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소 큰형님(?!)의 소개로 경험해 본 노량진 공유주방 살롱드N.
노량진 수산시장 바로 앞 드림스퀘어 지하 3층에 있다. 노량진역 도보 5분 거리. 기본 4시간, 6인 기준으로 요금을 책정하는 것 같다. 우리는 8명이 6시간을 이용했는데 총 이용료는 11만 원. 공간이 넓진 않지만 각종 요리 도구들이 있어 이것저것 해 먹기 좋다. 운영자가 수산물 가게도 함께 운영하셔서 미리 먹고 싶은 걸 주문하면 냉장고에 넣어 주시는 듯.
초행길에는 찾기가 살짝 어렵지만 퀘스트 완료.
내부 공간. 6인용 식탁인데 사이즈는 큰 편이라 양끝에 보조 의자를 놓고 앉으면 8인도 충분하다.
모인 술들. 사람은 8명인데 모인 술은 그 두 배가 넘는 아이러니... 이러고도 술이 모자랄까 봐 알보용 보틀을 준비하신 분들이 있다-_-
눈길을 확 잡아끄는 스톰 트루퍼 막걸리ㅋㅋㅋㅋㅋ 일개 막걸리 회사에서 엄청난 가격으로 예상되는 스타워즈 캐릭터 저작권을 계약할 수 있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스톰 트루퍼는 저작권이 스타워즈하고 분리돼 있어서(=디즈니 소유가 아니라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라이선스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보틀 디자인에 비해 맛은 좀 아쉽다. 위스키 먼저 마시다가 말미에 맛을 봐서 그런지 몰라도, 맛은 소문대로... 지못미.
내 에어팟 케이스와 쌍둥이... 앗, 근데 대가리 가져오는 거 깜빡했다! 챙겨 올 걸...ㅠㅠ
안주용 횟감은 대형님께서 직접 손질. 4.3kg짜리 대광어... 말로만 대광어가 아니라 진짜 대광어다.
시마아지... 라고 하는 줄무늬 전갱이.
거대한 플레이트로 두 판을 가득 채웠다.
와, 이 자태 보소.
여기에 안키모까지 곁들어서... 키야.
사시미용 간장. 요 간장이 있고 없고가 또 크다. 역시 섬세하신 분...
잔 세팅하시고,
다들 궁금해 한 기원 배치 1부터.
일단 첫 향은 나쁘지 않았다. 살짝 어린/인위적인 느낌이었지만 명확한 오크 바닐라와 오렌지 시트러스, 가벼운 스파이스까지. 그런데 문제는 팔렛에서. 밍밍하게 느껴질 정도로 심심하다. 게다가 피니시를 논하기도 전에 미드 팰럿부터 뭔가 휑- 하게 느껴질 정도로 넘나 뚝 떨어져 버린다. 하... 이거 알코올이 40% 짜린데, 첫 잔으로 마시는 건데. 타격감은 고사하고 임팩트가 전혀 없다. 나 같은 알쓰에게도 그렇게 느껴질 정도니 다른 분들 생각은 어떨지 말 안 해도 알만 하다-_-
사놓은 한 병은 잘 보관해 두어야겠다. 그래도 응원하는 마음으로.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아쉬운 마음을 사케로 씻었다. 일명 '돌멩이 사케'.
모리시마 히타치니시키 준마이긴조 카라구치 나마자케(森島 ひたち錦 純米 吟釀 辛口 生酒).
풍성한 긴조향과 달콤한 백도 풍미가 화사하게 피어나 가라구치인데도 단맛이 느껴진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면서도 가라구치다운 깔끔한 피니시. 상당히 맛있게 마셨다.
직구로 5만 원 정도에 구하셨다는데, 그 가격이면 매우 혜자롭다.
회에는 피트가 빠질 수 없다. 아드벡 스모크트레일스(Ardbeg Smoketrails). 강력한 화력(?!)을 예상했는데, 피트가 강하긴 했지만 달달한 노란 과일 풍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자키자키 같은 토스티 한 스모크 베이컨 풍미에 레몬 시트러스, 노란 핵과, 입에서는 캔디드 프루트 같은 달콤한 뉘앙스까지. 피니시는 짭조름한 조개 수프 같은 여운이 남는다. 간만에 맛있게 마신 아일라.
그러고 보니 아란 마크리 무어 CS 신형 보틀을 맛보지 못하고 온 게 상당히 아쉽다. 몇 안 되는 편하게 마실 수 있는 피트인데..
히비키 하모니 마스터스 셀렉트(Hibiki Harmony Master's Select). 복합적인 과일 풍미가 화려하게 드러난다. 입에서는 밸런스가 좋고 가벼우면서도 빈 곳 없이 꽉 차는 느낌이라 편안하다. 달콤한 피니시의 여운 또한 매력적.
확실히 깔 데가 없는 위스키다... 가격 빼고. 10~20년 전만 해도 정말 구하기 쉽고 저렴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쉽.
내가 준비해 간 부시밀즈 스팀십 컬렉션 셰리 캐스크 리저브(Bushmills The Steamship Collection Sherry Cask Reserve). 셰리 풍미 다운 붉은 과일, 말린 붉은 베리 풍미가 예쁘게 드러나며, 뒷맛에 캐러멜 같은 여운이 남는다. 어디 하나 모나지 않은 편안함에 맛도 좋은 편인데, 몰티함이 부족하고 살짝 심심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래도 집에서 한 잔씩 편하게 마시기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근데 어느 세월에 1리터를 다 마시나...
부시밀 스팀십 셰리 캐스크 관련 정보는 별도 포스팅으로.
블라드녹 11년(Bladnoch 11 year old). 로랜드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다. 처음부터 시큼꿈꿈한 치즈 같은 뉘앙스가 살짝 감도는데, 먼지, 플로럴 스파이스, 핵과 같은 향기가 공존한다. 상당히 독특한 위스키. 호불호가 확연히 갈릴 위스키라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푸짐한 백골뱅이찜.
SMWS, A WEE SCAMP(Cask No: 35.299). 7년 숙성에 증류소는 글렌모레이(Glen Morey)다. 참석자 중 한 분이 SMWS의 글렌 모레이는 실패가 없다고 하시던데, 그 말이 맞는 듯. 달콤한 핵과, 사과, 가벼운 스파이스가 밸런스 있게 드러난다. 상당히 편안한, 반짝이는 골드 컬러에 어울리는 스타일. 개인적으로 이날의 1픽.
일본 지부의 보틀이다. 작년에 한국 지부가 생길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빨리 한국 지부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하트 브라더스 CS 글렌 오드 8년(Hart Brothers, CS Glen Ord aged 8 years). 과숙한 자두, 살짝 매콤한 스파이스와 약간의 허브 뉘앙스. 높은 도수에도 부드럽게 술술 넘어간다.
곧바로 같은 병입자의 다른 증류소. 하트 브라더스 CS 롱몬 10년(Hart Brothers, CS Longmorn aged 10 years). 풋풋한 허브와 톡 쏘는 스파이스가 비교적 명확하게, 비누 같이 가볍게 들뜨는 과일 풍미. 개인적으로는 글렌 오드가 더 취향이 맞았다.
백레이블들도 참고 삼아.
중간에 와인도 한 병. 도멘 뒤 샤르도네 샤블리 프르미에 크뤼 보그로(Domaine du Chardonnay, Chablis 1er Cru Vosgros 2017). 내가 들고 간 샤블리인데 달달하게 완숙한 백도와 비누, 버터리까지는 아니지만 생크림이 연상될 정도로 진한 말로의 느낌. 산미는 편안한 편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샤블리의 영롱함이 부족했다. 다시 사지는 않을 듯.
글렌알라키 CS 10년 배치 8(GlenAllachie CS aged 10 years batch 8). 오랜만에 만나는 알낳기 CS 10년이다. 톡 쏘는 스파이스, 꾸덕한데 약간 거칠고 떫어서 입에서 살짝 아린 느낌이 든다. 배치 3을 마셨을 때의 감탄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배치 3, 배치 5까지는 샀는데, 이후 몰아친 광풍 때문에 구경도 별로 못 해 봤다. 그런데... 배치 8을 마셔 보니 앞으론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될 것 같기도 하고.
보모어 애스턴 마틴 18년 딥&콤플렉스(Bowmore, Aston Martin aged 19 years Deep & Complex). 여기서부터는 시음 메모조차 없다. 이미 취한 데다 흥이 올라서 뭘 적을 생각조차 못한 듯. 그래도 요 녀석은 제법 맛있게 술술 마셨던 기억이 난다. 애스턴 마틴 시리즈는 이름만 애스턴 마틴이 붙고 내용물은 일반 버전과 동일하다고.
더 글렌리벳 나두라(The Glenlivet NADURRA). 달달한 잉어사탕 같은 인상. 60%에 육박하는 도수이지만 스무스하게 넘어간다. 이게 대기업의 맛? 혹은 그냥 취한 건가;;;
그래도 요 녀석의 강렬한 풍미는 기억에 남는다. 예쁜 레이블과 보틀도.
발레친 2004 16년 버건디 와인 캐스크(Ballechin, 2004 aged 16 years Ex-Burgundy Wine Cask). 첫 향은 와인캐의 붉은 과일 풍미가 명확히 드러나며 피트가 살짝 묻어 있는 느낌이라 '오오~' 했었는데 입에 넣는 순간, 콱 뭉쳐 있는 피트의 느낌이 씁쓸하게 드러나 상당히 힘들었다. 와인캐의 뉘앙스가 조화롭게 어우러지지는 않더라도 씁쓸함을 가려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뭔가 이도 저도 아닌 캐릭터가 되어 버린 것 같아 아쉽다. 가져오신 분도 기대를 많이 하고 비싼 가격에 사셨다는데... 지못미ㅠㅠ
전통주까지 등장. 마셔 보고 싶던 술이었는데 이렇게 만난다. 박록담 선생이 순창에서 만드는 지란지교. 단맛이 상당히 진했는데 전혀 거슬리지 않고 깔끔하게 넘어간다. 어르신들과 함께 마시면 참 좋을 것 같은데.
국내산 찹쌀과 멥쌀, 국내산 밀로 만든 전통 누룩, 순창의 천연 암반수로 빚었다. 인기가 많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왜 인기가 많은지 실감하게 되는 순간.
그리고 피츠 비스트 배치 스트렝쓰(Peat's Beast Batch Strength). 요건 기억이 잘...
국내에 아주 저렴하게 풀려서 가성비 뿜뿜 하는 피트라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은 난다. 하지만... 이것보다 마크리 무어를 마셨어야 했는데ㅠㅠ
술을 마시며 중간중간 등장했던 음식들. 정말 최고였던 가지솥밥.
요렇게 슥슥 비벼놓으니 정말 끝도 없이 들어간다. 세 번을 덜어 먹었는데, 더 먹고 싶었지만 넘나 배불러서 참았다는.
사진 찍는 거 사진 찍기 ㅎㅎㅎ
감바스. 요렇게 걸쭉하게 해서 수프처럼 즐기는 감바스도 좋은 것 같다. 특히 해장용으로는^^
토마토 샐러드.
마지막에는 수제 타르트까지!! 이것도 넘나 맛있어서 하나씩 다 먹어봄 ㅎㅎㅎ
해장까지 챙겨주시는 이 섬세함 어쩔... 넘나 호강한 모임이었음.
20230325 @ 살롱드N(노량진)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