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사러 이태원 해적마트에 갔다가 맛보게 된 코리 진(Kori Gin).
사실 예전부터 그 존재를 알고 있었고, 사 보고 싶었던 진이다. 하지만 제법 가격이 비싸기도 하고, 집에 아직 못 마시고 있는 진들이 여러 병 있어서 차마 구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해적마트에서 사이트 가격보다 저렴한 6.9만 원에 팔고 있었다. 여기에 이태원상권회복상품권 20% 할인을 적용하면 사이트 가격 대비 2만 원 정도 저렴한 셈이니,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았음.
게다가 시음까지 가능하니 맛을 보고 살 수 있으니까. 종이컵에 살짝 따라서 맛을 보는데, 진 특유의 주니퍼 향이 살짬 감돌면서 감초, 인삼 같은 동양적 스파이스의 풍미가 확연히 드러난다. 입에 넣으니 상쾌한 허브와 시트러스의 상큼함이 진 특유의 날카로움과 함께 명확히 느껴진다. 맛이 쌉쌀한 것은 아닌데, 뭔가 모르게 깔끔하고 개운한 쌉쌀함이 연상되는 풍미의 뉘앙스가 있다. 상당히 개성이 넘치는, 매력적인 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안 살 이유가 없지. 해적마트 사장님도 맛을 보니 안 팔 이유가 없어서 들여놓았고, 오시는 분께도 자신 있게 시음을 시켜드리고 있다고.
"좋은 술을 만나는 기쁨, 세상에 없던 K-ORIGIN을 위하여." 함께 받은 리플릿의 문구가 생산자의 철학을 잘 담고 있는 듯하다.
병 모양도 귀엽고 레이블도 상당히 단아한 것이 마음에 든다. 병 모양은 원래 진이 약용으로 사용되던 것에 착안해 영국에서 진을 담던 약병의 모양을 차용했다고. 레이블은 마 원단을 사용했고, 거기에 대표적인 재료인 주니퍼 베리와 인삼을 그려 넣었다. 코르크 또한 천연연 코르크를 사용했다고 한다.
원형의 로고는 도자기 등 한국의 예술 작품에 자주 사용되던 기쁠 희(喜) 자를 나란히 쓴 쌍희자를 왼쪽으로 90도 돌려서 만들었다고 한다. 이는 House OF Heritage의 이니셜이기도 하며, 이 술을 마시는 모든 사람이 더욱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왼쪽 상단엔 The Spirit Business에서 수상한 스티커가 붙어 있다.
알코올 함량은 47%. 증류일은 2022년 9월 30일이다. 사용한 허브는 백레이블에는 자세히 나와 있지 않지만 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다. 주니퍼 베리, 유자, 복분자, 오미자, 구기자, 인삼, 우엉, 생강, 감초, 산초 등 10가지다. 재료를 보니 왜 시원함과 쌉쌀함이 연상되었는지 납득이 간다. 한국적인 재료가 온전히 잘 표현되었다는 이야기.
생산은 경성과하주, 복단지, 필 소주 등으로 유명한 술아원에서 하고 있다. 역시 강진희 대표님 솜씨는...
추천 칵테일은 역시나 진토닉(Gin & Tonic), 그리고 네그로니(Negroni). 거짓말 안 하고 진짜 기대가 된다. 현재 열어 놓은 진을 다 비우면 바로 다음에 이 녀석을 오픈해야 할 듯. 본격 새치기 모드다.
솔까 바로 열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지만, 빨리 소비하지 못하면 풍미만 날아가니까... 알쓰의 비애ㅠㅠ
간만에 좋은 진을 만난 것 같아 가슴이 설렌다. 내 바를 연다면 정규 라인업으로 포함될 진 중 하나가 아닐까.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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