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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냥의 취향/음식점

@수부니흐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5.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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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방문한 수부니흐. 여전히 소박한 식전빵이 맞이해 준다. 이것만 봐도 식당의 컨셉과 가성비가 느껴진달까.

 

홍대입구에서 7분 정도 거리에 있다. 원래 콜키지 프리였다가 유료로 바뀌면서 잠시 발걸음이 뜸했는데, 최근 평일은 다시 콜키지 프리로 바뀌면서 재방문하게 되었다.

개인적인 의견으론 꼭 콜키지 프리 안 해도 될 것 같다. 처음엔 콜키지가 없다가 갑자기 비교적 높게 올랐기 때문에 콜키지를 이용하던 단골들의 방문이 뜸해진 것 아닐까. 적당한 수준의 콜키지라면 단골들은 감내할 것 같은데. 예를 들어 1병 프리 후 병 당 만 원 정도 받거나, 인당 5천~1만 원 정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업장과 고객이 적정선에서 절충하는 느낌으로 말이지. 음식이 맛있고 가격도 합리적이기 때문에 다소간의 콜키지는 흔쾌히 내지 않을까.

 

가볍게 샐러드로 시작.

 

그러고 보니 수부니흐 접시가 이렇게 화려했던가?

 

스타트는 샴팡. Champagne Gosset Extra-Brut. 장터에서 불량레이블 할인가로 4만 원에 집어온 녀석이라고. 일반적인 고세의 레이블과는 조금 다르게 단정한 느낌.

 

구수한 이스트 뉘앙스와 완숙 핵과 풍미의 밸런스가 적당한 게 맛있다. 과일 풍미가 잘 살아있어서 그런지 익스트라 브뤼인데도 극 드라이 느낌은 아니고 산미도 좋아서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맛있었음.

 

화이트 라구 파스타. 맛있었지만 계란 노른자는 확실히 와인이랑은 살짝 비리다.

 

가지 라자냐(?).

 

시그니처 비프 웰링턴. 

 

맛은 여전하다. 레드 와인 킬러.

 

고기를 안 드시는 분이 계셔서 관자 리소토도 하나.

 

나중에 안주용으로 먹은 프로슈토 브라타 샐러드.

 

알리오 올리오.

 

치즈 듬뿍 올린 샐러드와 함께,

 

식전빵을 조금 요청해서 받았다. 감사하게도 듬뿍 내주셔서 치즈 발라서 맛있게 먹음.

 

화이트 와인도 한 병 있었다. Bernard Defaix, Chablis 1er Cru Les Lys 2020. 향긋한 꽃향기와 영롱한 미네랄, 적당한 핵과 풍미와 가벼운 오크 뉘앙스. 질감은 부드럽고 샤블리 치고는 살집이 살짝 있는 편. 예전에 마셨던 1er Cru Cote de Lechet 2018은 좀 더 음성적인 미네랄이 도드라지고 오크 뉘앙스는 절제된 느낌이었는데... 스타일이 조금 다른 것 같다. 대중성은 이쪽이 더 있을 것 같지만 개취는 꼬뜨 드 레셰 쪽.

 

레드 와인은 블라인드로 마셨다. 나도 한 병 내긴 했는데, 주최자가 병을 완벽히 가린 채로 서빙했기에 뭔지는 알 수 없었던 상황.

 

1번은 Jeremy Recchione, Cote de Nuits Villages 2020. 조금은 꿈꿈한 듯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뉘앙스를 몇 분의 스월링을 통해 살짝 걷어내고 나면 향긋한 바이올렛 꽃향기, 검붉은 베리 풍미, 가벼운 토양 뉘앙스가 예쁘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부드러운 타닌과 적절한 산미를 타고 싱그러운 과일 풍미가 드러난다. 내가 가져간 와인인지 단번에 알았다. 내추럴 가메 같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수긍할 만한 스타일. 

레이블엔 안 쓰여있지만 백레이블에 레 제사르(Les Essards)라는 구획에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레 제사르는 석회암 토질로 뉘 생 조르(Nuits-Saint-Georges) 남쪽 꽁블랑시앙(Comblanchien) 마을에 있다. 빈티지에 따라 달라질 것 같은데, 2022빈티지의 경우 홀 클러스터를 80% 사용했다. 3일 동안 저온 발효 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15일 발효한 다음 228L 배럴에서 11개월 숙성했다.  

 

 

Jeremy Recchione, Gevrey Chambertin 2019 / 제레미 레키오네, 즈브레 샹베르탱 2019

제레미 레키오네, 즈브레 샹베르탱(Jeremy Recchione Gevrey Chambertin). 광안리의 작지만 알찬 와인샵, 배러댄보틀샵 광안리에 위치한 와인 & 베버리지 샵, 배러댄보틀샵(Better than Bottle). 줄여서 배댄보.

wineys.tistory.com

와이너리 설명은 위 포스팅 참고.

 

2번은  Aurelien Verdet, Gevrey-Chambertin 2020. 처음 향을 맡을 땐 고급진 오크 뉘앙스가 도드라지고 블랙커런트, 완숙 블루베리 같은 풍미가 향긋한 허브 힌트와 함께 고급지게 드러나서 보르도나 슈퍼 토스칸 스타일의 와인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입에 넣으니 보르도 품종이라고 하기엔 바디와 구조가 너무 가벼웠다. 그런데 타닌은 많진 않아도 제법 느껴지고 산미도 살아있어서 산지오베제 중심의 토스카나 와인인가 했다는. 나중엔 그마저도 아닌 듯 하여 신세계 피노인가 했는데, 즈브레 샹베르탱이었다! 음, 부르고뉴 와인을 마을 별로 구분할 구력은 안 되지만, 나름 즈브레 샹베르탱 타율은 좋았는데, 전혀 생각도 못했다. 얘기를 듣고 보니 가죽 힌트가 슬쩍(?) 드러나는 듯도 했지만 이름을 들었으니 머리에서 만들어낸 허상일 지도.

어쨌거나 고급지게 잘 만든 건 알겠는데, 내가 선호하는 부르고뉴 피노 누아 스타일은 아니다. 예전에도 오를리앙 베르데의 본 로마네(Vosne-Romanee)를 마신 적이 있었는데, 맛있게 마신 것 같긴 하지만 제대로 기록을 안 해놓은 걸 보면 아주 인상적이진 않았던 듯. 

 

3번은 La Stoppa, Macchiona 2012. 초산이나 아세톤(?)처럼 톡 쏘는 산미가 코에서부터 느껴지는데, 청량음료를 연상시키는 복합적인 스위트 스파이스와 어우러져 독특한 인상을 남긴다. 어, 이거 뭔지 알 것 같은데... 라고 떠올린 게 바로 라 스토파였다(그런데 이름이 기억나지는 않았...). 라 스토파의 와인들은 두어 번 마셔봤는데 하나같이 이런 인상을 남겼었거든. 새콤한 붉은 베리 풍미에 감초, 우엉 같은 뿌리 채소, 발사믹 같은 달콤새콤한 뉘앙스. 오픈하고 라 스토파인 걸 알았을 때 짜릿짜릿 했다는.

에밀리아 로마냐의 점토 토사질(clay silt) 토양에서 재배한 바르베라(Barbera)와 보나르다(Bonarda)를 절반씩 사용해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와 시멘트 탱크에서 40일 동안 침용했다. 15 & 20 헥토리터 슬라보니안 오크 배럴과 40 헥토리터 나무통에서 숙성한 후 병입해 적당 기간 더 숙성한다. 여과도, 이산화황 첨가도 하지 않는다. 

음식도 와인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역시나 반가운 사람들. 좋은 모임이었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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