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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맥주

운좋게 프라이빗 투어! 교토 산토리 양조장(Suntory Brewary) 방문기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2. 12. 31.

오사카에 위치한 야마자키 증류소를 방문한 후 곧바로 부근에 위치한 산토리 브루어리를 방문했다.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방문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대성공.

 

한큐 교토센 오야마자키(大山崎) 역에서 한 정거장 거리에 위치한 니시야마텐노잔(西山天王山) 역에서 내려서 15분 정도 걸으면 갈 수 있다. 재미있는 건 한 정거장 거리인데 주소지가 야마자키 증류소는 오사카, 산토리 양조장은 교토라는 것.

 

야마자키 증류소에서 오야마자키역까지 10~15분, 니시야마텐노잔 역에서 산토리 양조장까지 10~15분 걸어야 하기 때문에 걷는 시간만 20~30분 정도 걸린다. 야마자키 증류소에서 산토리 양조장까지 걸어가도 45~5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체력이 있고 시간이 넉넉하다면 그냥 걸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나는 10시 증류소 방문 후 12시 15분 양조장 투어 예약 일정이었기 때문에 급한 마음에 기차를 타기로 결정.

 

 

산토리 맥주 공장 · 3 Chome-1-1 Choshi, Nagaokakyo, Kyoto 617-0844 일본

★★★★★ · 양조장

www.google.com

지도 참고.

 

기차가 아주 정겹다. 일본은 이곳저곳에 오래된 것과 새것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듯.

 

가는 길에 간단히라도 요기를 할까 싶어 샌드위치(?) 빵집에 들렀는데, 나름 유서 깊은 집인 듯. 하지만 시간 부족으로 결국 사놓고 먹지는 못했다. 숙소에 돌아가서 먹었는데 나름 괜찮은 맛. 

 

12월 말인데 길가에 꽃이 만발하다. 교토는 살기 좋은 곳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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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하나 지나니 산토리 교토 맥주 공장(サントリー 京都 ビール工場) 간판이 보인다.

 

옆은 맥주 저장통일 텐데 규모가 상당하다... 오오.

 

정문. 왼쪽에 안내소가 있고, 그 왼쪽으로 다시 방문객 센터가 있다. 멀리 보이는 대나무숲이 아주 절경인데 사진을 제대로 못 찍었네;;;

 

커다란 맥주 저장고가 줄기어 늘어서 있는 모습도 장관이다. 나중에 가이드 분이 높이가 얼마나 되는 것 같냐고 물어서 '20m?'라고 했더니 한 번에 맞췄다고 과장되게 놀라워하셨다ㅋㅋㅋㅋ 일본인 특유의 배려일까 ㅎㅎㅎ

어쨌거나 방문객 센터에 도착해서 투어 등록 확인을 했는데, 놀랍게도 해당 시간의 투어 예약자는 나밖에 없다고 한다. 놀란 나와 더욱 당황한 가이드... 하지만 투어는 캔슬하지 않고 진행한다고.

 

그리고 시작은 조용한 홀에서. 가이드 분이 자신은 영어가 서툴다며 웹사이트를 통해 코스마다 오디오 가이드를 듣는 것이 좋겠다고 권해 주셨다. 그래도 웬만한 말은 영어+일본어+바디랭귀지를 통해서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한 명의 고객에게 정말 친절하게 최선을 다해 주신 가이드 분께 진심을 담아 감사 인사를.

 

번역기를 돌리진 않았지만 대략 "맥주에 혼을 불어넣은 맥주 양조 가문"이라는 뜻인 것 같다.

   

산토리가 강조하는 것은 대략 세 가지 포인트인 것 같다. 그중 첫 번째는 바로 천연수(天然水).

 

일본 발음으로는 '텐넨수이(てんねんすい)라고 하는데, 교토뿐만 아니라 교토, 군마, 쿠마모토 아소 등 네 개 공장 모두 천연수를 사용한다고. 

 

가이드 분도 생산하는 모든 맥주에 천연수만 사용하는 생산자는 일본에서 산토리뿐이라며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맥주의 90% 정도가 물이니까, 좋은 물을 쓴다면 당연히 품질은 좋을 수밖에 없겠지.

 

물 이외의 재료 또한 최고급만 쓴다고.

맥아는 체코 근체에서 재배한 보리를 이용해 만든 다이아몬드 몰트를 써서 진한 맥아 풍미를 낸다. 홉 또한 유럽산 아로마 홉을 써서 은은한 쌉쌀함과 우아한 아로마를 추가한다.

 

사츠 홉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했던 듯.

 

물이 여과되며 깨끗해지는 모습. 여러 지층을 거치며 다중 필터링이 된다는 의미.

 

양조 프로세스를 설명하는 동영상. 포인트는 '더블 디콕션'과 '아로마 리치 호핑 메소드'.

 

더블 디콕션(double decoction)은 맥아즙(mash)을 당화하는 과정에서 두 번 끓여주는 방식인데, 이를 통해 별도의 외부 효소 없이 맥아 효소의 활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한다. 디콕션은 매싱은 특별한 장치가 필요하고 노동력도 많이 필요해 번거로운 방식이지만, 구수한 곡물 맛과 캐러멜라이즈드 되어 살짝 달콤한 풍미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위에서도 '리치 플래버를 얻을 수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고, 가이드 또한 일본어로 '우마미'라고 표현하는 감칠맛을 여러 번 언급했다.

 

두 번째는 아로마 리치 호핑 메소드(aroma rich hopping method). 아마도 드라이 호핑을 설명하는 것 같은데, 맥아즙을 끓이기 시작할 때 바로 홉을 넣어 장 시간 끓여줌으로써 고급진 씁쓸함을 얻고, 마지막에 고급 아로마 홉을 넉넉히 추가하여 향긋한 홉 향을 더하는 기법이다. 

 

해당 공정들이 차례로 일어나는 커다란 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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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중의 복도엔 발효 탱크가 재미있게 표현돼 있었다. 발효통에 맥주가 차오르는 모습을 귀엽게 표현했달까.

 

발표 탱크의 높이는 20m... 다양한 건축물/물건들과 키를 비교한 것도 귀엽다.

 

그리고 비교적 긴 발효/숙성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것이 바로 카미아와(神泡).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의 부드럽고 크리미 한 거품을 표현하는 용어라고.

 

요렇게 옆으로 누운 저장 탱크도 있다. 이 역시 길이는 20m.

 

요건 숙성 후에 진행하는 여과 장치.

 

병입장치. 정확히는 캐그용 병입 장치고,

요건 캔입용 장치. 요 장치도 상당히 중요한데, 캔에 있는 공기를 완전히 빼고 맥주를 주입해야 산화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1시간에 생산하는 양이 어마무시했는데,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그리고 마지막 블루 카펫을 건너며 맥주에 혼을 불어넣은 사람들을 만나고 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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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맥주 캔에 맥주가 차오른다.

 

세계 최고봉의 맥주...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살짝 오글거리긴 하지만, 자신의 맥주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았다는 생각이 든다.

 

요렇게 투어를 마치고,

 

준비된 버스를 타면,

 

빈 케그와 배송을 준비 중인 캐그들을 볼 수 있다.

개중엔 다른 회사의 캐그들도 섞여 있었는데, 일본도 한국처럼 표준화된 용기들을 제조사들 간에 공유하는 듯.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방문자 센터 안에 위치한 시음장. 

 

아름다운 경관을 바라보며 맛있는 맥주들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한국에는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프리미엄 필스너' 단 한 종만 수입되고 있지만 좀 더 상급 맥주인 '마스터스 드림'도 있고, 최근에는 '에일'도 출시되었다.

 

일단 앉기 전에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프리미엄 필스너부터 한 잔 가득.

 

요 전용잔 가지고 있었는데... 추억이 새록새록.

 

전경과 함께하니 더욱 좋구먼! 타는 갈증에 반 잔을 꿀꺽꿀꺽 마셔버렸다.

 

그리고 요렇게 맥아와 홉 필렛을 함께 두어서 그 풍미를 즐길 수 있게 해 놓았다.

 

몰트는 직접 먹어 봐도 되는데 마치 구운 빵이나 누룽지처럼 구수하면서도 감칠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홉 필렛은 경험이 많지...^^ 

 

그리고 안주 삼으라고 함께 준 크랏츠 에다마메 맛. 요게 참 맛있었다. 사이즈도 딱 맥주 1~2캔 마시기에 적당하고. 기프트 샵에서 팔고 있던데 안 사온 게 후회막급. 한국에서 검색해 보니 42g 1봉지에 2천 원이 넘던데, 그래도 사 볼까 싶은 마음이...

 

한 잔을 다 비우고 나면 세 가지 맥주를 테이스팅 글라스에 따라 준다. 아쉽게도 전날 편의점에서 에일과 마스터스 드림을 사서 에일은 마시고 마스터스 드림은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상황-_-;;; 이럴 줄 알았으면 사지 않았을 텐데...(털썩)

하지만 마스터스 드림은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는 무여과 버전이라고 해서 나름 위안을.

 

어쨌거나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의외로 기본급 프리미엄 필스너. 왜냐 하면 은은한 과일 향에 가장 신선하고 깔끔한 느낌이라 여러 잔도 무난히 마실 수 있는 음용성이 탁월하기 때문.

 

셋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한 잔을 추가로 마실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

내가 선택한 것은 마스터스 드림. 읭? ...이 아니라 요건 한국에서 맛볼 수 없는 거니까.

 

산토리 더 프리미엄 몰츠 마스터스 드림 무여과 버전은 컬러부터 살짝 짙은 금색이다. 더 농밀한 질감에 쌉쌀한 맛도 강하고, 입에 남는 여운 또한 강렬하다. 

 

딱 한 잔만 마신다면 이쪽이 옳은 선택. 

 

요 부드러운 가미가와 만큼은 집에서는 절대 만들어낼 수 없는 거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가이드 님이 뭔가 재미있게 생긴 물건을 가져오셨다.

 

그러더니 캔을 하나 따서 잔을 3/4 정도 채운 후,

 

맥주가 1/4 정도 남은 캔에 요 녀석을 붙여서 세운 후 버튼을 누르면, 

 

저 물건이 미세한 진동을 일으키며 풍성한 거품을 만든다고.

 

잔에 따르는 걸 보니..

 

제법 풍성한 거품이 올라앉는다.

 

그래도 전용 서버에서 따라낸 정도는 아닌 듯. 

 

2012년 한국 프리미엄 몰츠 시음회에 참석해 배웠던 캔 따르는 법으로 따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산토리에서 생산하는 다름 음료들도 간단히 시음하고 긴 투어를 마무리했다. 정성을 다해 주신 가이드 분께 다시 한번 감사 또 감사!

 

기프트 샵에 갔는데 가미가와 생성기도 팔고 있었다. 기념품샵 사진도 이것저것 찍어볼걸... 기분이 너무 좋은 나머지 정줄을 놓아 버리는 바람에 사진을 거의 안 찍었네;;; 요거 외에도 교토 공장 한정 전용잔 등 다양한 기념품을 팔고 있었지만, 나는 그냥 마실 수 있는 걸 사기로.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마스터스 드림 무여과 버전 6캔을 샀다.

산토리 맥주 공장은 교토/오사카를 여행할 계획이라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곳. 맥주를 사서 안주와 함께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한 번 더 방문할 가치도 있을 것 같은데... 갓 만든 신선한 맥주를 마신다는 건 정말 최고의 경험이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곳은 따로 마련하지 않은 듯.

 

 

강추! 야마자키 증류소(Yamazaki distillery) 방문

오사카-교토 여행 중 반나절 짬을 내 방문한 야마자키 증류소(山崎 蒸溜所). 산토리 양조장 방문과 함께 여행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일정이었다. 산토리 야마자키 증류소 · 5 Chome-2-1 Yamazaki, Shimam

wineys.tistory.com

산토리 양조장 방문 예정이라면 야마자키 증류소와 묶어 하루에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돌아오는 길에 있던 절은 이름이 참 안락하구나. 이름이... 안락사?

 

20221221 @ 산토리교토비루공장(교토)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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