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트 위스키 2종 @그라츠(Graz)

이제는 익숙해진 간판, 교대역 6번 출구 부근의 위스키 & 와인 바, 그라츠(Graz). 

 

공동구매와 위스키 시음회 때문에 여러 번 방문했었는데, 바에 앉아서 마셔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칵테일 한 잔 마셔보기로.

 

물론 오늘도 공구 보틀을 찾으러 간 거긴 했다. 작년 6월에 위스키 사랑 카페에서 공구했었던 블랙애더(Blackadder). 공구 참여 인원에 한해서 칵테일이나 위스키를 마시면 공구 품목이었던 블랙애더 2종 중 하나를 선택해 시음할 수 있는 혜택도 준다고.  

 

공구 보틀을 수령하고 뭘 마실까 메뉴판을 보고 있는데, 황급히 칵테일 메뉴를 떼어 가신다. 오늘은 바텐더 분이 자리를 비우셔서 올드 패션드나 진 토닉 같은 간단한 칵테일 말고는 주문이 어렵다고. 어허 통재라... 아쉬운 대로 궁금했던 위스키 중 하나를 골랐다.

 

위스키가 나오길 기다리며 바 구경.

 

그라츠의 백 바에는 뭔가 독특하고 희귀한 위스키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보틀들을 충실히 구비해 놓았다. 굳이 메뉴판을 볼 필요 없이 바를 보다가 즉흥적으로 궁금한 보틀을 주문해도 좋을 듯. 

 

꿩 대신 닭(?)으로 선택한 보틀, 아란 마크리 무어(Arran, Machrie Moore). 

 

피트 향을 입힌 몰트로 만든 캐스크 스트렝쓰 위스키로, 칠 필터링과 컬러링을 하지 않았다.

 

아란(Arran)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

아란은 10여 년 전 위스키 라이브 서울(Whisky Live Seoul)에서 처음 본 후 관심이 있었는데, 작년에 다섯 가지 위스키를 시음해 보고 취향에 맞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래서 소테른, 아마로네, 포트 등 세 가지 캐스크 피니시(Cask Finish)를 사 두었는데, 언제 마시게 될지는 요원하다...-_-;;

 

마크리 무어의 피팅 레벨은 20PPM. 처음에 200PPM으로 잘못 봐서 깜짝 놀라고, 테이스팅 할 때 피트 향이 강하지 않아서 다시 깜짝 놀랐다. 다시 보니 20이었다는... 어쩐지 ㅋㅋㅋㅋ

 

Arran Distillery, Machrie Moor Single Malt Scotch Whisky
아란 디스틸러리 마크리 무어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

밝고 가벼운 노란 열대 과일과 상큼한 레몬 필이 상쾌한 첫인상. 피트 뉘앙스가 의외로 강하지 않아 백 레이블을 다시 보니 20ppm... 입에 넣으니 비로소 구수한 피트 내음과 가벼운 베이컨 힌트가 은은하게 드러난다. 상당히 젠틀한 느낌의 피트로, 나 같은 핏찔이도 쉽게 마실 수 있는 수준이다. 가볍게 톡 쏘는 스파이스와 깔끔하게 떨어지는 피니시까지 마음에 쏘옥 드는 피티드 위스키. 

10여 년 전엔 분명 피트가 강할수록 좋아했었는데, 요즘은 한 잔 다 마시기도 힘들다. 그런데도 피트에 대한 미련까지는 놓지 못하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위스키인 듯. 어디 좋은 가격에 나온 거 눈에 띄면 꼭 사야겠다.

 

블랙애더 2종 중에는 뭘 마실까 하다가 키메라(Chimera)를 골랐다. 로얄 브라클라는 구입한 보틀인데, 어차피 오픈하려면 오래 걸릴 거라 먼저 맛을 볼까 살짝 고민했지만, 그래도 마셔 볼 기회가 없을 수도 있는 보틀을 선택하는 게 맞는 것 같아서.

 

Blackadder, Chimera Blended Malt Scotch Whisky
블랙애더 키메라 블렌디드 몰트 스카치 위스키

붉은 구릿빛 컬러부터 셰리의 느낌이 강하게 든다. 코를 대면 예상한 대로 꾸덕한 과일 풍미와 드라이한 오크 뉘앙스, 말린 살구, 정향, 감초, 짭조름한 미감. 셰리 캐스크만 사용한 것 같진 않지만, 역시 셰리의 인상이 도드라지는 느낌. 꾸덕함이 피니시까지 긴 여운을 남기는 밸런스가 좋고 안정감 있는 위스키. 상당히 맛있게 마셨다. 

사실 시음주는 15ml를 주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주인장께서 깜빡하고 30ml를 주셨다고^^;; 덕분에 아주 느긋하게 한 잔을 음미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원래 블랙애더는 싱글 캐스크(single cask) & 캐스크 스트렝쓰(cask strength)를 원칙으로 하는 독립 병입자이지만, 키메라는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다. 하지만 키메라 역시 캐스크의 개성을 최대한 살린 위스키다. 사용한 캐스크들의 넘버가 레이블에 명기돼 있기 때문에, 각각의 배치 별로 다른 개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두 병 모두 아주 마음에 들었다. 덕분에 꿀꿀했던 기분이 조금은 풀린 느낌.

 

조만간 또 오겠습니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