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니 1인용 샤브샤브 세트가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다. 그렇다면 사케 한 잔 안 걸칠 수 없지.
닷사이 23(獺祭 23). 오래전에 귀인께 선물 받은 사케다. 200ml라 혼술용으로 딱 좋은 용량인데, 좋은 술이다 보니 언제 마실까 고민하다가 1년을 넘겨 버렸다;;; 이놈의 결정장애;;;;
비닐로 포장도 되어 있고 리본에 스티커까지 붙어 있는 게 뭔가 사연(?)이 있는 보틀인 것 같다.
Vinos Yamazaki Wine+ist... 검색해 보니 시부야역 근처의 특별한 푸드코트라는 기사가 뜬다. 아마 독특한 컨셉의 체인점 같은 것이 아닐까 싶은데. 아마 귀인께서 일본 여행 때 획득(?)한 걸 선물해 주신 것 같다.
磨き二割三分은 23%만 남기고 쌀을 깎았다는 뜻이다. 그러니 닷사이 23은 정미율이 23%의 준마이다이긴죠(純米大吟釀)다. 사실 몇 년 전에 나고야 공항에서 닷사이 23을 사서 가족들과 마셨었다. 그건 그냥 23도 아니고 원심분리였던 듯. 그런데 편안한 자리에서 술술 마셔버리다 보니 기록도 남겨 놓지 않았다. 그 전후로도 닷사이 23을 여러 번 마셨지만 너무 흔한 술이라 그런지 큰 감흥이 있진 않았었다. 물론 좋은 술이란 생각은 들었지만.
오늘도 그냥 편하게 마실 요량으로 부담 없이 오픈했다.
원래 이런 캡이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껍질을 벗기고 나니,
이렇게 뽕따용 T형 마개가 나온다. 그리고... 이후 사진은 없음;;; 심지어 술잔에 따라 놓은 샷조차 찍지 않다니ㅜㅜ
그래도 기록은 남겨야 할 것 같아 몇 자 적자면,
샤브샤브가 오늘따라 넘나 맛있었기 때문. 청경채에서 단맛이 느껴질 정도에, 고기도 넘나 부드러웠다. 그리고 술은... 단맛이 강하진 않은데 흰 자두, 백도 같은 과일 풍미가 달콤한 뉘앙스를 물씬 풍겼다. 단정하게 각 잡힌 구조감이지만 목 넘김은 부드러웠고, 목 넘김 후의 알싸한 여운이 음식을 불렀다. 샤브샤브와도 찰떡같이 어우러졌고. 닷사이,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사케다. 너무 흔하다 보니 구매할 땐 항상 다른 사케에 밀리지만, 마실 기회가 있다면 절대 마다해선 안될 녀석이다.
선물해 주신 귀인께 다시 한번 감사를.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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