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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냥의 취향/음식점

@스시이젠(鮨いぜん)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2. 10. 10.

이제 네 번째 방문하는 스시 이젠(鮨 いぜん). 올 때마다 만족스러워서 과음을 하게 되는 부작용이...

 

 

@스시이젠(鮨 いぜん)

세 번째로 찾은 스시이젠(鮨 いぜん). 항상 방문한 날 다음 예약을 잡는 곳이다. 그런데 올해는 12월까지 예약이 꽉 찼다고;; 내년 예약이라도 미리 잡아놓을까 하다가 10월에도 방문 예약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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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엔 단짝들의 외도(?)와 병치레로 인해 다른 멤버들과 방문했었는데, 오늘은 다시 평상시의 3인조로.

 

음식을 기다리며 샴페인부터 한 잔.

 

부르고뉴의 네임드 생산자 올리비에 르플레브(Olivier Leflaive)가 설립한 샴페인 하우스 발렌틴 르플레브(Valentin Leflaive). 한국어 발음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 살짝 고민했는데(발렁탕? 밸렁땅?) 대부분 발렌틴으로 적고 있길래 나도 그냥 발렌틴으로.

 

샹파뉴의 대표적인 샤르도네(Chardonnay) 산지인 꼬뜨 데 블랑(Cote des Blancs)에서도 가장 명성 높은 그랑 크뤼 마을 중 하나인 오제(Oger)에 설립 부띠끄 샴페인 하우스다. 르플레브는 최고급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한 가문이지만 고품질 샴페인에 대한 열망도 강했던 듯. 그리고 부르고뉴 출신답게 단일품종 퀴베를 생산하고 있다. 

 

발렌틴 르플레브는 레이블만 봐도 어떤 와인인지 알 수 있도록 레이블을 리뉴얼했다. 그리고 백 레이블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 멘 앞에는 포도 산지, 두 번째 숫자는 베이스 와인의 메인이 된 빈티지, 마지막은 도자주 양. 요 보틀은 르 메닐 쉬르 오제(Le Mesnil Sur Oger)  그랑 크뤼 포도를 100% 사용했고, 베이스 와인은 2015년 빈티지가 메인이다. 도자주는 리터 당 5g으로 익스트라 브뤼(extra brut) 기준을 충족한다. 추가적으로 데고르주멍 일자는 2020년 7월 1일. 

 

Champagne Valentin Leflaive, Le Mesnil Sur Oger Grand Cru 15 50 Extra Brut Blanc de Blancs 

푸른빛이 살짝 감도는 볏짚 컬러에 상당히 섬세한 거품. 향을 맡으면 은은한 이스트 향과 향긋한 꽃향기가 어우러져 섬세하게, 하지만 명확하게 드러난다. 입에서는 강렬한 산도가 입맛을 돋우며 몸에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노란 과일 풍미는 정제되어 차분하게 드러난다. 잘 짜인, 단정하고 고급스러운 샴페인.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의 샴페인. 아직 살짝 어린 느낌이라 몇 년 정도 셀러에서 숙성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다른 크뤼를 한 병 사서 셀러링 해 볼까 싶은 생각이 물씬. 

사실 이 샴페인은 매번 귀중한 사케를 나눠주시는 옆 테이블 분들께 보은(?!) 하기 위해 특별히 구매했던 것. 와인잔 너머로 슬쩍 보이는 분들이 바로 그분들인데... 만족하셨는지는 잘 모르겠다ㅠㅠ 이런 곳에서도 좋은 분들을 만나게 되다니, 인연이란 참 신기한 것.

 

음식 스타트.

 

전복.

 

도미..

 

졸복 튀김. 이후엔 거의 이름도 모르고 신나게 먹은 듯.

 

여지없이 옆 테이블에서 날아온 사케. 직구하신 귀중한 보틀인데 이렇게 매번 나눠주셔서 감사할 따름. 다음엔 아예 날자를 맞춰서 예약했다는^^;; 이것은 비정기 사케 클래스인가ㅋㅋㅋ

 

新政酒造, 龜の尾 2021

거북이 꼬리라니... 이름이 상당히 귀엽다. 홀로그램 레이블이 제법 고급스럽게 보이는 사케. 원랜 검은색 포장지로 감싸져 있어서 더욱 고급스러웠다. 처음 향을 맡고 한 모금 입에 물었을 땐 상당히 산뜻하고 가벼운 스타일인 줄 알았는데, 목 넘김 후에 남는 느낌은 제법 묵직하다. 단맛이 살짝 있는데 밸런스가 좋아서 그런지 달콤한 사케라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하는 스타일의 사케.

생산자인 아라마사 슈조(新政酒造)는 1852년 아키타현(秋田縣)에 설립된 상당히 명성 높은 양조장인 것 같다. 

 

사용 효모부터 용기까지 상세하게 기재한 백 레이블... 을 봐도 정미율 같은 거 말고는 뭔지 잘 모르는 게 문제ㅋ 거북이 꼬리는 주조호적미 이름이었구낰ㅋㅋㅋㅋ

 

위에 올린 허브가 제주도에서 나는 거라고 하셨는데... 뭐였더라.

 

두 번째 샴페인.

 

샴페인 도비의 프레스티지 뀌베, 플로르 익스트라 브뤼(Flore Extra Brut).

 

샴페인 도비(Champagne Dauby)는 1956년 기 도비(Guy Dauby)가 설립한 와이너리로 현재는 ‘기 도비’의 딸과 아내가 함께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그래서 뒤에 Mere & Fille가 붙은 듯). 설립 초기부터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우아하고 섬세한 샴페인을 만들려는 철학을 이어오고 있다. 소유한 포도밭 면적은 총 8헥타르로, 1개의 그랑 크뤼 포도밭과 3개의 프리미에 크뤼가 있다. 생산하는 품종은 피노 누아(Pinot Noir)와 샤르도네(Chardonnay)를 각각 50% 씩. 볼랭저(Champagne Bollinger)에 포도를 납품했으며 최고의 샴페인 평론가 중 하나인 히샤르 쥘랭(Richard Juhlin)으로부터 3스타를 받았을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는 RM(Recoltant Manipulant) 샴페인 하우스다. 연간 생산량은 4만 병.

도비의 상징은 양귀비 꽃이며, 딸의 이름은 꽃의 여신을 뜻하는 ‘플로레(Flore)’이다. 즉, 이 샴페인은 딸의 이름을 그대로 붙인 셈. 

 

Champagne Dauby Mere & Fille, Flore Extra Brut NV

14K 골드 컬러에 형광 연둣빛이 살짝 감도는 듯. 기포는 대단히 섬세하다. 구운 빵 같은 이스티함이 발렁탕 르플레브에 비해 훨씬 섬세하게 드러나며, 노란 과일 풍미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런 만큼 조금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 어쩌면 앞의 삼페인이 워낙 섬세하고 단정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프레스티지 퀴베 치고는 조금 세밀함과 우아함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살짝 아쉬운 기분...

병입 2차 발효 후 7년 동안 긴 숙성을 거친다.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를 절반씩 사용하며, 도자주 레벨은 5g/l 인 듯.

 

스시 이젠은 일반적인 스시도 맛있지만, 중간중간 내어주시는 요런 데마끼가 정말 꿀맛이다. 샴페인과의 페어링도 좋은 편이고. 

 

중간 해장.

 

소금을 살짝 곁들인 한치가 아주 맛깔스럽다.

 

생선 스시 연타... 술이 쭉쭉 들어간다.

 

다시 옆 테이블에서 넘어온 사케. 엇, 이건 지난번에 마셨던 사케랑 같은 하나아비(花陽浴)다. 이름이 넘나 특징적이어서 잊기 어려운 사케. 

 

아지트가 되어가는 오마카세 스시야, 스시이젠(鮨 いぜん)

만화 <바텐더>에서 그랬던가. 손님은 한 번만 와도 자기를 알아봐 주길 바라고, 두 번 이상 방문하면 단골이라고 생각한다고. 내가 딱 그런 상황ㅋㅋㅋ 두 번째 방문했지만 이젠 단골이 된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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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아비를 만드는 난요조조(南陽釀造)는 도쿄도 북쪽 사이타마현(埼玉県)에 위치한 최근 매우 핫한 양조장. 요 사케는 준마이다이긴조(純米大吟釀)급인데, 뒤에 붙은 히이레(火入れ)는 열처리를 했다는 뜻. 나마(生)의 반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히이레조차 나마에 가까워지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한다. 

南陽釀造, 花陽浴 純米大吟釀 火入

지난번에 마셨던 것처럼 화사한 노란 과일 향기가 드러나는 게 조금 더 톤 다운된, 정제된 느낌. 아무래도 열처리 사케이기 때문일까. 입안에서도 생동감이 조금 줄어든 대신 비교적 단정하고 깔끔한 맛. 역시 좋은 사케다.

 

잔 또한 얄상한 키무라(木村) 글라스. 그립감도, 입에 닿는 림의 느낌도 넘나 매력적인 것.

 

동행인이 애정하는 새우튀김 마끼. 이날은 프라이가 뜨끈한 상태로 나와서 색다른 느낌이었다.

 

참치 2연타.

 

새조개.

 

단새우.

 

2병으로 끝내려 했으나, 술이 모자라 옆 테이블의 귀인들과 함께 추가로 주문한 사케. 

 

신슈 키레이(信州 亀齢). 한국에도 애호가가 많다고. 사케 문외한인 나조차 인스타에서 몇 번 봤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레이블에 그려진 거북이 때문에 '금거북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사케라고 한다. 

 

사카야코리아에서 수입하는 거였구나... 반갑다. 

생산자는 나가노현(長野県)의 오카자키 슈조(岡崎酒造). 잘은 모르지만 어떤 포스팅을 보니 1990-2000년대의 주욘다이(十四代), 2010년대의 아라마사 슈조를 잇는 대표적인 생산자인 것 같다. 귀인들 덕분에 어마어마한 사케들을 만나는 귀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역시 사람의 인연이란....

 

岡崎酒造, 信州 亀齢 山田錦 大吟釀39

뒤에 붙은 숫자 39는 정미율일 듯. 상세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뭔가 배 같이 시원하고 달콤한 맛에 가벼운 미감, 그리고 알싸한 피니시가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맛으로만 보면 호인데 그 값을 내고 사 먹게 될지는 모르겠다는.

 

말똥성게 마끼. 질감이 좀 더 오독오독(?) 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장어 스시 한 점을 마지막으로,

 

소바.

 

맞다, 박꽂이가 있었지 ㅋㅋㅋㅋ 마지막을 시원하게.

 

더 시원한 아이스크림. 한 방울 떨어뜨린 들기름이 킥인데,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요렇게 나오는 걸 맛봤는데 넘나 좋아서 좋은 들기름을 구하면 꼭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이날의 샴페인도,

 

사케들도 넘나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사람들이었던 듯. 

 

20221005 @스시이젠(신용산역)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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