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로롱 리프트 69(Jean Loron, Rift 69). 가메 품종으로 양조한 보졸레-빌라주(Beaujolais-Villages) 와인이다. 그런데 레이블에는 품종만 작게 적혀 있을 뿐 보졸레라는 표현은 아예 쓰여있지도 않다. 그보다는 'Sans Sulfites Ajoutes' 라는 표현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나 보다. 이는 '이산화황 첨가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내추럴 방식으로 양조했음을 뜻한다.
와인앤모어 3월 할인 행사에서 산 와인인데, '내추럴 와인의 아버지 쥘 쇼베(Jules Chauvet)의 제자가 만드는 내추럴 와인'이라는 엄청난 수사가 붙어 있다. 실제로 쥘 쇼베는 내추럴 와인의 개념을 확립한 인물로, 요즘 내추럴 와인 대가로 일컬어지는 와인메이커들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다. 장 로롱의 테크니컬 디렉터이자 와인메이커인 장 피에르 로데(Jean-Pierre Rodet)가 쥘 쇼베의 지도 아래 처음 와인을 만든 인물이라 그렇게 표현한 듯.
장 로롱은 약 300여 년 전 보졸레의 쉐나(Chenas) 마을에서 살았던 사람이다. 포도밭 외에 다른 농사를 함께 지었던 그의 부모(및 다른 농부들)와 달리 그는 포도밭에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빼어난 포도밭을 구분해 별도로 와인을 만들었다. 일찌감치 리외 딧(lieux-dits)이나 클리마(climat)의 개념을 확립한 것. 그의 자손들 또한 사업 수완이 좋았는데, 1900년대 초반엔 와인 소매상 니콜라(Nicolas), 중반엔 메종 루이 자도(Maison Louis Jadot)와 제휴를 맺고 사업을 키웠다고. 현재 메종 장 로롱(Maison Jean Loron)은 보졸레와 부르고뉴에 걸쳐 150ha의 포도밭을 소유한 거대 기업이 되었다.
백 레이블에는 아펠라시옹 명칭과 함께 이름의 유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몇백 만 년 전 아프리카 대륙 지각판의 압력으로 인해 융기한 부분이 현재의 보졸레 빌라주 지역이며, 그 화강암 언덕에서 재배한 가메로 만들었다는 얘기다. 완숙한 포도를 손 수확해서 일부 가지를 제거한 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2주간 침용한다. 이후 리와 함께 9개월 숙성해 병입.
개인적으로 가메는 순대, 혹은 딸기와 함께 마시는 걸 좋아한다. 실제 많이들 추천하는 궁합이고, 개인적으로도 여러 번 검증했는데 실패한 적이 없었다.
인조 코르크. 어차피 빠르게 마셔야 할 와인이므로.
Jean Loron, Rift 69 Sans Sulfites Ajoutes Beaujolais-Villages Gamay Noir 2019
장 로롱 리프트 69 산 술피트 아주테 보졸레 빌라주 가메 누아 2019
제법 짙은 퍼플 루비 컬러. 약간의 환원취가 드러나는데 큰 잔에 조금만 따라 힘껏 스월링 해 날리고 나면 향긋한 붉은 꽃과 바이올렛 향기, 은근한 자두와 달콤한 붉은 베리, 체리 향이 화사하게 피어난다. 내추럴스러운 꿈꿈한 뉘앙스는 아주 살짝 드러나는 정도. 전반적으로 깔끔한데, 그래서 좀 심심한 것 같기도 하다. 내추럴이라고 하기엔 너무 각 잡힌 느낌이랄까. 그래도 보졸레의 매력을 어느 정도는 드러내는 와인. 남은 반은 딸기와 함께 마셔야지.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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