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대단히 익숙한 조합인 '맥주 + 샷'으로 만드는 칵테일, 아이리시 밤(Irish Bomb).
보통 우리가 '양폭'이라고 부르는 보일러 메이커(Boilermaker)의 변형 칵테일이다. 맥주를 따르고, 샷잔에 다른 술을 부어서 퐁당- 빠뜨리는 류의 칵테일. 술맛이 복합적으로 변하는 것 외에 시각적 효과로 인한 분위기 업에 좋다.
아이리시 밤은 아이리시 카 밤(Irish Car Bomb) 또는 아이리시 밤 샷(Irish Bomb Shot), 아이리시 슬래머(Irish Slammer), 더블린 드롭(Dublin Drop)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사실 이 칵테일의 가장 대중적인 이름은 '아이리시 카 밤'이다. 그런데 포스팅 제목을 아이리시 밤으로 한 이유는 아이리시 카 밤이라는 이름이 북아일랜드 공화국군(IRA)과 영국 정부가 갈등했던 시기의 차량 폭탄 테러에서 따 온 것이기 때문이다. 아픈 역사를 담은 이름이고, 누군가에겐 실례가 되는 이름이기 때문에 가급적 쓰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니 아일랜드 바에 가서 아이랜드 칵테일 시킨답시고 아이리시 카 밤을 시키는 것은 절대 금기다. 마치 베트남에 가서 미국 폭격기 이름에서 따온 B-52를 시키지 않는 것이 예의인 것과 같다.
아이리시 밤은 오뚜기 회장님이 애정하는 칵테일로 유명하단다. 식품회사 사장님이라 그런지 다른 회장님들하고는 입맛이 좀 다르신 듯ㅋㅋㅋㅋ 오리지널 레시피는 샷잔에 아이리시 위스키와 아이리시 크림을 반반씩 넣지만, 나는 베일리스 + 칼루아 조합을 선택했다. 도수를 좀 낮추고 싶었고 깔루아와 베일리스는 제법 잘 어울리니까.
- 재료: 아이리시 스타우트 1캔 (330ml), 베일리스 1/2oz (15ml), 깔루아 1/2oz (15ml)
- 가니시: 없음
- 제조법: 빌드 (build,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재료들을 직접 글라스에 넣어 칵테일을 만드는 방식)
파인트 잔에 맥주를 따른 후 샷잔에 깔루아와 베일리스를 담아 그대로 넣어주면 완성. 샷잔 넣을 때 튀어나오는 스타우트를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그 튀는 모습이 또 매력이기도.
기네스 거의 백만 년 만인 듯. 대학 다닐 땐 정말 귀하고(?) 비싼(??) 맥주였는데 요즘은 그냥 4캔 만원, 6캔 만원 맥주 중 하나일 뿐 ㅋㅋㅋㅋㅋㅋ
일단 노닉 파인트에 기네스 맥주를 예쁘게 따른다. 서징 될 때가 멋있는데 사진을 잘못 찍는 바람에...ㅠㅠ
샷잔에 깔루아와 베일리스를 채울 차례. 어차피 투하해서 섞을 거라 그냥 넣으면 되지만, 플로팅 칵테일 연습도 할 겸 베일리스는 바 스푼을 이용해 넣어봤다.
너무 왈칵 쏟아부었더니 베일리스 위로 깔루아가 섞였....-_-;;;
그래도 일단 층이 지긴 했다^^;; 사실 이 윗단에 그랑 마니에르(Grand Marnier)만 얹으면 대표적인 플로팅 칵테일인 B-52가 된다. 위에서 설명한 대로 그닥 내키지 않는 이름이지만 조주기능사 시험 레시피 중 하나이니 만들어는 봐야겠지. 조주기능사는 국가 공인 자격증인데, 가능하면 칵테일 이름을 바꾸거나 다른 플로팅 칵테일 레시피로 교체하는 게 어떨까 싶다.
샷 투하!!
베일리스, 깔루아와 기네스가 마블링되는 모습이 제법 멋지다ㅋㅋㅋㅋ 역시 우리에게는 소폭 양폭의 피가 흐르고 있...
그런데 샷을 넣는 순간 베일리스의 크림/우유의 단백질 성분과 맥주의 산이 만나 바로 응고하기 시작한다. 사실 맛에는 큰 상관이 없지만 그닥 아름답진 않아 보이니 가급적 빨리 마시는 것이 좋다.
질소 거품 덕에 원래도 부드러운 스타일인 기네스 맥주가 베일리스와 깔루아를 만나 한 층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 게다가 베일리스 크림의 고소한 맛과 깔루아의 커피 뉘앙스가 더해지기 때문에 풍미 또한 훨씬 복합적이다. 부담스럽지 않게 알코올 함량이 높아진다는 것도 포인트. 심심할 때, 맨날 같은 스타우트만 먹기 지겨울 때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칵테일이다. 물론 샷잔 없이 그냥 리큐르들만 추가해도 맛은 똑같다. 설거지 거리도 줄고. 샷잔 투하는 기분 내고 싶을 때만 하면 된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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