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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위스키·브랜디·리큐르·기타증류주

보드카도 수제(?)가 있다! 티토스 핸드메이드 보드카(Tito's Handmade Vodka)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1. 8. 16.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2.8만 원에 구입한 티토스 핸드메이드 보드카(Tito's Handmade Vodka).  동 머그가 함께 들어있는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동 머그는 보기만 해도 파블로프의 개 마냥 '모스코(Moscow Mule)' 칵테일이 떠오른다는...

 

그런데 보드카가 핸드메이드라니, 뭔가 좀 어색하다. 하지만 2019년 미국 판매량 1위, 2020년 포브스(Forbes) 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드카 3위'라는 수식어를 보면 혹할 수밖에 없다. '전통적인 팟 스틸(pot still)로 만들어 상 받은 미국 보드카'라는 문구 위에 팟 스틸 이미지도 친절하게 넣어놓았다. 전반적으로 레이블 이미지는 구린 편(...)이지만 그래서 왠지 품질은 더 좋을 것 같다는 아이러니한 느낌적인 느낌.

 

 

What’s in the Bottle?

"I was raised that if you are going to do something, do it right, do it better than anyone else, and charge a reasonable price." -Tito

www.titosvodka.com

티토스 보드카 홈페이지에서도 바로 그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신들은 보틀을 있어빌리티 있게 만드는 데 돈을 쓰는 대신 보드카 자체에 집중한다는 것. 레이블도 1994년 창업주가 직접 그린 걸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부드러운 보드카를 만들기 위해 100% 옥수수만을 사용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글루텐 프리'다. 전통적인 팟 스틸을 이용해 여섯 번 증류해 순수하고 부드러운 맛을 이끌어내며, 매 배치마다 맛을 평가해 최상의 품질을 유지한다. 마치 싱글 몰트나 코냑을 만드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출처 : titosvodka.com

티토스 핸드메이드 보드카를 만드는 피프스 제너레이션(Fifth Generation Inc.)은 1995년 버트 '티토' 베버리지(Bert 'Tito' Beveridge)가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Austin)에 설립했다. 집안 이름부터 음료라니 천직이네;; 회사 이름인 피프스 제너레이션은 그의 집안이 미국에 정착한 지 5대째가 되었다는 의미로 지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6대째였다고;;; 보드카의 이름인 '티토스'는 그의 이름인 버트에 스페인어로 '작은'이라는 의미의 접미사 '~ito'를 붙인 베르디토(Bertito)에서 따온 애칭인 '티토(Tito)'를 그대로 붙인 것이다. 한마디로 자신의 별명 이름을 건 보드카. 전체적인 스토리가 상당히 아기자기하고 구수한 느낌이다.

티토는 원래 지질학을 전공하고 관련 업종에 종사했었지만, 곧 실증을 느끼고 당시 활황이었던 모기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이 역시 적성에 안 맞았던 모양. 하지만 뜻밖에도 그 시기에 친구들에게 선물할 플레버드 보드카(flavored vodka)를 만든 것이 그를 증류 업계로 이끌게 되었다. 그가 만든 플레버드 보드카 역시 그닥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는데, 사람들은 하나같이 '스트레이트로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목 넘김이 부드러운(smooth) 보드카를 만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남겼다. 그때까지 증류라고는 1도 몰랐던 그는 용감하게도 직접 보드카를 증류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90년대 초중반이었던 당시는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 근처 도서관에 가서 책을 뒤져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자료가 상당히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쌔비 판 결과 금주법 시절의 증류기 사진들을 구할 수 있었고, 그를 토대로 만든 증류기가 바로 위 사진과 같다. 그리고 주변인들을 만족시킬 만한 레시피가 나올 때까지 실험을 반복했다. 그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보드카를 모조리 사서 가장 맛있는 것 두 가지를 선택하고, 그가 만든 보드카와 비교했다. 그리고 그가 만든 보드카가 꾸준히 그 둘을 이겼을 때, 자신의 레시피를 확정했다.

 

출처 : titosvodka.com

이제 남은 것은 증류소를 세우는 일. 이를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지만, 그에게 자금을 빌려주겠다는 은행도 투자자도 없었다. 놀랍게도 당시 텍사스에는 증류소가 하나도 없었고, 관련 법도 미비한 상태였다. 증류소를 세우더라도 그의 보드카를 사 줄 유통업자를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당연히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해외에 나가 돈을 벌고, 자신의 신용카드 19장-_-;; 을 이용해 8.8만 달러의 돈을 모았다. 그렇게 해서 설립한 텍사스 최초의 합법적 증류소가 바로 티토스 핸드메이드 보드카를 생산하는 모킹버드 증류소(Mockingbird Distillery)다.

처음에는 1인이 운영하는 마이크로 디스틸러리(micro-distillery)였다. 원 맨 밴드도 아니고ㅋ 이후 그는 밤에는 증류소에서 먹고 자며 보드카를 만들었고, 낮에는 만든 보드카를 팔러 동분서주했다. 그의 보드카의 품질을 알아본 추종자들을 모으는 데 8년이 걸렸고, 현재 그의 증류소는 가장 성공적인 마이크로 디스틸러리 중 하나가 되었다. 

 

 

Love, Tito's

Turning Spirits into Love & Goodness

www.titosvodka.com

그의 증류소는 사회공헌사업에도 관심이 많다. 열정적인데 착한 친구ㅎㅎ 아예 홈페이지의 대 메뉴 중 하나를 공익사업으로 할당해 놓았을 정도. 기금 마련을 위한 물품도 팔고 있는데 제법 예뻐서 구미가 당길 정도. 그가 기르는 개 스텔라(Stella)가 증류소 근처를 떠돌던 유기견 출신인데, 그 때문인지 유기동물 보호 사업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 수입사에서도 유기동물 보호를 위해 수익의 일부를 기부한다고. 광고 대신 이런 공익사업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니, 마이크로 디스틸러리로서는 상당히 효과적이면서도 바람직한 방향을 설정한 것 같다.

 

박스 뒷면에는 유기동물보호를 위한 기부 안내 외에도 간단한 칵테일 레시피가 함께 담겨 있다.

 

다들 보드카:주스=1:3의 비율로 쉽게 만들 수 있는 롱 드링크들이다. '모스코 뮬'을 '아메리칸 뮬(American Mule)'로 개명(?) 한 것이 포인트. 미국 보드카니까 노새도 미국 노새 ㅋㅋㅋㅋ

 

박스 개봉. 동 머그의 디자인이 제법 괜찮다.

 

사진으로는 잘 안 드러나는데 약간 로제 핑크 빛이 감도는 게 제법 예쁘다.

 

예전에 모스코 뮬 만들 땐 동 머그가 없어서 그냥 스뎅 머그에 했었는데, 이제 제대로 만들 수 있겠네 ㅎㅎ

 

한 가지 불안한 것은 중국제라는 것. 손 세척만 하라는 걸 보니 코팅이 벗겨질 위험이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식품용'이라는 로고를 믿어도 되겠지?

 

목에는 원뿔형 태그가 둘러져 있다. 온갖 촌스러운 요소는 다 갖추고 있... ㅋㅋㅋㅋ 그래도 상당히 정감 있다.

 

글루텐 프리 인증.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증류하고 병입.

 

유기동물 구조 및 보호를 목적으로 한 사이트 홍보까지. 

 

 

Vodka for Dog People

We started Vodka for Dog People to rescue and protect the animals that have come into our lives, many of whom now thrive alongside us at our distillery and office.

www.titosvodka.com

온라인 판매 물품 수익은 모두 유기동물 보호를 위해 쓰인다고 하니, 참 좋은 회사 인정이다.

 

과연 맛은 어떨지? 일단 스트레이트로 마셔보자. 스트레이트로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보드카를 지향한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스트레이트로 즐기기엔 넘나 차갑다. 모스코 뮬 만들 생각에 냉동실에 때려 넣은 것이 실수였다. 한 잔 마셔 보고 넣는 건데. 후회해도 이젠 늦었...ㅠㅠ

따를 때부터 꿀렁한 것이 넘나 차가워서 알코올 부즈만 강하고 향이 잘 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입에 한 모금 넣었더니 착 감기는 느낌에 상당히 부드럽게 술술 넘어간다. 입에서 쩝쩝거리며 맛을 봐도 알코올이 튀거나 하지 않으며, 넘기고 나서도 이게 40도가 맞나 싶을 정도로 부담이 없다. 오, 이 정도면 나 같은 보드카 쪼렙도 스트레이트 쌉가능!

 

이제 모스코 뮬, 아니 아메리칸 뮬을 만들어 보자.

 

동 머그에 얼음을 절반보다 조금 더 채우고 라임 웨지의 흰색 부분을 도려낸 후 살짝 즙을 짠 후 그대로 넣는다. 

 

보드카를 45ml 넣은 후 진저비어로 풀 업. 분다버그 진저비어를 쓰면 좋겠지만, 아쉬운 대로 마켓컬리에서 구매한 진저비어를 썼다. 아무래도 여름이 가기 전에 분다버그 한 박스 주문해야 할 듯.  

한 모금 꿀꺽 마셔 보니, 으아- 늦더위가 싸악 가시는 기분이다. 동 머그 특유의 시원함은 물론이고, 진저비어와 라임의 풍미 또한 훨씬 잘 살아나는 느낌.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만들었던 모스코 뮬 보다 더 풍미가 좋은 것 같다.

사실 보드카가 기주인 칵테일에서 보드카는 알코올 도수를 담당하는 것 외엔 별 것 없다. 그런데 사실 칵테일은 술이니까, 알코올 도수를 맡는다는 게 술을 술답게 만들어 주는 거다. 그리고 아무리 보드카가 무색 무미 무취의 술이라고 하더라도 사실 보드카마다 조금씩 다른 개성이 존재한다. 바로 옥수수만을 사용해 여섯 번 증류해 달콤한 풍미와 부드러운 질감을 살린 티토스 핸드메이드 보드카처럼.

참고로 이 포스팅은 100% 내돈내산이다. 관계자로부터 땡전 한 푼 받은 거 없다. 게다가 나는 보드카를 그닥 선호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극찬 일색인 이유는, 맛과 품질, 그리고 스토리와 회사의 활동 등 모든 것에 감동했기 때문이다.

 

보틀 뒷면에는 티토의 자서전 요약본(?)이 적혀 있다. 이분 최소 설명충ㅋㅋㅋㅋㅋ 근데 일관성이 있으니까 귀엽다(?). 

 

티토스 핸드메이드 보드카는 현재 미국 시장 1위이고 전 세계 150여 개 나라에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나도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처음 존재를 알게 되었으니까. 앞으론 한국에서도 잘 됐으면 좋겠다. 맛과 품질은 물론 가격 경쟁력도 충분한 좋은 보드카니까. 치어스!

그나저나 저 동 머그 활용할 칵테일을 조금 더 찾아봐야겠다. 일단 위스키 줄렙이랑 하이볼, 다크 앤 스토미, 쿠바 리브레 등이 우선순위가 되겠군.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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