한국에도 제법 알려진 바인굿 비닝어(Weingut Wieninger)의 오너.

하이싼노이만 와이너리는 빈에서도 이름난 포도 재배지 누스베르크(Nussberg) 산기슭의 그린징(Grinzing)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오래전 바다였던 것으로 해양 생물들의 퇴적물로 인한 석회질(limstone), 백악질(chalk) 토양이며, 아래층에는 이회토와 점토도 있어 건기 동안 수분 스트레스를 줄여 준다. 포도 재배의 역사 또한 오래된 곳.

내추럴 와인 외에 비오디나미 방식을 적용한 일반 와인(컨벤셔널이라고 표현하기에도 좀 애매하고..)도 만든다. 사실 비오디나미도 내추럴 와인도 포도 본연의 것을 제대로 표현할 방법을 찾다 보니 이르게 된 것이라고. 그뤼너 벨트리너, 리슬링(Riesling) 등 화이트 와인을 주로 생산하며, 필드 블렌딩 방식으로 만드는 게미슈터 사츠(Gemischter Satz)가 특히 유명하다. 츠바이겔트(Zweigelt) 등으로 레드도 일부 생산한다.

 

코르크를 밀납으로 봉인해 놓았다. 왠지 모르게 있어 보이는 느낌. 이런 것에 잘 홀리는 나란 남자ㅋㅋㅋ 사실 이 가격대(구입가 3만 원 언더)에서는 밀랍 마감을 잘 안 하는데 예외적인 경우인 듯.

 

이런 와인은 어떻게 따야 하는지 당황스러워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던데, 그냥 따면 된다. 외려 알루미늄이나 비닐 호일처럼 칼로 잘라낼 필요조차 없다. 밀랍이 덮인 그대로 코르크 중심에 스크루를 찔러 넣고, 일반 와인 따듯 코르크를 들어 올리면 끝. 오픈 후 병 입구에 남아 있는 밀랍 조각만 정리해 주면 된다. 

 

Weingut Hajszan-Neumann, Grüner Veltliner 2019  / 바인굿 하이싼노이만 그뤼너 벨트리너 2019 

짚 색 감도는 옐로 컬러. 탁한 기운이 살짝 느껴지는 듯 하지만 의식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울 정도로 맑다. 코를 대면 상큼한 레몬 스쿼시와 깔끔한 미네랄의 뉘앙스, 기분 좋은 스파이시함과 미세한 너티 힌트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입에 넣으면 가벼운 수렴성과 상쾌한 신맛이 시트러스를 거칠게 문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약간은 거친 느낌이 외려 자연스럽고 친근하달까.

미디엄 바디, 적당한 알코올(12%)... 다양한 음식과 함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다. 작년 10월 말쯤 세스크 멘슬의 샤퀴테리와 함께 마신 적이 있었는데 기가 막히게 어울렸었다. 다시 그렇게 마시고 싶은 생각이 간절할 정도.

 

이번에는 땅콩 호박과 모짜렐라 치즈를 토핑한 어머니표 김치전과 함께 마셨다. 이 역시 찰떡궁합.

 

노릇노릇 잘 부쳐진 김치전에, 쭈욱- 늘어나는 모짜렐라 치즈 토핑. 빨리 먹지 않으면 애들이 다 먹는다;;;;

 

 

Hubert et Heidi Hausherr "Copains Comme Raisins" 2018 / 위베르 에 하이디 하우저 "꼬팽 꼼 해쟁" 2018

매콤한 낙지볶음. 사실 비주얼만큼 맵진 않았지만, 그래도 매운 음식에는 와인 페어링을 피하게 된다. 매운맛이 와인 풍미를 다 잡아먹어 버리는 데다 잘 어울리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 하지만

wineys.tistory.com

그러고 보니 알자스의 'Copains Comme Raisins'도 이런 류의 와인이다. 가격도 저렴하면서 한식 포함 다양한 음식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을 잘 모르는 어르신들과도 함께 마실 수 있는 와인. 이런 와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둘 다 한독와인 수입.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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