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목

고기가 맛있다는 청담동 길목. 

 

청담역 3번 출구 근처 외진 골목에 있다.

 

뭐, 맛있다는 돼지 여러 번 먹어봤고, 그중 감동한 적은 손가락으로 꼽기에 '돼지가 맛있어 봐야 얼마나 맛있겠어...' 했는데 진짜 맛있더라. 손가락 안에 들어가게 되었음.

 

투뿔 목살, 오겹살, 껍살(항정살에 껍질이 붙어 있는...) 세 가지를 마셨는데 오겹살만 평범한 수준이었고 투뿔 목살과 껍살은 대존맛. 다음에 또 가면 두 가지만 조지게 될 것 같다. 

 

굽는 야채 메뉴에 표고버섯, 꽈리고추, 대파가 있는데 꼭 시켜야 한다. 마지막에 된장라면과 된장 술밥을 적당히 시켜서 마무리하면 완벽함. 먹고 마시느라 사진은 찍을 생각도 못했네.

포스팅을 남겨야 하나... 싶을 정도로 사진이 없지만, 그래도 기록해 놓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이 집의 또 다른 좋은 점은 콜키지 프리라는 것. 원하는 술을 맘껏 마셔도 된다. 막잔이지만 와인잔도 있음.

 

우리가 가져간 와인. 사실 샴페인과 리브잘트가 한 병씩 더 있었다. 그냥 퍼마셨기에 기록을 남기긴 좀 애매한데, 그래도 다들 좋았었기 때문에 이름이라도 남겨두어야 한다는 생각에 가볍게 적어보기로.

과하게 산화돼버린 Ideology를 제외하면 모두 만족스러웠다. 특히 19 Crimes가 예상외로 선전. 마지막에 술 취하고 마시기 딱 좋았다. Zuccardi Q Malbec은 비교적 섬세한 과일맛이 돋보이는 스타일이었고 카베르네 소비뇽과 말벡을 절반씩 섞은 Rutini는 조금 더 복합미가 드러나는 타입. 

사진에 없는 Champagne Monopole Heidsieck & Co. Blue Top Brut NV는 얼마 전에 마셔 봤던 녀석. M. Chapoutier, Rivesaltes 1999는 정말 궁금했던 녀석인데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 맛이다. 가지고 있는 1982는 안심하고 셀러링 해도 될 듯. 2병 있으니 조만간 한 병 마실 생각이긴 하지만. 

 

많이 기대했던 오리건 피노 누아, Nicolas Jay, Pinot Noir 2016 Willamette Valley. 부르고뉴의 네임드 생산자 Jean-Nicolas Meo와 음악 산업에서 큰 성공을 거둔 피노 누아 애호가 Hay Boberg가 함께 설립한 와이너리인데, 당연히 평이 좋다. 가격도 비싸고... 노트를 적어두진 않았지만, 향을 맡고 입에 넣는 순간 부르고뉴 빌라주 급 이상의 퍼포먼스가 느껴졌다는 건 확실하다. 눈에 띄면 좀 사 두고 싶은데... 제대로 마셔 보고 싶다. 

 

내가 가져간 와인 두 병. 펫낫은 일찌감치 낙점이었고, 다른 한 병은 뭘 가져갈까 하다가 화이트 와인을 골랐다.

 

펫낫은 Hubert et Heidi Hausherr에서 만든 것.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 집의 와인이 개인적으로는 참 편안하고 좋다. 풍미도 내 취향에 맞고 가격도 내 바운더리 안에 있다. 펫낫은 처음 마셔봤는데 역시나 마음에 들었다.

Hubert et Heidi Hausherr "Copains Comme Raisins" 2018 / 위베르 에 하이디 하우저 "꼬팽 꼼 해쟁" 2018

Copain Comme Raisons도 새 빈티지가 나왔을 텐데.. ㅅㅎ이에게 물어봐야 하려나.

 

Hubert et Heidi Hausherr, Aussitot Bue 2019. 역시 노트는 안 적어놨지만 내가 펫낫에서 기대하는 적당한 꿈꿈한 복합미와 상큼한 신맛, 적당한 과일 풍미가 잘 드러난다. 그런데 버블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은 편이었는데 보틀 베리에이션인지 원래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Leeuwin Estate, Prelude Vineyards Chardonnay 2018 Margaret River. 역시 르윈 에스테이트는 실망시키지 않는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토스티 바닐라 오크 뉘앙스가 완숙 과일 풍미와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모인 사람들 모두 호평 일색. 눈에 보이면 또 사얄 듯.

 

Leeuwin Estate, Prelude Vineyards Cabernet Sauvignon 2013 / 르윈 에스테이트 프렐루드 빈야드 카베르네 소비뇽

개인적으로는 3~7년 이내에 빠르게 마시기엔 아트 시리즈보다 프렐루드가 더 나은 것 같다. 그냥 맛있는 게 아니라 품격도 충분한 수준이랄까. 물론 장기 숙성을 했을 때는 다른 문제일 수 있는데, 10년 이상 장기 숙성한 아트 시리즈 샤르도네/카베르네 소비뇽을 마셔 보질 못했으니... 아트 시리즈 카베르네 소비뇽 2017은 10년 이상 숙성해 볼 예정.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