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잔 모자랐던 저녁. 아드벡 생각이 났는데 니트(neat)로는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오랜만에 큰 잔을 꺼냈다. 아드벡 전용 텀블러. 예뻐서 샀는데 아드벡을 온더락으로 즐기는 경우가 적은 만큼 잘 사용하지 않게 되는 비운의 글라스. 그 안에 동그란 얼음을 넣고, 지거로 계량해 딱 한 잔(30ml)을 넣었다.
두꺼운 텀블러가 찬기를 다 빼앗아가지 않도록 미리 칠링을 해 두었다. 그리고 초정탄산수를 딱 아드벡 로고 정도까지 채웠다. 레몬 등의 가니시는 생략.
사실 피티한 위스키를 하이볼로 만드는 걸 그닥 선호하지 않는 터라 반신반의했는데, 코리브레칸 특유의 토스티/스모키함과 기저에 깔려 있는 달콤한 노란 과일 향이 버블을 타고 매력적으로 드러난다. 오, 이거 제법 괜찮은데? 비린 생선구이/해산물 먹을 때나, 이날처럼 저녁에 한 잔 땡길 때 애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온더락으론 분명 별로였는데, 하이볼은 또 괜찮은 아이러니.
최근 피티한 위스키를 니트로 마시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하이볼이 좋은 대안이 될 것 같다. 다른 아일라 위스키로도 실험해 봐야지. 참 희한하다. 그렇게 좋아하던 IPA와 Peaty한 위스키는 왜 그렇게 힘들어진 것일까? 사랑은 변한다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싫어진 것도 아닌데, 몸에서 안 받는다는 신호를 자꾸 보내니 이걸 어째야 하나;;;
초등 1학년 아드님이 예쁘게 담아 주신 견과류와 함께. 테이블은 애들 유치원때 쓰던 작은 의자. 완벽한 한 잔. 야구까지 이겼으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지지 않았으니 되었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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