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신규 수입하는 나파 밸리(Napa Valley) 와인 3종을 처음 맛보게 되었다.
주인공은 키버 빈야드(Keever Vineyards).
잘 모르는 와인이었지만 나파 밸리 와인이라는 얘기는 들었기에
일단 기본 품질은 갖췄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검색을 해 봤더니 대박이다.
와인메이커가 바로 셀리아 웰치(Celia Welch).
2008년 Food & Wine Magazine이 올해의 와인메이커로 선정했으며
스태글린(Staglin Family Vineyard)을 비롯해 부켈라(Buccella), 제이 데이비스(J. Davis), 실버라도(Silverado Vineyards) 등
명성 높은 와이너리의 와인들을 만들어 온 저명한 와인메이커다.
캐리어에 등장하는 와인들만 봐도 ㅎㄷㄷㄷ
예전에 취재했던 하이디 바렛(Heidi Barrett)과 함께 나파 최고의 여성 와인메이커 중 하나로 꼽힌다고.
일단 와인메이커 만으로도 기대감을 한껏 고무시킨다.
키버 빈야드는 1999년 빌 & 올가 키버(Bill & Olga Keever) 부부에 의해 설립된 비교적 신생 와이너리다.
부부 외에 딸(Ashley)과 아들(Jason)이 경영에 참여하여 순수 가족들의 힘으로 운영되고 있다.
나파밸리 욘트빌(Yountville)의 돌이 많은 경사지(rocky hillside)에 21에이커(약 8.5 ha)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 중 포도밭은 6.5에이커(약 2.63 ha)로 돌이 섞여 배수가 잘 되는 양토(loam)이다.
이 포도밭에서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샤르도네(Chardonnay)를 재배한다.
설명만 봐도 생산지역과 포도밭의 토질 또한 포도 재배에 이상적인 환경임을 알 수 있다.
키버 빈야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자세한 정보들이 소개되어 있으니 참고.
경리단길에 위치한 쇠고기 전문점 호왕에서 질좋은 쇠고기와 함께 키버 빈야드 와인들을 마셨다.
테이스팅 보다는 실제 음용하는 것 처럼 음식과 함께 편안하게 즐기는 컨셉.
레드 와인만 수입하시는 줄 알았는데 화이트 와인도 있었다.
나파밸리의 소비뇽 블랑... 개인적으로 흥미로워하는 오크 풍미를 입힌 소비뇽이다.
뉴질랜드의 프루티한 소비뇽이 지배하는 한국 시장에서는 비교적 희소한 타입이니.
고기가 구워지는 동안 식전주로 가볍게 한 잔.
Keever Vineyards, Sauvignon Blanc Napa Valley 2014
백레이블 또한 열대과일 풍미와 함께 아삭한 산도와 청량함을 갖춘 아로마틱하고 프루티한 와인이라고 설명하고 있음.
실키하고 신선한 질감에 드라이한 맛과 풀 바디를 지녀 한여름 오후에 즐기거나 디너의 첫 코스와 페어링하기 알맞다고.
본격적으로 고기 등장.
예쁘게 구워서,
먹음직하게 잘랐으니,
레드 와인이 등장할 차례.
수입되는 레드 와인은 두 종이다.
다양한 보르도 품종들을 블렌딩한 인스피라도(Inspirrado),
그리고 키버 빈야드의 아이콘 와인인 까베르네 소비뇽.
인스피라도 먼저 오픈.
상태가 아주 훌륭하다.
이어서 카베르네 소비뇽도 미리 오픈했는데 역시나 코르크 상태가 아주 깔끔했다.
온도 또한 셀러에서 막 꺼내 오신 터라 딱 마시기 알맞은 정도였음.
Keever Vineyards, Inspirado 2011 Napa Valley
붉은 꽃 향기가 은은하게 피어나며 시나몬과 정향, 블랙커런트, 자두, 새콤한 체리 아로마.
입에 넣으면 매콤한 스파이스와 민티함이 가볍게 감돌며 완숙한 과일 풍미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어준다.
튀지 않는 알콜(14.2%)에 부담스럽지 않은 미디엄풀 바디이지만 꼿꼿한 구조가 존재감을 어필한다.
시간이 지나며 잘 익은 후지 사과 같은 달콤하고 향긋한 여운이 살아나 매력을 더한다.
Keever Vineyards, Cabernet Sauvignon 2013 Napa Valley
바닐라향이 화려하게 곁들여진 블루베리, 블랙베리, 프룬 등의 검은 과일 아로마.
밀키한 뉘앙스에 시나몬 캔디의 향이 더해져 마치 고급스러운 디저트를 마주한 느낌이다.
메인 요리와 곁들여질 와인에서 이런 감정을 느끼다니 조금 오묘하지만,
실제론 메인에 걸맞는 품격과 풍미를 지닌 와인인 건 확실하다.
입에 넣으며 블랙커런트, 블랙커런트, 블랙커런트... 그리고 곁들여지는 민트.
까베르네 소비뇽의 교과서라고 해도 될 만큼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풀 바디에 탄탄한 구조와 완벽한 밸런스, 촘촘하지만 부드러운 타닌.
목넘김 후 감도는 모카 피니시가 정점을 찍는 매력적인 와인이다.
'인스피라도'도 충분히 좋은 와인이지만 풍미의 밀도와 구조감,
질감과 여운 등 거의 모든 요소에서 차원이 다르다고 느낄 정도로 훌륭하다.
카베르네 소비뇽 93.5%를 중심으로 말벡(Malbec 4.5%)과 카베르네 프랑(2%)이 소량 블렌딩되었다.
알코올 볼륨이 14.9%인데 하나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풍미의 밸런스가 훌륭하다.
인스피라도와 카베르네 소비뇽의 백 레이블.
정말 꼭 다시 만나고픈 와인들이다... 쇠고기랑은 뭐 말할 필요도 없고.
모퉁이 우나 투뿔등심 등 괜찮은 쇠고기 취급하는 곳에 갈 때마다 생각날 듯 하다.
20160804 @ 호왕(이태원)
개인 척한 고냥이의 [와인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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