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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위스키·브랜디·리큐르·기타증류주

위스키 모임 @센다이(공덕)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3. 11. 3.

술꾼들의 아지트, 공덕 센다이. 넘나 방문하고 싶었는데, 3년 만에 겨우 방문하게 되었다.

 

 

공덕역 5번 출구에서 3분 거리에 있다.

 

허름한 건물 지하 1층에 있어서 외관은 영 삐리리 하다. 하지만 맛은... 가성비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모인 보틀들... 사람은 6명인데 보틀은 16병이다-_-

 

계란찜. 그리고 죽이 나왔는데 사진을 안 찍었다. 죽에는 밥 같은 게 들어있어 부드럽기보다는 살짝 된 느낌이었는데, 음주 전 속을 보호하기엔 그 편이 나을 것 같기도.

 

회를 얇게 썰어서 와사비와 함께 낸 것을 요렇게 젓가락으로 말아서 먹으면 식감이 아주 좋다. 식전주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식욕이 매우 샘솟는 느낌.

 

야채 절이... 인가 싶었는데 아래에 꼬들꼬들한 생선살 수육이 들어 있다. 이때 바로 느꼈지만, 나오는 음식 하나하나가 다 정성이 안 들어간 게 없었다.

 

스타트는 사케로. Watanabe Shuzouten, W Junmai Misatonishiki. 직구로 사신 거라는데, 수출이 메인인지 레이블을 알파벳으로 적었다. 흰 자두, 백도, 서양배 향기. 입에서도 가벼운 단맛과 감칠맛이 어우러지는 게 딱 좋아하는 타입이다. 히이레(火入)라 그런지 살짝 끊어지는 피니시가 살짝 아쉽지만 상당히 맛있게 마셨다.

 

일부 판매점에만 들어가는 한정판인 듯. 정미보합 50%니까 준마이 다이긴조 급인데 굳이 표시도 하지 않았다. 미사토니시키(美郷錦)는 야마다니시키(山田錦)와 미야미니시키(美山錦)를 교배해서 만든 품종이라고. 와나나베 슈조(渡辺酒造)는 1870년 기후현(岐阜県)에 설립한 양조장이다. 브랜드인 W는 와타나베 슈조, 세계(World), 웃음(笑, Warai)의 이니셜을 딴 것이라고. 

 

본격적으로 사시미 등장. 와, 구성도 양도 넘나 훌륭하다.

 

 

글렌모렌지 투세일(Glenmorangie, Tusail)

2012년부터 매년 출시한 글렌모렌지 프라이빗 에디션(Glenmorangie Private Edition)의 여섯 번 째 위스키, 투세일(Tùsail). 프라이빗 에디션는 특별한 몰트 혹은 캐스크를 사용해 만드는 위스키다. NAS인데

wineys.tistory.com

위스키 첫 잔은 내가 준비한 글렌모렌지 투세일(Tusail). 별도 포스팅으로 정리했다.

 

두 번째는 Balvenie French Oak 16 yo. 붉은빛 감도는 앰버 컬러에 톡 쏘는 스파이스, 바닐라 오크, 달달한 과일 풍미. 입에서는 작은 붉은 베리 풍미와 쌉쌀한 자몽 풍미가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하다.  

 

처음엔 아메리칸 오크 캐스트에서 숙성했고, 이후 피노 캐스크(Pineau casks)에서 피니싱 했다. 피노(Pineau)가 뭔가 싶어 찾아봤더니 쉽게 설명하면 코냑과 와인을 섞은 프랑스 전통 식전주다. 보통은 피노 데 샤랑트(Pineau des Charentes)라고 부른다.

 

수제 감자칩. 이것도 술안주로 딱이다. 원래 식사가 마무리될 때쯤 주신다는데 실수로 먼저 내셨다고^^;;

 

GlenAllachie, 2010 Single Cask for Whisky Club Italia. 진한 간장, 꾸덕함, 건포도, 호두 같은 고소한 견과, 그리고 향긋한 꽃향기가 은근하게. 입에서는 검붉은 베리가 밀도 높게 드러난다. 과연,  PX 펀천에서 12년 숙성한 CS 답다. 

 

공식 테이스팅 노트에는 허니, 시럽, 브라운 슈가, 버터 스카치, 벌집 등이 언급돼 있다. 

 

덮인 행주 아래로, 생새우.

 

불쌍한 새우들. 어쩌다가 맛있게 태어나서... ㅠㅠ

 

이런 운명이... 하지만 맛있는 걸 어떡하니;;;

 

Cadenhead's Natural Strength Pedro Ximenez Cask Matured 14yo. 섬세하고 향긋한 붉은 꽃, 화한 허브, 웜 스파이스 뉘앙스가 가볍고 섬세한 첫인상을 선사한다. PX 캐스크라는데 전혀 무거운 느낌이 없다. 입에 넣으면 붉은 자두 같은 풍미가 역시나 산뜻하게 드러난다. 알코올도 59.9%인데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목 넘김 후에야 타격감이 느껴졌달까. PX는 부담스러워서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상당히 좋아하는 타입이다.

 

 

PX 캐스크의 느낌이 강하지 않았던 이유는 2021년 3월부터 피니싱만 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역시... 그런데 PX는 딱 이렇게 쓰는 게 좋은 것 같기도 하다. 글렌 그란트(Glen Grant)에서 증류한 위스키인데 뒤에 하이픈으로 글렌리벳(Glenlivet)을 붙인 게 흥미롭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저런 관행이 있었다는 얘기. 

 

두 번째. 이번에는 생선회와 랍스터, 멍게, 소라 같은 해산물들이 함께 올라왔다.

 

따개비로 몸단장을 한 랍스터... 얘는 곧 라면 국물에 투하될 예정이다. 너도 어쩌다 맛있게 태어나서...

 

소시지? 어묵? 같은 것에 날치알을 채워 초절임을 한 것 같은데 상당히 맛있었다. 완전 술안주.

 

연이어 등장하는 사이드 메뉴들. 사이드라고 하기엔 넘나 맛있다. 특히 시소를 넣은 데마끼는 일미!

 

생선 살? 새우? 를 쓴 쇼마이 계열의 음식인데 요것 역시... 

 

마한 오크 46도. 고급 오크를 사용하시는 듯 깔끔한 풍미가 일품이다. 특히 멍게랑 아주 잘 어울렸음.

 

46도는 시중에서 구하기 어렵다고. 요거 가져오신 분이 스위스로 파견을 가신다는데, 참석자들이 거기서 요거 코리안 프리미엄 위스키로 소개해도 되겠다고 이구동성으로.. ㅋㅋㅋㅋ

 

궁금했던 어란. 아주 조금만 베어 물어도 입 안에 바다의 풍미가 춤을 춘다. 풍미가 진해서 한 조각이면 위스키 서너 잔은 마실 듯. 

 

조명에 비춰 보면 더 예쁘다.

 

Bladnoch, Samsara. 완숙 핵과, 시큼한 레드 베리, 톡 쏘는 스파이스, 이국적인 꽃술 뉘앙스. 입에서는 뭔가 오묘한 뉘앙스가 있는데 어란 땜에 강하게 느끼진 못했고, 바디 자체는 산뜻하고 가벼운 편. 

 

캘리포니아 레드 와인 캐스크와 버번 캐스크에 숙성했다. 

 

Ardbeg, Anthology 13 yo. 아드벡스럽지 않게 가볍고 은은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피트. 약재 뉘앙스가 감도는데 입에서는 오묘하게 담뱃재가 연상됐다. (그렇다고 역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달달한 느낌이 거의 없고, 화한 민트 힌트, 오레가노 등 허브 뉘앙스가 강한 것 같다. 기대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

 

소테른 캐스크와 전형적인 익스 버번 캐스크에서 숙성한 아드벡을 매링(marrying) 해서 만든 거라고 해서 상당히 기대를 했는데, 글쎄... 조금 당황스러웠다. 사려다 실패한 게 외려 다행이랄까. 맛을 본 것으로 만족.

 

BenRomach 15 yo. 클래식. 정항, 시나몬 캔디... 그냥 편하게 마셨다. 기존 시음기 참고.

 

Balvenie, The Week of Peat 14 yo. 그냥 막 마셨다면 피트 위스키인지 모를 정도로 피트 뉘앙스는 가볍게 드러난다. 외려 예쁘게 드러나는 꿀, 꽃, 과일 향기가 부각된달까. 상당히 잘 잡은 밸런스 위에 피트가 가볍게 토핑 된 느낌이다.

 

발베니에서 1주일 동안만 한정 생산하는 피티드 몰트(peated malts)로 만드는 위스키. 다들 발베니스럽지 않다, 피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걸 왜 마시냐... 등등 불호 의견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물론, 가격을 생각하면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이 현명하겠지만.

 

생선 탕수. 이거랑 전후로 나왔던 생선 구이는 먹느라 사진도 못 찍었...

 

오피셜 보틀인 Lagavulin 16yo과 Game of Thrones, House Lannister  Lagavulin  9 yo를 비교 시음. 라가불린 9년은 달달함에 가벼운 군내, 은은한 피트, 핵과, 달콤 바닐라, 붉은 베리 풍미. 알코올  46%로 오피셜 보틀의 43% 보다 살짝 높다. 라가불린 16년은 완숙 핵과, 꿀 같은 달콤함에 가볍게 감도는 피트가 완벽한 하모니를 선사한다. 하지만 입에서는 피트의 타격감이 확실히 드러나는 느낌.

 

두 위스키의 경향성은 유사하지만 9년은 생동감이 좋은 반면 16년은 밸런스와 풍미의 조화가 뛰어나다. 당연히 16년의 승이지만, 가격이 저렴하다면 9년도 대안으로 나쁘지 않을 듯. 

 

이번에는 버번 2종을 함께. Old Ezra 12 yo. 일본에서 온 보틀이다. 웜 스파이스와 함께 달달한 과일 풍미가 확연하게 드러나며, 그린 허브와 톡 쏘는 스파이스, 토스티 바닐라 뉘앙스가 균형을 이룬다. Four Roses Single Barrel RN 15.4Q는 노란 꽃, 에나멜, 캐러멜 등이 비교적 가볍고 섬세하게 드러난다. 개성이 확연히 다른데, 원래 좋아하는 스타일은 포 로지즈에 가깝지만, 이날은 올드 에즈라 12년이 더 좋았다. 마지막 즈음이라 볼륨감이 있고 캐릭터가 진하고 명확한 게 더 마음에 들었던 듯.

 

50.5% 알코올. 사워 매시를 썼다.

 

포 로지즈 병목에 걸려 있던 미니 브로셔.

 

랍스터 라면. 진한 국물이 해장용으로 딱이다.

 

충무 김밥 스타일의 마끼. 밥에 양념이 되어 있는데 아마 랍스터 내장을 쓰신 게 아닐까 싶은.

 

직접 만드신 견과 정과.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그런데 센다이는 내년 초까지만 영업할 수 있다는 비보를 들었다... 털썩. 아무래도 내년 초까지 줄기차게 방문해야 할 듯. 와인 모임 하기에도 넘나 좋을 것 같다.  어쨌거나 대피소 분들 덕에 입이 호강했던 하루.

 

20231028 @ 센다이(공덕)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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