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에 위치한 오미나라 와이너리. 부산에서 상경하는 길에 새로 출시된 '오미로제 연'도 맛볼 겸 들렀다.
왼쪽에 커다란 간판이 리뉴얼된 오미로제 스파클 디자인. 오른쪽 체험장 간판과 함께 붙어있는 것이 기존 디자인이다. 확실히 더 세련되고 네이밍도 기억하기 쉽게 잘 된 듯.
기존 오미로제 스파클링은 샴페인과 같은 전통 방식(병입 후 2차 발효를 하여 기포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는데, 새롭게 리뉴얼되어 2가지로 생산되는 와인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결'은 기존과 같이 전통 방식으로, '연'은 2차 발효를 탱크에서 진행하는 '샤르마 방식'으로 양조한다. 때문에 연은 좀 더 가볍고 상큼한 과일 향이 잘 살아나며 가격 또한 저렴하다. 알코올 함량 또한 8%로 낮아서 술이 약한 분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이번 목표는 바로 '연'을 맛보는 것.
입구의 증류기 형상이 반갑게 맞아 준다.
2016년에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되었다. 홈페이지에서 체험 프로그램 신청도 받는다. 오미자 와인, 각종 증류주 등 오미나라에서 생산하는 주류 시음은 명절 연휴를 제외하면 상시 가능.
3년 전 처음 방문했을 때는 폐관 시간인 오후 6시가 거의 다 되어 도착하는 바람에 대충 둘러보고 시음도 급하게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날은 오후 2시쯤 도착해서 설명도 다 듣고 느긋하게 즐기다 나왔다.
첫 방문 포스팅. 그땐 고은달 등 증류주 시음이 주목적이었다.
입구에 안내된 관람 코스. 그리고 입장하자 마자 직원 분이 반갑게 맞아 주셨다.
입구에 걸린 환영사와 이종기 교수님 약력. 패스포트와 시그램진, 윈저 등을 개발한 한국 위스키 업계의 대부 같은 분이다. 영국 유학 중 세계에 소개할 만한 국산 명주가 없는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꼈고, 직접 한국을 대표할 만한 술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셨다고.
그래서 곡물과 과일 등 다양한 재료로 실험을 해 보셨고 그중 오미자에서 세계적인 명주의 가능성을 보셨다고 한다.
나도 처음 오미로제 소식을 듣고는 (스토리도 모르고) 오미자로 무슨 와인을 만드나 싶었는데, 맛을 보고 나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더라는. 이후 오미로제 개발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는 더욱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오미로제 출시 당시 작성했던 기사. 사실 제목부터 좀 부끄러운 아티클이다.
이미 다양한 국빈 만찬에 공식 만찬주로 여러 번 사용되었다. 한국을 대표할만한 명주로 그 품격과 품질을 확실히 인정받았다는 증거다.
문경 특산물인 오미자와 오미자로 빚는 오미로제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발효 및 숙성실로 이동.
발효실에 들어가면 오른쪽에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가 있다. 여기서 일단 18개월간 1차 발효를 진행한다. 오미자는 발효가 어려운 편이라 발효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또한 오랜 숙성이 오미자의 쓴맛과 매운맛을 완화해 부드럽게 만들어준다고 한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맞은편에 있는 오크통. 스틸 와인(still wine)들은 이 오크에서 18개월 추가 숙성한다.
증류실. 1차 증류기 옆의 보살님(?) 그림이 인상적이다.
1차 증류기 옆에 조금 작은 2차 증류기가 있다. 모두 방짜유기처럼 직접 구리를 두드려 수제로 제작한 것이라고.
오미로제 스파클링 숙성고. 병입 2차 발효를 하는 스파클링 와인은 여기서 18개월 추가 숙성한다고. 앞에 있는 A자 모양의 푸피트르(pupitre)를 사용해 2차 발효 후 효모의 자가분해를 통해 생성되는 찌꺼기를 병목으로 모으는 르뮈아주(remuage)를 한다. 매일 일정 각도로 병을 돌려주어야 하는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애들도 은근 재미있어한다. 해외 와이너리에 같이 방문해도 의외로 즐거워할 듯.
전시 및 시음실. 천장을 장식한 전구는 36,500개인데 천년주막을 상징한단다. 엇, 근데 천 년이면 365,000개인데... 원래 오미나라를 세운 자리가 주막터였다고.
전시되어 있는 '오미로제 결'과 '오미로제 프리미어'.
ㅈㅅ일보에서 작년 말에 이종기 교수님의 인터뷰를 전면 게재한 모양. 요런 건 좋군...
2020년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오미로제 프리미어와 오미로제 결, 그리고 문경바람 오크 숙성이 모두 각 분야의 대상을 수상했나 보다. 오미나라에서 만드는 술들의 주질이야 인정하고도 남는다. 장인이 만드는 술답다.
주요 제품들이 전시된 장식장.
개인적으로 특히 좋아하는 고운달 백자. 언젠간 꼭 한 병 사서 좋은 분과 천천히 즐겨 보련다.
오미자 와인들. 스파클링 와인인 결과 연, 기포가 없는 스틸 와인인 프리미어와 투게더. 투게더는 프리미어보다 좀 더 달콤한 대중적 버전이다. 스틸 와인들은 하프 보틀도 있어 혼술러나 부담 없이 맛보고 싶은 분들께 제격이다.
요건 처음 보는 보틀인데 문경바람의 스페셜 에디션인 듯. 증류기를 닮은 병 모양이 기본 출시 버전보다 확실히 멋스럽다. 아예 병을 요 보틀로 바꾸시는 게 어떨지.
설탕 대신 올리고당을 첨가해 만든 오미자청도 있다. 오미자청 음료도 맛을 봤는데 새콤달콤한 맛이 깔끔해 한 병 구입했다. 애들도 엄청 잘 마셔서 금방 다 먹을 듯.
드디어 오미로제 연 시음.
오미나라, 오미로제 연 / OmyNara, Omyrose Yeon
체리빛 감도는 아름다운 핑크 컬러. 사진엔 잘 안 찍혔지만 촘촘한 기포가 힘차게 피어오른다. 코에서는 달콤하면서도 톡 쏘는 오미자의 향기가, 입에서는 붉은 베리류의 단맛과 함께 가벼운 쌉쌀함이 개운한 미감을 선사한다. 음료수처럼 부담 없이 술술 넘어가 한 잔을 금세 비울 수 있다. 술을 잘 못 마시는 동행인도 한 잔을 빠르게 비웠을 정도. 한 여름 더위를 물리치기 위한 음료로도 손색이 없다. 모스카토 러버라면 오미로제 연을 마셔 보는 것도 좋을 듯.
견우와 직녀, 그리고 하단의 큐피드를 모티브로 한 레이블은 동양의 오미자와 서양의 양조기술의 결합을 상징하는 거라고. 또한 와인을 통해 좋은 연을 맺고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함께 담았단다. 그 마음이 결혼 선물이나 집들이 선물 등으로도 좋을 듯.
한잔으로는 아쉬워 고운달도 한 잔 청해 보았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백자 숙성 버전으로 한 잔. 귀여운 전용잔 또한 입으로 불어 수제로 제작한 거란다.
오미나라, 고운달 백자 숙성
톡 쏘는 스파이시함 뒤로 붉은 베리 내음이 은은하게 드러난다. 높은 알코올 함량에도 불구하고 부담스러운 알코올 향이 거의 없는데, 이는 입안으로 이어진다. 한 모금 가볍게 입술을 적셔 보면 신기할 정도로 알코올의 타는 느낌이 1도 없다. 조금씩 조금씩 슬금슬금 삼키다 보면 비로소 52%의 알코올이 느껴질 정도. 주질이 뛰어나고 풍미가 넉넉하다. 원재료의 풍미가 코어에 새겨진 듯 가볍게 드러나 부드럽고 우아하며 격조 있는 술. 마신 후의 빈 잔에서는 신기하게도 후지 사과 같은 잘 익은 노란 과일의 달콤함과 은은한 꽃내음이 느껴졌다. 보름달을 형상화한 보틀 모양부터 그 안에 담긴 술까지 기품이 넘친다.
잔덕의 본능을 깨우는 귀여운 잔도 매력적. 체스 말을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내어주신 견과와 함께 천천히 음미했다.
방문 기념 전리품들. 가족들의 반응이 좋았던 오미로제 N(오미자청)도 한 병 사고,
오미로제 프리미어는 하프 보틀로. 새롭게 변경된 레이블은 문경 지역을 그린 고지도에서 따왔다고.
그리고 오미로제 연도 한 병. 가족들과 함께 마실 듯.
엇, 생산일이 내 생일... 기막힌 '연'이네ㅋㅋㅋ
20200709@오미나라(문경시)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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