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카토는 마트에서 아무거나 싼 거 사서 편하게 즐기는 와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모스카토에도 당연히 퀄리티 차이가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손꼽는 모스카토 중에서도 단연 첫손가락에 꼽는 모스카토, 라 스피네타 브리코 콸리아(La Spinetta Bricco Quaglia). 레이블 덕분에 일명 '메추리'로 통하는 와인인데, 모스카토 싫어한다는 분들도 이 와인만은 마시는 경우를 많이 봤다. 웬만한 귀부/늦수확 디저트 와인을 찜 쪄먹는 퀄리티. 모스카토 덕분에 현재의 라 스피네타가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스카토 팔아서 번 돈으로 바롤로/바르바레스코 포도밭을 샀기 때문. 어려운 집안 큰누나가 본인을 희생해서 번 돈으로 동생들 대학 공부 시키는 스토리 같은... 잘 만드는 집은 뭐든 잘 만든다. 와잘잘.
라 스피네타 와이너리에 대한 간략한 소개는 위 포스팅 참고.
같이 사시는 분께서 고오급 샴페인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마시는 술이기 때문에 2020년 새 빈티지가 들어온 김에 한 박스 주문했다. 모스카토도 다른 건 안 마시고 메추리만... 그런데 메추리들 사이에 웬 꽃(?)과 코뿔소(??)가 섞여 잉네?
꽃 그림 레이블은 비안코스피노 모스카토 다스티(Biancospino Moscato d'Asti)다. 비안코스피노는 엘더플라워라는 뜻. 메추리에 비해 유명세가 덜하지만 첫 출시년도가 1977년으로 같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싱글 빈야드 와인이 아니기 때문일 듯. 하지만 브리코 콸리아와 같이 남향밭의 포도를 사용하며, 토양의 성격도 모래가 섞인 석회질 이회토(Calcareous marl)로 같다. 외려 포도나무 평균 수령은 45년으로 평균 40년인 브리코 콸리아에 비해 더 길다. 발효기간의 차이도 있는데, 브리코 콸리아가 온도조절 탱크에서 3개월, 비안코스피노는 1개월만 발효한다.
아마 모스카토 치고는 향의 밀도가 높고 완숙한 과일과 꿀 풍미가 진하게 느껴지는 브리코 콸리아에 비해, 비안코스피노는 좀 더 섬세하고 향긋한 꽃과 시트러스 중심의 풍미가 아닐까 예상해 본다. 시험 삼아 두 병만 구매해 봤음.
그럼 이 코뿔소는 뭘까. '콘트라토(Contratto)'는 라 스피네타에서 인수한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스파클링 전문 와이너리다. 1919년 이탈리아에서 가장 먼저 전통 방식 스파클링을 생산한 생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건 콘트라토에서 만든 드 미란다 아스티 스푸만테(De Mirada Asti Spumante). 아스티 스푸만테는 모스카토 다스티와 같이 모스카토 100%로 만들지만, 모스카토 다스티에 비해 버블의 힘이 더 강해 샴페인처럼 뮈즐레로 마감을 한다. 알코올 함량도 7% 전후로 5% 안팎인 모스카토 다스티에 비해 더 높다.
어쨌거나 보통은 모스카토 다스티처럼 빠르게 출시해 신선하게 마시는 와인인데, 드 미란다는 좀 특별하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2차 발효를 하는 샤르마 방식까지는 같지만, 이후 탱크 속에서 효모 찌꺼기인 리와 함께 2년 동안 숙성 후 병입한다. 이를 통해 모스카토의 향긋함에 복합미를 더하는 것. 가격이 웬만한 샴페인 값에 육박했지만, 궁금해서 한 번 사 봤다. 아예 2차 발효를 병입 후 진행하는 드 미란다 메토도 클라시코(De Miranda Metodo Classico)도 마셔봐야지.
박스로 들였으니 일단 한 병 맛을 봐야지. 2020년 빈티지니까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따끈한 신상이다.
2019년 빈티지 마신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2020이라니...
La Spinetta, Bricco Quaglia Moscato d'Asti 2020 / 라 스피네타 브리코 콸리아 모스카토 다스티 2020
2019년 빈티지에 비해 좀 더 산뜻하고 향긋한 꽃 향기와 머스키 뉘앙스가 도드라진다. 시그니처인 코어의 핵과 풍미는 여전하고 허니 뉘앙스는 조금 은은하게 드러난다. 언제나처럼 만족감을 주는 모스카토.
리델 베리타스 쿠프 글라스를 써 봤는데 향이 모아지지 않고 좀 퍼지는 느낌은 있지만 홀짝홀짝 마시는 용도로는 괜찮은 것 같다. 일단 예쁘니까... ㅎㅎ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