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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우리술·한주

오메기술 & 고소리술 (@제주 고소리술 익는 집)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19. 8. 20.

 

 

지난 6월 초 제주 여행 때 찾아간 제주 고소리술 익는 집. 고소리술은 제주 무형문화재 제 11호다.

 

 

 

위치는 제주 표선면 성읍리. 서귀포에서 성산으로 넘어가는 길에 들르기 좋다.

 

 

 

가다 보면 요런 간판이 크게 보인다. 첫번째 사진의 주황색 간판 역시 눈에 잘 뜨이고.

 

 

 

제주 고소리술 익는 집의 김희숙님은  대한민국 식품 평인 제 84호로 지정되었다. '제주 고소리술 익는 집' 또한 찾아가는 양조장이기 때문에 미리 신청하면 시음과 체험이 가능하다. 주의할 점은 간단한 시음은 언제나 가능하지만 체험은 5인 이상이 사전에 신청해야 한다는 것.

 

 

 

제주 술익는집의 오메기술은 2019년 대한민국-칠레 정상회담의 청와대 만찬주로 사용되었다고. 나중에 시음을 해 보니 그럴 만한 품격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소리술은 위의 오메기술을 중류하여 만드는 일종의 증류주다. 이집 오메기술의 알코올 도수는 14% 정도인데 고소리술은 40%다. 실제로 오메기술을 증류해서 얻을 수 있는 고소리술의 양은 1/3 정도라고.

 

 

 

먼저 오메기술은 제주의 오메기떡으로 빚는 술이다. 제주 특산 오메기떡은 최근 제주 여행객들이 자주 사오는 떡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팥고물이 잔뜩 뭍은 그 떡은 사실 오메기 경단에 가깝다. 원래 오메기떡은 조와 보리를 섞어서 빚는다. 오메기술용 오메기떡은 조와 보리를 반씩 섞어서 7~8시간 불린 후 빻은 가루를 익반죽한다. 잘 치댄 반죽을 손바닥 만한 고리 모양으로 빚어 끓는 물에 삶아 떠오를 때 건지면 오메기술용 떡이 완성된다.

 

 

 

익은 떡을 넓은 함지에 넣고 절굿공이로 미지근해 질 때까지 찧은 후 식혀서 누룩과 떡 삶은 물을 살살 뿌리면서 치댄다. 이후 술독에 넣어 물과 함께 섭씨 25도로 1~2일 두면 발효를 시작하며, 여기에 추가로 조와 보리로 지은 고두밥을 넣고 15~20일 쯤 기다리면 발효가 끝난다. 노랗게 발효된 술을 떠내 고형분을 가라앉히면 오메기술이 되는데, 향긋한 과일향과 함께 새콤한 맛이 감돈다. 이 새콤한 맛은 좁쌀은 껍질이 두꺼운 데다 전분이 많지 않아 발효가 제법 어려운 것과 관련이 있다. 또한 누룩을 많이 쓰면 누룩내가 많이 난다. 향기롭고 맑은 술을 만들기 위해 누룩을 적게 쓰려면 고두밥을 나누어 넣으면서 술을 여러 번 익혀야 한다.  

 

 

 

진열된 오메기술과 고소리술.

 

 

 

왼쪽은 예전의 포장과 레이블이고 오른쪽이 최근 바뀐 레이블이다. 만드는 방식은 변함이 없다고.

 

'제주 술 익는 집'은 4대를 이어오고 있다. 식품명인 김희숙님의 시할머니가 성읍에서 주막을 했었고, 시어머니 김을정님이 술 빚는 방법을 전수받아 오메기술과 고소리술 기능 보유자가 되었다. 현재는 김희숙님의 아들 강한샘님과 며느리 김소연 부부가 대를 이어 기능을 전수받고 있다.

 

 

 

예전에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을 빚는 다른 양조장인 제주샘주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집 술과 비교하면서 마셔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제주샘주 방문기

애월에서 1박 후 일정이 맞아 방문한 제주샘주. 숙소에서 20분 이내 거리이니 이 아니 기쁠 소냐. 소박하지만 세심하게 꾸며놓은 흔적이 보여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조그마한 전시관. 안에 들어가면 고소리술..

wineys.tistory.com

오메기술은 누가 마셔도 확연히 다른 느낌일 것 같고, 고소리술을 직비교하며 마셔 보면 어떨지 궁금.

 

 

 

'제주 고소리술 익는 집' 고소리술의 특징은 '진짜 고소리'로 내린다는 점이다. 고소리는 소줏고리의 제주 방언인데, 현재 시판되는 고소리술은 대부분 진짜 고소리가 아닌 다른 기계(?)로 증류한다. 김희숙 명인에 따르면 제주에서 고소리로 내리는 고소리술은 '제주 고소리술 익는 집' 밖에 없다

 

 

 

얘기를 듣고 나니 술의 가치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오메기술과 고소리술 한 잔씩 청해서 시음. 예쁜 잔에 담아 주셨다.

 

 

 

오메기술은 술맛이 깊고 풍부하며, 부드러운 질감과 가벼운 단맛, 새콤한 신맛이 조화롭다. 노오란 컬러와 잘 어울리는 과일 향이 향긋하게 감돌며, 마실 수록 도드라지는 감칠맛이 다음 잔을 부르는 술이다. 

 

고소리술은 코에서는 톡 쏘는 스파이시함이, 입에서는 구수한 곡물 풍미가 피니시의 가벼운 불맛 힌트와 함께 그윽하게 드러난다. 40도인데 너무 술술 넘어가서 문제. 일부러 물을 한 모금 머금었더니 남아있던 고소리술 향이 화악 피어난다. 과음하지 않고 천천히 한 두 잔씩 즐기기 좋은 술이다.

 

 

 

좋은 술과 함께하니 마음이 편안하다. 정원은 평화롭고. 

 

 

 

아이들도 신났다. 술도가지만 가족 친화적인 환경.

 

 

 

부모가 술을 음미하는 동안 아이들은 정원에서 뛰어놀 수 있는 분위기.

 

 

 

사실 입구에서 이런 사진도 찍었다ㅋㅋㅋㅋ

 

 

 

 

카페도 함께 운영하고 있으니 차나 아인슈페너 한 잔 하러 들르기도 좋겠다.

 

 

 

 

제주 여행할 때 잠시 들러 볼 만한 집. 좋은 술과 편안한 정원, 그리고 한잔의 여유. 술이든 차든.

 

 

 

20190607 @ 제주 고소리술 익는 집(제주 표선면)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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