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다 지나고 나서야 겨울용으로 사 놓았던 장기 숙성 토니 포트(Aged Tawny Port)를 열게 되는 아이러니.
이 녀석은 10년 숙성 토니 포트(10 Year old Tawny Port)로 장기 숙성 토니 중에는 엔트리라고 할 수 있다. 폰세카의 빈티지 포트는 WS로부터 유일하게 4번이나 100점을 받았고 제임스 서클링은 폰세카를 빈티지 포트의 벤틀리라고 했다는데 나는 차에 관심이 별로 없어서 벤틀리가 뭔지, 얼마나 좋은 차인지 사실 잘 모름;;;
그리고 얘는 빈티지 포트가 아니라 토니 포트니까. 그래도 예전에 마셨던 기본급 토니 포트도 상당히 괜찮았던 기억이 있다.
포트의 스타일에 대해 알고 싶다면 wine21.com의 아래 아티클 참고.
그런데 상태가 조금 애매하다. T코르크를 싼 실이 젖어 있는 것이 끓어 넘친 듯.
T코르크 상태도 그렇다. 지인을 통해 피에로 쇼핑에서 구매한 것인데, 할인을 위해(?!) 레이블을 고의 파손한 거라고 알고 있었다. 가운데 그어진 생채기를 보라ㅋㅋㅋ 그런데 이 녀석은 그러지 않았어도 될 뻔 했음;;;
백레이블에도 흘러 넘친 와인을 닦은 흔적이 보인다. 음, 불안해... 백레이블에 적힌 대로 스무스한 실키 텍스쳐와 밀도높고 부드러운 풍미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병입년월은 2017년 3월 24일인 듯. 알코올은 20%.
Fonseca, 10 Year Old Aged Tawny Port / 폰세카 10년 숙성 토니 포트
마호가니 교자상을 연상시키는 다크 체리 & 브라운 컬러에 오렌지 휴. 코를 살짝 대면 에나멜 같이 톡 쏘는 냄새가 와인의 풍미를 상당히 가리고 있다는 느낌. 어찌 보면 옛날에 소주에 포도 알맹이 담가서 만든 침출 포도주 같은 뉘앙스가 애매하게 스친달까. 그래서 처음엔 본연의 향이 잘 피어나지 않는 듯 싶었는데, 책을 읽으며 1시간 쯤 방치해 뒀더니 나름 매력적인 향과 풍미가 피어나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날 수록 말린 베리와 건포도, 토피 향이 수줍게 드러나며, 그 위에 민트 허브와 스윗 스파이스가 토핑된다. 너티함도 제법 드러나지만 그보다는 말린 검붉은 베리 같은 농축적인 과일 풍미가 더 강하자. 둥글고 부드러운 질감에 단맛의 밸런스가 좋아 마무리로 한 잔 하기에 제격. 딸기, 브라질리안 넛, 마카다미아넛, 그리고 헤이즐넛 초콜릿과도 즐겼는데 모두 무난하게 어울렸다.
결과적으로 상태에는 별 문제가 없는 듯. 마실만한 상태다. 3월이 지나기 전에는 다 마셔야지.
개인 척한 고냥이의 [술 저장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