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터스(Bitters)는 칵테일이나 기타 드링크, 과자나 음식 등에 향미를 추가하기 위해 사용하는 착향료다. 보통 용담(gentian), 퀴닌(quinine), 시트러스 껍질 등 향신료 추출물로 쌉쌀한 맛과 향을 낸다. 초기에는 건위제, 강장제, 소화제 등으로 많이 활용되었으나 요즈음에는 거의 칵테일 첨가제로 사용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장 대표적인 비터스는 앙고스투라 아로마틱 비터스(Angostura Aromatic Bitters)다. 칵테일계의 감초 같은 존재로 많은 레시피에서 '앙고스투라 비터스 1~2대시'라는 표현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소개하는 페이쇼드 비터스(Peychaud's Bitters)는? 앙고스투라 비터스에 비해서 좀 더 가볍고 아니스 향이 명확히 드러나며, 단맛과 향긋한 꽃 향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역시 유명하지만 앙고스투라 비터스만큼 널리 사용되지는 않는 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상당히 많이 사용하는 듯하다. 확실치는 않지만 '미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비터스'라고 소개하는 곳도 보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사제락(Sazerac) 칵테일 때문이 아닐까.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래된 클래식 칵테일로도 일컬어지는 사제락은 페이쇼드 비터스의 탄생과 맥을 같이 한다. 페이쇼드 비터스 자체는 1830년대 앙투안 페이쇼드(Antoine Peychaud)라는 약사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집안은 당시 프랑스 식민지였던 현재의 아이티(Haiti)에서 미국 뉴올리언스로 이주했는데, 지인들을 위해 브랜디에 페이쇼드 비터스를 첨가해 만든 칵테일이 바로 사제락 칵테일의 시초다.
이후 사제락 커피 하우스(Sazerac Coffee House)의 운영자인 세웰 테일러(Sewell Taylor)가 1850년대 자신이 독점 수입하던 사제락 코냑(Sazerac de Forge et Fils Cognac)과 페이쇼드 비터스로 레시피를 규정했다. 그리고 1869년 사제락 커피 하우스, 1873년 페이쇼드 비터스를 인수한 토마스 H. 핸디(Thomas H. Handy)는 코냑을 라이 위스키로 변경하고 압생트를 추가한 레시피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많이 쓰이고 있는 바로 그 레시피의 원형이다. 개인적으로는 첫 사제락 칵테일을 라이 버전으로 할 지, 코냑 버전으로 할 지, 둘을 섞은 버전으로 할 지 고민 중이다.
사제락 외에 페이쇼드 비터스가 쓰이는 유명 칵테일은 뷰 카레(Vieux Carre) 정도다. 그런데 이건 베네딕틴(Benedictine D.O.M.)이 필요하잖아ㅠㅠ 그러니 그야말로 사제락의, 사제락에 의한, 사제락을 위한 비터스라고 아니할 수 없다. (혹시 페이쇼드 비터스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 레시피 있으면 추천받습니다!!!)
어쨌거나 위스키와 코냑, 그리고 클래식 칵테일 러버라면 페이쇼드 비터스를 안 사고는 못 배기지 않겠는가. 덕분에 팔자에 없던 압생트(Absinthe)도 샀... 사제락 칵테일을 '제대로' 한 번 만들어보고 싶으니까. 바로 나처럼.
현재 사제락 컴패니는 버팔로 트레이스(Buffalo Trace) 포함 9개의 증류소를 운영하고 있는 거대 기업이다. 하지만 그 역사에 있어 사제락 칵테일과 페이쇼드 비터스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여전히 페이쇼드 비터스를 생산하고 있고.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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