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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위스키·브랜디·리큐르·기타증류주

홈텐딩을 위한 최적의 럼, 플랜테이션 3 스타스 & 오리지날 다크(Plantation 3 Stars & Original Dark)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3. 9.

내 인스타 사진을 내가 퍼오다니...

처음 구매한 럼, 플랜테이션(Plantation). 플랜테이션은 학창 시절 지리(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열대/아열대 기후의 저개발 국가의 넓은 땅과 노동력에 개발국 혹은 다국적 기업의 자본이 침투해 이루어진 대규모 농장을 의미한다. 아마도 원료를 과거 대규모 사탕수수 농장에서 수급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은 듯. 개인적으로는 열강의 침략이나 자본의 착취 등과 연결된 이미지라 별로 선호하는 이름은 아니다.

 

럼(Rum)은 사탕수수에서 설탕 등을 만들고 남은 당밀 등을 사용해 만든 증류주다. 17세기 카리브해에서 성행한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농업과 영국 혹은 네덜란드 등에서 들여온 증류 기술이 결합해 만들어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사탕수수 잔여물로 만든다고는 해도 달콤한 술은 아니다. 당분은 거의 다 알코올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으니까. 다만 사탕수수 특유의 향이 제법 드러나 달콤한 뉘앙스가 있다. 오크 숙성을 제대로 하면 그로 인해 (달싹한) 풍미가 더해지기도 한다.  

럼은 크게 화이트(white), 골드(gold), 다크(dark) 세 가지로 나뉜다. 라이트(light), 미디엄(medium), 다크(dark)로 부르기도 한다. 이를 숙성 정도에 따른 구분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대체로는 그게 맞다. 하지만 세 가지 구분은 공식적인 것이 아니며, 숙성 연한도 법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 따라서 캐러멜 색소 등으로 컬러만 흉내 내는 것도 충분히 가능. 하지만 아래 거론할 메이저급 생산자들의 럼은 각 카테고리의 성격을 드러내는 잘 만든 럼이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듣보잡 럼을 만난다면 주의할 필요는 있다.

사실 처음 럼을 사려고 마음먹었을 때 눈에 들어온 브랜드는 하바나 클럽(Havana Club)과 레헨다리오(Legendario)였다. 바카디(Bacadi)는 너무 유명하다 보니 외려 안 땡겼달까... 이놈의 반골 기질;;; 앞에 언급한 럼들은 대체로 다 구하기도 쉬웠다. 남대문은 물론 이마트 등 대형 마트에서도 쉽게 눈에 띄고, 심지어 GS25 스마트 오더를 통해서도 구할 수 있다. 가격도 기본급 화이트/골드/다크 럼들은 3만 원 초 중반 정도 가격으로 비슷하다.

 

 

Plantation Rum

Discover Plantation rums, which are the « Grands Crus » of rum from the Caribbean.

www.plantationrum.com

그런데 굳이 플랜테이션 럼을 구매한 이유는 용량 때문이다. 가격 자체는 비슷한데 용량이 1L니까 용량을 생각하면 가성비가 좋은 셈. 게다가 주류 카페 및 각종 주류 서적의 평가가 나쁘지 않다. 바텐더들이 가장 선호하는 럼 중 하나라던데, 아마도 이건 마케팅적 수사일 가능성이 높겠지만. 평도 괜찮고 양도 많으니 안 살 이유가 없다. 어차피 니트(neat)로 즐기기보다는 칵테일 베이스로 사용할 가능성이 더 높으니까. 특히 날이 더워지면 럼 베이스 칵테일을 많이 마시게 될 것 같아서 덕용 포장 큼지막한 댓병으로 구매했다.

플랜테이션 럼을 생산하는 메종 페랑(Maison Ferrand)의 소유주이자 마스터 디스틸러 알렉상드르 가브리엘(Alexandre Gabriel)은 1989년 오래된 코냑 증류소 중 하나인 코냑 페랑(Cognac Ferrand)을 인수하면서 증류주 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1990년대부터 그는 캐리비안 해의 주요 럼 생산지를 샅샅이 조사해  플랜테이션 럼을 탄생시켰다. 15년 이상 럼 만들기에 헌신한 결과, 그는 2012년 골든 럼 배럴 어워드(the Golden Rum Barrel Awards)에서 올해의 마스터 럼 블렌더(Master Rum Blender of the Year)로, 미국증류협회로부터 올해의 디스틸러(Distiller of the Year)로 선정되었다. 메종 페랑은 럼과 코냑 외에 진(Citadelle Gin)도 생산한다.

 

플랜테이션은 프랑스인 소유 답게 테루아(terroir), 즉 생산지의 특성이 드러나는 것을 중요시한다. 캐리비안 해 다양한 지역에서 버번 캐스크에 숙성 럼을 선별해 프랑스로 가져와 프렌치 오크에서 추가 숙성 후 병입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다른 기후, 다른 오크에서 숙성함으로써 복합적인 풍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게다가 코냑 생산자라는 이점을 살려 일부 럼은 코냑을 숙성했던 통에 추가 숙성한다.

 

내가 산 럼은 기본 엔트리 급 두 종. 바 클래식(the bar classics) 레인지라고 하는 것들이다.

 

Plantation 3 Stars / 플랜테이션 3 스타스

완전히 투명한 컬러의 화이트 럼.  코를 대면 잘 익은 과육과 달콤한 흑설탕, 화사한 꽃 향과 약간의 구수함, 바닐라 힌트가 가장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입에 넣으면 은은한 단맛과 부드러운 질감 덕에 의외로 부담 없이 쓱 넘어가서 놀랐다. 도수가 높긴 하지만 걸리는 것도 없고 맛도 깔끔해 생각보다는 편안하게 마실 수 있달까. 가벼운 바디와 목 넘김 후 은은하게 감도는 허브 뉘앙스가 니트로 마시기에도 부담이 없다. 니트로 처음 마시는 라이트 럼이 이 정도로 마음에 들다니, 의외다.

 

바르바도스(Barbados), 자메이카(Jamaica), 트리니다드(Trinidad) 세 곳에서 생산한 럼을 블렌딩해서 만든다. 바르바도스는 트윈 칼럼 스틸과 폿 스틸로 증류해서 숙성하지 않은 럼, 자메이카는 포트 스틸로 증류 후 숙성하지 않은 럼, 트리니다드는 칼럼 스틸로 증류 후 2-3년 숙성한 럼을 사용한다. 바르바도스는 풍부하고 균형 잡힌 맛, 트리니다드는 섬세함, 자메이카는 구조감을 더한다고. 여기에 자메이카의 10년 숙성 럼을 살짝 더해 맛을 내는 것 같다. 캐러멜 색소는 사용하지 않으며, 외려 숙성한 럼의 경우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색소를 제거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리터 당 6g 당분 첨가(dosage). 알코올 함량 41.2%. 헤밍웨이가 사랑한 다이키리(Daiquiri) 칵테일에 최적이라고.

 

Plantation Original Dark / 플랜테이션 오리지널 다크

연둣빛이 살짝 감도는 브라운 앰버 컬러. 따르면서 이미 파인애플이나 바나나 같은 노란 열대 과일 풍미가 화사하게 피어난다. 코를 대니 체리나 자두 같은 붉은 과일 향과 시나몬, 정향 같은 스위트 스파이스 힌트도 드러나는 듯. 뭔가 달콤한 듯하면서 이국적인 스파이스와 오묘한 뉘앙스가 있는데 쉽게 설명을 못 하겠다. 입에 넣으면 심플 시럽 같은 직접 적인 단맛과 함께 말린 과일 같은 밀도 높은 풍미. 그리고 한 모금 두 모금 마실 수록 입안이 마르는 듯 드라이한 뉘앙스와 가벼운 쌉쌀함이 느껴진다.

3 스타즈가 처음부터 끝까지 깔끔하고 맑은 느낌의 친구 같다면, 오리지널 다크는 처음엔 훨씬 더 화사하고 달콤한 인상이었다가 뒤로 갈수록 흑심(?)을 드러내는 겉과 속이 다른 친구 같다. 아, 물론 싫다는 얘긴 아니고... 느낌을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얘기. 맛있는 거 린정. 

 

트윈 칼럼 스틸과 폿 스틸로 증류해 1-3년 숙성한 바르바도스 럼과 폿 스틸로 증류해 10-15년 숙성한 자메이카 럼을 프랑스에서 블렌딩해 나무통에서 3-6개월 숙성해 만든다. 0.1% 이내의 캐러멜 색소를 쓰며, 리터 당 15g의 당분을 첨가한다. 알코올 함량 40%. 역시 다양한 칵테일 기주로 최적. 참고로 좀 전에 다크 앤 스토미 기주로 개시했는데, 오묘한 풍미가 있다 했더니 그게 바로 오리지널 다크 특유의 맛이었다. 자기주장이 강한 스타일인 듯.

두 종류 모두 마음에 들어서 은근 자주 사용하게 될 것 같다. 여름까지 안 남아나는 거 아닐까...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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