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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와인

WINEY @진동둔횟집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4. 5. 10.

논현역 부근 진동둔횟집에서 와인 드링킹. 별도 룸이 있는 데다 콜키지 프리에 서비스도 좋기 때문에 와인 마시기 제격이다. 

 

두툼하게 잘 썰린 회와 세꼬시로 위장한 얇게 썬 회를 초장과 막장에 찍어서 먹는 맛. 선어회를 초장 & 와사비 가볍게 곁들여 먹는 걸 선호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먹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라, 그런데 잔이 플라스틱이다. 예전엔 유리잔이었는데... 궁금해서 물어보니 하도 많이 깨져서 플라스틱 잔으로 바꿨다고. 그래도 플라스틱 잔과 유리잔으로 마실 때의 차이가 큰데... 이렇게 바뀐 건 너무 아쉽다. 나는 그냥 맥주잔에 마셨음.

민감하신 분들은 잔을 챙겨가시는 게 좋을 듯.

 

이날의 선수들. 편하게 드링킹했기 때문에 떠오르는 내용만 간단히 메모.

 

Domaine Pignier, Cremant du Jura Brut L'Autre. 도멘 피니에의 크레망은 기본급도 맛있지만 'L'Autre'가 확실히 더 맛있다. 잘 익은 후지 사과와 서양배 풍미, 상큼한 레몬 시트러스 산미에 곁들여지는 갓 구운 빵 같은 이스트 풍미는 은근하지만 명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초반 분위기는 로트레가 완전히 장악했을 정도.

 

Champagne Marteaux Guillaume, Essentiel. 예전에도 한 번 마셔 본 생산자인데 그때보다 더 인상적이다. 처음엔 완숙 핵과 풍미에 구수한 이스트 풍미가 만나 다소 묵직하고 투박한 인상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단정한 구조감을 보여준다. 길게 이어지는 여운 또한 매력적. 처음엔 도멘 피니에가 압도적으로 인기가 좋았는데, 마지막이 되니 샴페인 마르토 기욤이 더 좋다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 개인적으로도 마지막엔 이 와인이 더 좋았다. 역시 샴페인은 샴페인인가.

2014년 빈티지를 베이스(80%)로 리저브 와인을 20% 블렌딩했다. 2020년 9월 데고르주멍을 한 녀석이니 기존에 마셨던 것과 완전히 같은 배치인데 도자주가 6.5g/L로 다르다. 예전에 마신 건 Extra Brut, 요 녀석은 Brut.  

 

Pieropan, Soave Classico 2019. 좋은 소아베는 어떻게 숙성되는지 궁금해서 구매 후 3~4년 정도 셀러에 보관했던 녀석이다. 그런데 앞의 샴페인들의 힘(?)이 너무 좋았는지 처음에는 다소 심심하고 밋밋한 느낌. 하지만 어릴 때에 비해 확실히 디벨롭된 페트롤 뉘앙스의 미네랄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어나는 싱그러운 녹색 과일 아로마 또한 굿. 처음에 마셨으면, 그리고 회보다는 샐러드나 핑거 푸드 같은 가벼운 음식들과 마셨으면  더 좋았을 듯. 어쨌거나 소아베도 좋은 생산자라면 몇 년 정도 숙성으로 메리트를 얻을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Dog Point, Section 94 Sauvignon Blanc 2020 & 2011. 예전에 2020빈을 마셔 보고 맛있어서 숙성하면 어떨지 궁금했었는데, 마침 2011빈을 구하게 되어서 비교 시음. 2020빈은 지난번에 느꼈던 깨 볶는 향은 별로 없는 대신(오픈 후 1시간 정도 지나 마셔서 그런가?) 완숙한 핵과 풍미와 노란 열대과일 달달한 오크 뉘앙스가 밀도 높게 몰려온다.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온 것도 사실. 2011빈은 숙성 부케가 완연히 드러나는 와중에도 완숙 과일 풍미가 생생하게 살아있다! 와, 이거 앞으로 10년은 더 숙성해도 될 것 같은데... 이 가격대에 이런 과실미와 힘이라니, 역시 좋은 와인이다. 복합미와 미묘함이 살짝 아쉽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 

Virginie de Valandraud Blanc 2019. 예전에 장 뤽 튀느방과 함께 2010빈티지테이스팅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상당히 좋은 인상이 남아 있어서 구매했는데 명불허전. 완숙 핵과와 서양배, 은은한 열대 과일 풍미가 매력적이다. 적절하게 어우러지는 오크 뉘앙스도 굿. 무엇보다 주질이 상당히 훌륭하다는 느낌... 고급 와인에서 주로 느껴지는 질감이다. 하지만 임팩트가 다소 아쉬워서 다음번에 재구매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와인을 마시니 기부니가 매우 좋아졌다. 여기에 30년 숙성 토니 포트와 소테른 캐스크에 피니시 한 아란 싱글 몰트로 마무리하니 완벽한 하루. 매일이 이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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