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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와인

수입사 '디캔터(Decanter)' 와인 10종 시음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3. 8.

정 대표님이 좋은 기회를 주셔서 열 가지 '디캔터' 와인들을 시음했다. 정식 테이스팅이라기보다는 음식과 함께 맛보며 의견을 교환하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바이어스가 있다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당연히 와인을 뱉지도 않았기 때문에 뒤로 갈수록 노트가 짧아진다. 취기가 올랐다는 얘기...-_-;;; 하지만 기록은 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적어 둔 내용을 바탕으로 가볍게 남기기로 했다.

 

Domaine Saumaize-Michelin, Saint-Veran 'Les Creches' 2018

은근하지만 명확한 오크 터치에 짭쪼롬한 미네랄, 허브, 섬세한 흰 핵과, 서양배, 파인애플 아로마에 은은한 바닐라. 전반적으로 상당히 달콤한 향이지만 입에서는 섬세한 시트러스 산미가 하늘하늘 길게 이어지며 드라이한 인상을 남긴다. 시간이 지날수록, 온도가 조금 올라갈수록 더욱 풍미가 살아나는 느낌의 미디엄 풀 바디 와인. 

하필 첫 와인의 사진을 못 찍어서 떼샷에서 크롭;; 첫인상도 좋지만 마지막의 느낌은 더욱 좋은 와인이다. 엔간한 코트 도르의 빌라주들은 찜쪄먹을 만한 품질. 도멘 소메즈-미슐랭의 와이너리는 포도밭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 수확 직후 싱싱한 포도를 빠르게 운반할 수 있으며, 모든 와인을 작은 오크통(barrique)에 숙성한다고.


Castello Monterinaldi, Chianti Classico 2016  

향긋한 바이올렛 아로마에 라즈베리, 자두, 작은 붉은 베리와 체리 풍미가 곁들여지며 은은한 감초 뉘앙스가 복합미를 더한다.  입에 넣으면 촘촘한 타닌이 제법 존재감을 드러내며 새콤한 신맛이 틀을 잡아준다. 전반적으로 결이 곱고 선명한 붉은 기운이 도는 키안티 클라시코.  레스토랑에서 돼지 전지로 직접 생햄의 은은한 육향 및 뿌려진 후추와 아주 잘 어울렸다.

Castello Monterinaldi, Chianti Classico Riserva 2016 

기본급 키안티 클라시코보다 퍼퓨미한 아로마가 좀 더 우아하게 드러나며 검은 과일 풍미와 바디감이 좀 더 강하게 느껴진다. 둘 다 마음에 들지만 음식 페어링이라면 두툼하고 묵직한 고기나 소스가 강한 스테이크 등과는 리제르바를, 카르파쵸나 쇠고기 구이 같은 비교적 가벼운 고기 요리라면 기본급을 추천하고 싶다. 

 

그나저나 레이블이 참 마음에 든다. 

 

꼬부기... 디테일이 살아있는데 오묘하게 귀여워;;;;

 

로고는 더 귀여움 ㅋㅋㅋㅋ 배지나 버튼으로 만들어도 예쁠 것 같다♥

 

Principiano Ferdinando, arbera d'Alba 'LA Romualda' 2014

피노 누아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투명한 검붉은 루비 컬러. 바디 또한 미디엄 정도로 가벼운데 향긋한 붉은 꽃 향기와 앵두, 자두, 붉은 체리 풍미에 더해지는 약간의 숙성 부케가 매력을 더한다.  끝부분에 섬세하게 드러나는 달콤함 뉘앙스 또한 친근함을 더하는 매력 포인트. 전반적으로 섬세하고 은근하지만 좋은 구조감과 밸런스를 지녀 인상 자체는 확실하다. 

지난번 쇠고기 구이와 함께 마셨을 때도 참 좋았는데... 정말 수준급 바르베라인 것은 확실.

 

Domaine Monier Perreal, Saint-Joseph 2017

톡 쏘는 스파이스와 진한 정향 허브, 향긋한 바이올렛, 시나몬 캔디 & 은근한 누룽지 사탕 향기가 코를 대는 순간 즉각적으로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편안한 질감과 약간의 미티함, 그리고 잘 잡힌 구조감이 느껴진다. 지금 바로 즐기기에 딱 좋은, 직설적인 매력이 있는 시라. '테레 블랑슈'와 비교하면 살짝 러프한 느낌이지만, 그건 둘을 비교하니까 그런 거지, 처음 마실 땐 전혀 느낄 수 없었다.

Domaine Monier Perreal, Saint-Joseph 'Terre Blanche' 2017

기본급 생 조셉보다 조금 더 절제되고 단정한 인상. 우아한 꽃향기가 은은하게 감돌며 입에 넣으면 군더더기 없는 매끄러움이 느껴진다. 살짝 닫힌 듯도 하지만, 현재로서도 충분히 매력적인 와인. 하지만 중-장기 숙성 잠재력 또한 충분해 보인다. 

 

Domaine Courbis, Saint-Joseph Les Royes 2015

매콤한 스파이스와 후추, 자두, 라즈베리 풍미, 그리고 초콜릿 뉘앙스. 단정하게 각 잡힌 구조감에 매끄러운 질감이 마음에 든다. 코에서는 잘 몰랐는데 입에 넣으니 약간의 코르키 힌트가 느껴지는 듯. 멀쩡한 상태였다면 더 보여줄 것이 많았을 것 같은데 아쉽다.

 

Domaine Louis Cheze, Saint-Joseph 'Anges' 2009

너무 반가웠던 루이 셰즈 생 조셉 앙쥬. 그런데 런닝 빈티지가 2009라니... ㅎㄷㄷ 세월의 힘으로 오크 풍미는 곱게 잦아들었고 은근한 붉은 꽃 향기와 붉은 베리 풍미가 편안해진 신맛, 둥글둥글한 타닌과 함께 친근하게 다가온다. 지금 마시기 넘나 좋은 와인이라 그야말로 술술 드링킹 한 듯.

 

Domaine Louis Cheze, Condrieu 'Breze' 2011

생 조셉 2009빈에 이어 콩드리유 2011빈이라니... 보통 5년 내에 마시는 게 좋다는 콩드리유지만, 이 2011빈은 너무나 명쾌하게 맛있었고, 아름다운 향을 피워냈다. 짭쪼롬한 미네랄과 구수한 뉘앙스, 아아주 미세하지만 침엽수림에 들어온 듯 맑고 개운한 느낌. 입에서는 완숙한 핵과 풍미가 코어를 형성하며 드라이한 미감이지만 달콤한 여운을 남긴다. 이렇게만 변화한다면 콩드리유도 충분히 셀러링 할 만할 것 같다. 내가 묵힌 건 이렇게 안 되던데... 역시 생산자가 문제인가;;;;

 

Domaine Jamet, Condrieu 'Venillon' 2018

노오란, 그린 휴가 살짝 비치는 진한 골드 컬러. 향긋한 아카시아 꽃과 영롱한 미네랄, 완숙했지만 물컹하지 않은 날 선 핵과 풍미, 잘 익은 서양배, 약간의 시트러스 (껍질) 같은 뉘앙스. 전반적으로 캔디드 하지는 않으면서도 완숙한 과일 자체의 풍미가 쨍하게 드러난다. 이걸 초반에 마셨다면 정말 할 말이 많았을 듯... 

정말 즉각적으로 훌륭한 와인임을 알 수 있는 품질이지만, 2-3년 정도만 더 지난다면 훨씬 편안하게 마실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물론 이건 내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다. 쨍하고 영한 와인을 좋아한다면 지금이 훨씬 즐거울 지도.

 

디캔터의 와인들은 정말 뭐 하나 흠 잡을 데가 없다. 그리고 함께 먹은 보타르가의 음식들도 더할 나위 없었음.

오랜만에 좋은 와인들과 정찬을 즐겼다. 좋은 기회를 주신 대표님께 감사를.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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