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후 처음 방문하는 요수정.
대흥역 6번 출구에서 도보 2분 거리, 2층에 있다.
왼쪽에 붙어 있는 블루리본들. 근데 여긴 리본이고 자시고 그냥 맛있는 곳이다.
예전보다 확실히 깔끔해진 내부. 너무 탁 트여서 독립적인 느낌이 덜 드는 게 살짝 아쉽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확실히 좋다.
오늘은 우리술 한식 팝업. 여윽시 짱짱한 라인업... 요수정은 팝업도 장난 없다.
술안주용 추가 메뉴도 매우 훌륭하다. 우리술 메뉴 또한 간단명료하지만 좋은 술들로 가득하다.
우리가 가져온 술들. 원소주는 촬영용(?)이라 마시지 않았다. 일엽편주 약주는 2021년 10월 병입분을 와인 셀러에서 보관하던 녀석이다. 자그마치 1년 5개월 숙성된 녀석.
식기도 정갈하게 바뀌었네.
스타트는 일엽편주 약주. 거의 막걸리 식초가 되기 일보 직전의 엄청난 산미, 그리고 가벼운 꿈꿈함이 감돈다. 처음엔 살짝 부담스러웠는데 음식과 함께 마시니 엄청 좋더라는.
육회 비빔밥과 김 파네카라사우 타르트. 파네카라사우(Pane carasau)는 이탈리아 사르데냐주에서 만들어 먹는 평평한 빵이라고. 요즘 요수정의 스타터(혹은 아뮤즈 부셰)는 토핑만 바꿔서 요 스타일로 계속 나온다고 한다.
한식 팝업이라 그랬는지(?) 와인 사진은 찍지도 않았다. 이날 마신 건 2019년 빈티지였지만, 예전에 마셨던 2016 빈티지를 참고로 첨부. 조금 더 싱싱한 과일 느낌에 가벼운 오크 뉘앙스의 밸런스가 아주 훌륭했다. 다음에도 눈에 띄면 또 사야 할 와인.
직접 만든 짙은 참도토리묵과 새우선.
일반적인 도토리묵보다 수분을 확 줄여서 덴시티를 높게 만들었다. 덕분에 도토리향이 아주 짙게 드러나고 질감 또한 탱글거림 없이 살짝 거칠다.
도토리묵과 반숙한 새우를 조금씩 잘라서 곁들여 먹으면 핵꿀맛이다.
투박한 재래식 메주 초된장과 키조개 냉이무침. 맛을 보니 어머니가 가끔 해 주시던 된장 소스가 연상되는 맛이다.
추가로 주문한 봄 쑥 튀김. 입안에서 봄이 피어나는 느낌이다. 이런 건 꼭 먹어줘야 한다.
요수정에서 시킨 유자가 09. 리스트엔 '고흥 유자 막걸리'라고 적혀 있었는데 옆 테이블에서 시키는 걸 보니 유자가가 나와서 시켰다. 그런데 한 병에 2.4만 원? 소매가가 3만 원인데 업장에서 2.4만 원이라니... 이게 머선 129?
오랜만이라 넘나 반가워서 단독샷을 찍어주었다. 여전히 밀도 높고 부드러운 질감에 풍성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유자 향, 그리고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고혹적인 뉘앙스. 이런저런 유자막걸리가 많지만 정말 원탑이라고 할 만하다.
역시 추가 메뉴... 요수정에서 직접 만든 순대.
요렇게 곁들여 먹으면 일미다.
한우 2+ 미나리 잡채. 한우 등심에 직접 만든 청포묵과 미나리, 두 가지 지단을 곁들여 초간장에 무쳤다.
질길 것 같아 보였던 한우는 입에 넣고 몇 번 씹어주면 그냥 녹아내린다. 역시 소화 잘 되는 고기♥
닭집 아들 '찜닭'. 셰프님 닭집 아들이셨나ㅋㅋㅋㅋ 간이 아주 적당히 되어서 닭의 참맛이 느껴졌다.
가장 먼저 찍어 놓았던 추가메뉴가 가장 나중에 나왔다. 소금만으로 맛을 낸 감자전. 얇게 채친 감자를 두툼하게 부쳐서 내는데, 갈색으로 익은 겉 부분은 바삭하고, 안쪽은 아삭한 감자의 식감이 살아있어 아주 맛있다.
고사리나물 표고 솥밥에 가리비 관자를 곁들인 '황산 제삿밥'. 배불러 죽겠는데도 슥슥 비벼 먹으니 잘도 들어간다.
마지막 디저트, 요수정 개성 약과.
포크로 살짝 누르니 꿀 떨어지는 거 보소. 조그만 한 조각에 맛이 집약돼 있다.
진짜 정말 마지막 디저트, 이화주로 만든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
역시 요수정은 진리다. 힘 닫는 대로 자주 가야 할 곳.
20230319 @ 요수정(대흥역)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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