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의 모든 것(Gin 300)>이라는 책에서 처음 보고 관심을 갖게 된 크래프트 진, 십스미스(SIPSMITH). 발음을 좀 주의해야 할 것 같다-_-;;;. 그런데 이게 한국에 수입되고 있었다!
일단 환상적인 분위기의 레이블부터 눈길을 확 잡아끈다. 인스타 시대에도 잘 어울리는 감각. 이 레이블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예쁜 레이블 뒷면에는 사용한 보타니컬들이 그려져 있다. 뒷면까지도 허투루 두지 않은 거다.
레이블도 예쁘지만 캡슐 마감을 밀랍으로 한 것도 마음에 든다. 자체 제작한 병에는 로고와 브랜드가 양각이 되어 있다. 병만 봐도 감탄이 나오는데 어찌 안 살 수 있겠냐고... 한국에서는 커스터마이징 된 병을 만드는 게 상당히 비용이 많이 들고 어렵다고 들었는데 외국의 크래프트 양조장/증류소들은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걸까. 한국에는 이렇게 커스터마이징 된 병을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 걸까?
백 레이블에는 그들의 증류 철학이 적혀 있다. 그들은 명문장가(wordsmith)처럼 모든 걸 홀짝일 만한 것으로 만드는 걸 사랑하는 사람들이라 이름도 십스미스(Sipsmith)라는 것.
그리고 십스미스 홈페이지에 병입일을 확인할 수 있는 메뉴가 있다. 위 사이트에서 'LDG/00000'형태의 배치 넘버를 입력하면 병입일을 알려주는데, 내 보틀은 2017년 10월 25일.
이런 사람들이 만드니까 레이블부터... ㅋㅋㅋ 하지만 이 진이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예쁜 레이블 때문만은 아니다. 술을 제대로 만드니까 인기가 많은 것. 십스미스 디스틸러리는 2007년 샘 갤스워시(Sam Galsworthy)와 페어팩스 홀(Fairfax Hall)이라는 마티니를 좋아하던 두 친구가 네그로니 파티에서 자레드 브라운(Jared Brown)이라는 주류 전문가를 만나 의기투합하면서 시작됐다. 그들의 사업은 시작하면서부터 위기에 봉착했는데, 그들은 300리터 증류기로 사업을 시작하려 했지만 당시 법으로는 최소 증류기 사이즈가 1,800리터를 넘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열정적인 탄원으로 법이 바뀌었고, 그들이 진-네상스(gin-aissance)라고 부르는 스몰 배치 크래프트 진의 시대를 열었다.
그들은 2009년 3월 14일(화이트 데이!) 그들의 첫 증류기인 프루덴스(Prudence)와 함께 최종 레시피를 완성하고, 십스미스라는 브랜드로 진을 출시했다. 시장의 반응이 좋았는지 2012년에는 수출을 시작하고, 2014년에는 증류소를 현재 위치인 런던 서쪽 치스윅(Chiswick)으로 확장 이전했다.
십스미스는 품질에 타협이 없는 소량 생산 크래프트 진을 추구한다. 영국산 밀 증류주(English wheat spirit)와 엄선한 보타니컬(botanicals)만을 사용하며, 증류 후 농축이나 스피릿 투입을 통한 강화를 하지 않는다고. 보타니컬은 증류 전날 저녁 스피릿과 함께 증류기 안에 넣어 14시간 정도 침용(maceration)해서 풍미를 확실히 끌어낸다. 그들의 최상급 진인 V.J.O.P.는 3일까지도 침용한다고. 증류는 섭씨 80도에서 이루어지며, 증류액은 헤드(heads)와 테일(tails)을 엄격히 커팅해 본류(hearts)만 사용한다.
십스미스는 런던 드라이 진(London Dry Gin) 외에도 프리미엄 라인업 V.J.O.P. Gin(A Very Junipery Over Proof gin)과 슬로 진(Sloe Gin)이 유명하다. 슬로진은 몰라도 VJOP는 한 번 마셔 보고 싶은데...
또한 레몬, 오렌지, 딸기, 커피 등을 이용한 다양한 진을 생산하는데, 심지어 알코올 프리(alcohol-free) 제품도 있다. 요건 한국에 안 들어오나... 한국에서도 반응이 좋을 것 같은데. 들어오면 나도 구매 각.
자신들이 생산한 다양한 진을 이용한 칵테일 레시피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시험 삼아 진토닉 레시피를 살펴봤는데 여기도 토닉 워터는 피버 트리를 추천한다. 그런데 진과 토닉의 비율은 1:3... 베르타스 리벤지 밀크 진(Bertha's Revenge Milk Gin)의 1:4보다 좀 독하다 ㅋㅋㅋㅋ
빨리 저 밀랍 봉인을 오픈하고 싶은데, 같은 주류를 3병 이상 동시 오픈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마시지 못하고 있다. 20%쯤 남은 마틴 밀러 진(Martin Miller's Gin)을 어서 비우고 요 녀석을 마셔야지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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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6.16) 빨리 마시려던 십스미스 진을 3년 만에야 맛보게 되었다.
결론은 완전 취저. 눈에 띈다면 꼭 구입하시길.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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