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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와인

라꾸쁘 재패니즈 다이닝 팝업(La Coupe Japanese Dining Pop-up) 후기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2. 3. 14.

오랜만에 방문한 라 꾸쁘(La Coupe). 다양한 와인과 위스키를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힙한 다이닝 바다. 대관 등을 통한 팝업 행사에도 매우 적합한 공간.

 

 

라꾸쁘 다이닝 팝업 예약 : 윈스멘 UneSemaine

[윈스멘 UneSemaine] 와인 강의와 베스트 페어링 큐레이션 경험을 제공합니다.

smartstore.naver.com

이번 재패니즈 다이닝 팝업(Japanese Dining Pop-up)은 라 꾸쁘의 양진원 대표가 제자(!)들과 함께 직접 기획했다. 단골들의 기대가 대단했는지 오픈런 했는데도 예약을 못할 뻔했다는... 정말 엄청난 인기였다. 

 

웰컴 드링크는 진 토닉. 집에서는 주로 라임 진 토닉을 마시는지라 레몬 진 토닉은 오랜만이었다. 

 

무려 포 필라스 네이비 스트렝쓰 진(Four Pillars 58.8 GIN Navy Strength)을 사용했다. 명쾌하고 깔끔하면서도 부드럽고 우아한 느낌. 요 진도 언젠가 한 번 사게 될 것 같은데... 알쓰라 언제가 될지는;;;

 

감태 육회, 버섯 폼 수플레, 안키모 타르트. 차례로 풍미를 즐기니 기부니가 좋더라.

 

광어 카르파쵸. 아래 깔린 것은 단맛의 오이 주스, 위에 얹어진 것은 세발나물. 원래는 달래를 올리려 했는데 이런저런 이슈로 세발나물이 되었다고. 위에 올라앉은 잎사귀 모양을 보니 '개구리 왕눈이'가 떠올랐는데, 메뉴 소개에서는 모네의 '수련 연작'을 언급하고 있었다능.... 터, 털썩.

 

맞춰서 서빙된 술은 알리고테(Aligoté) 품종의 와인. 와인 이름인 'Qu'est-ce que c'est Aligoté?'는 '알리고테가 뭐야?'라는 뜻이다. 알리고테는 부르고뉴의 화이트 품종인데, 샤르도네(Chardonnay)보다 한 수 아래인 마이너 품종으로 취급된다. 주로 크레망(Cremant)이나 저렴한 화이트 와인을 양조할 때 사용된다. 하지만 최근엔 수준급 생산자나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이 알리고테 품종으로 흥미로운 와인들을 제법 만들고 있는데, 이 와인도 그런 것들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다. 

 

Famille Moutard, Qu'est-ce que c'est Aligoté? 

생산자를 보니 모멘텀에서 수입한 와인인 듯. 아쉽게도 빈티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린 와인 특유의 밝고 화사한 느낌을 강하게 풍기고 있었으므로, 최근 출시된 와인일 듯. 깨 볶는 듯 강한 리덕션 풍미와 함께 상큼한 청포도, 완숙 사과, 시트러스, 자두, 서양배 등 과일 풍미가 제법 풍성하게 드러났다. 알리고테 하면 연상되는 날카로운 산미가 상당히 다듬어진 느낌으로 생각보다 부드러운 미감 덕분에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광어 카르파쵸와의 페어링도 역시 굿.

 

미소 클라리피에 유바 롤. 얇은 두부피인 유바에 특제 소를 넣은 롤에 미소 닭 육수를 부어 감칠맛을 더한 요리다. 중간의 해장용으로 아주 적당했음.

 

들기름 수란 꼬시래기... 였는데 꼬시래기 또한 세발나물이 대체했다. 가쓰오를 넣어 달인 육수에 노른자가 익지 않은 수란, 들기름에 이르기까지 와인과 페어링 하기 어려운 재료들이 총출동했다. 

 

도전적인 음식과의 페어링 와인은 Domaine de la Grans'Cour, Fleurie Cuvee Vieilles Vignes Le Clos 2019. 개인적으로 내추럴 보졸레를 참 좋아하는데 이렇게 만나니 더욱 반가웠다능. 특유의 검은 체리와 잘 익은 검붉은 베리 풍미가 콜라나 닥터 페퍼 같은 오묘하고 달콤한 향신료 뉘앙스와 매력적으로 어우러진다. 수란 요리와도 잘 어울렸지만,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위의 유바 롤 미소 닭 육수와의 페어링. 함께 마셨더니 왠지 모르게 오향장육이 떠올랐다...

 

 

내추럴 보졸레 : Marcel Lapierre, Yvon Metras, Jean Foillard, Domaine de la Grand'Cour, Les Bertrand

어쩌다 보니 모으게 된 다섯 종의 내추럴 보졸레. 선구자적 생산자부터 비교적 최근에 명성을 얻고 있는 생산자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다섯 생산자 모두 알음알음으로 엮여 있고, 이미 많은 애

wineys.tistory.com

예전에 2018 빈티지를 마셔봤는데 참 마음에 들었던 와인이다. 또 사고 싶은데 시중에 보이질 않아...ㅠㅠ

 

오늘의 메인 디시가 담긴 가마솥.

 

가쿠니 가마메시. 일본식 장조림인 부타가쿠니를 듬뿍 올린 솥밥이다. 

 

비주얼부터 장조림인데... 맛도 장조림이 연상됐다능. 돼지갈비 먹고 남은 소스에 밥을 비빈 것 같은 느낌도 살짝. 조개와 두릅으로 끓인 장국은 아주 시원하고 좋았다.

 

곁들인 술은 문배술 23도와 그리스 특산주인 우조(Ouzo of plomari). 명확한 아니스 풍미가 의외로 가마메시와 잘 어울렸다. 그러고 보니 사제락 린스를 우조로 하는 것도 괜찮을 듯?

 

디저트로 나온 흑마늘 아이스크림 모나카. 상당히 오묘한 맛이지만, 모나카 껍데기의 고소함과 기가 막히게 어우러졌다. 매우 만족스러웠던 디저트. 저 껍데기 사고 싶다... 고 생각했는데 온라인에서 살 수 있다고. 구매 각!

 

마지막 디저트 와인, Château Rombeau, Rivesaltes Ambré 2008. 오렌지 필, 금귤, 조청이나 갱엿 같은 뉘앙스가 있지만 전혀 끈적이거나 질척이지 않는다. 졸인 밤 같은 구수함과 캐러멜 같은 달콤함, 꽃술 같은 향신료, 계피 사탕, 브라운 치즈. 과하지 않은 산화 뉘앙스는 화룡점정. 상당히 선호하는 타입의 디저트 와인이다. 다시 만나고 싶네. 그리고 08 빈티지도 여전히 이렇게 생생하다면, 09 빈은 마음 놓고 더 저장해도 될 것 같다.

 

 

루시옹으로의 초대(2) –뱅 두 나튀렐(VDN), 그리고 바뉼스 - 와인21닷컴

루시옹(Roussillon)을 대표하는 와인 스타일 중 하나가 바로 주정강화와인이다. 프랑스 남부지방의 뱅 두 나튀렐(VDN)은 포트, 마데이라, 쉐리와 함께 세계적으로 유명한 주정강화와인으로 손꼽힌다

www.wine21.com

리브잘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위 아티클 참고.

 

리스트가 아주 흥미롭다. 와인만으로 구성되지 않은, 다양한 주류의 향연. 내가 추구하는 페어링과 결이 같다. 또 이렇게 많이 배운다.

 

라 꾸쁘는 현대빌딩 골목에 위치하고 있어 지하털 안국역에서 아주 가깝다. 지나다 들러도 좋고, 친구와 함께 방문해도 좋고, 함께 뭔가를 도모하기에도 좋은 곳.

 

20220313 @ 라 꾸쁘(안국역)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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