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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와인

2024년 전반기 종료 기념(?!) 프리미엄 와인 시음회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4. 6. 30.

와인21 워크샵(?)에서 마신 와인들. 대단히 편안한 분위기에서 마셨지만, 와인들의 면면이 대단한 만큼 간단한 메모라도 해 두지 않을 수 없었다. 몸 상태도 메롱이었지만 이런 와인들을 앞에 두고 외면할 수는 없지... 아믄. 

 

요 안주 엄청 맛있던데, 가격도 엄청나다는 게 함정.

 

감잣칲은 거들뿐.

 

고오급 올리브유도 곁들여서.

 

일단 화이트부터. 

Anselmi, San Vincenzo 2020. 향긋한 플로럴, 오레가노 같은 세이버리 허브, 살구 같은 노란 핵과와 열대 과일 풍미. 가벼운 유질감에 산미의 밸런스 좋고 세이버리 한 마감이 피니시까지 길게 이어진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역시 좋은 와인.

 

 

숙성회가 맛있는 퓨전 해산물 비스트로, 피스트로(Fistro)

오랜만에 방문한 일식 퓨전 비스트로, 피스트로(Fistro). 논현역과 신논현역 딱 중간에 있는데, 리즈너블한 가격에 음식 맛 또한 훌륭하다. 게다가 콜키지가 병당 1만 원. 강남 한복판임을 고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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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마셨을 때보다 한결 유순해진 느낌이다. 역시나 좋은 와인인 건 확실.

 

E. Guigal, Condrieu La Dorian 2015. 오래전에 어린 녀석은 마셔 본 적이 있지만 10년 가까이 숙성한 녀석은 어떨까 궁금했다. 

 

옐로 골드 컬러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은은한 엘더플라워와 호손 아로마가 고급스럽게 피어나며 달콤한 서양배, 완숙 살구 풍미가 밀도 높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드라이하고 쌉싸름한 미감에 가벼운 유질감이 어우러져  강건한 골격감을 느끼게 한다. 쌉싸름한 미감은 피니시까지 길게 이어지며 녹록지 않은 와인임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다. 

일반적으로 비오니에(Viognier)는 숙성하지 않고 빠르게 마시는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예전에 이브 퀴에롱(Yves Cuilleron)으로부터 좋은 콩드리유는 10년 이상 숙성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의 와인과 함께 이번의 라 도리안으로 그의 말이 맞았음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Domaine de Bellene, Savigny-Les-Beaune Premier Cru 'Les Hauts Jarrons' 2014. 역시 시중에 잘 풀리지 않아 오랜만에 만나는 도멘 드 벨렌의 와인이다. 

 

장미 꽃잎 같은 고혹적인 꽃향기와 쿰쿰한 농가 뉘앙스, 세이버리 한 허브와 영롱한 검붉은 베리 풍미가 조화롭게 공존한다.  드라이한 미감에 생각보다 쫀쫀한 타닌은 작은 레드 베리의 새콤한 산미와 어우러져 견고한 구조를 형성한다. 사비니 레 본이라고 믿지 못할 정도의 단단한 골격. 편하게 마시기보다는 공들여 섬세하게 마셔야 할 와인이다.

그래도 센소리 글라스 덕분에 충분히 에어레이션 하며 풍미를 적당히 끌어낼 수 있었던 듯. 

 

뒤이어 빡센(?!) 와인들 등장.

 

캄페부터. 

 

La Spinetta, Barolo 'Campe' 2008. 부엽토 같은 미네랄과 허브, 매콤한 스파이스가 섞인 것 같은 부케가 강렬한 첫인상을 선사한다. 살살 스월링을 하며 달래니 이윽고 흑연과 삼나무, 붉은 과일 풍미와 꽃향기가 솔솔 피어난다. 하지만 입에 넣으면 역시나 빡센 탄닌.  전반적으로 송곳처럼 꼿꼿하고 강건한 인상으로, 20년 이상의 초장기 숙성형 와인이다.

라 스피네타는 이미지만으로는 모던한 인상을 주는 생산자인데, 와인들은 대체로 상당히 드라이하며 장기 숙성을 해야 비로소 진가를 드러내는 와인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캐주얼하게 즐기기보다는 셀러링을 통해 장점을 끌어내야 하는 스타일이랄까.

 

 

La Spinetta, Casanova Chianti Riserva 2013 / 라 스피네타 카사노바 키안티 리제르바 2013

한우 1+등급 업진살. 화르륵 좀 과하게 구웠어도, 식어도 맛있다♥ 질 좋은 쇠고기를 구울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와인은 산지오베제(Sangiovese)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 키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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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키안티 조차도 말이지.

 

캄페와 비교해서 마셔 본 Cordero di Montezemolo, Barolo Monfalletto 2017. 캄페에 비해 확실히 절제된 미네랄과 세이버리함. 붉은 자두, 체리, 딸기 시럽 등 완숙한 과일 풍미가 편안하게 드러난다. 상대적으로 온순하고 친근한 느낌의 바롤로. 훨씬 어린데도 술술 잘 넘어간다. 좋은 와인과 위대한 와인의 차이라고 해야 할지.

 

 

700년을 이어 온 바롤로의 명가,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Cordero di Montezemolo) - 와인21닷컴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는 보유하고 있거나 직접 관리하는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로만 와인을 생산한다. 2013년부터는 모든 포도원에 유기농 인증을 받아 환경을 보호하면서 테루아를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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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하며 맛봤을 때도 유사한 인상을 받았었다. 

 

Robert Mondavi Winery, The Reserve Cabernet Sauvignon 'To Kalon Vineyard' 2015. 토 칼론 빈야드의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로버트 몬다비의 정수.

 

검붉은 루비빛의 영롱한 컬러가 넘나 예뻐서 불빛에 비추어 보았다. 사진에는 잘 안 나오지만...

 

상쾌한 삼나무, 민트 아로마와 블랙커런트, 자두, 검붉은 베리의 농익은 풍미에 구수한 토스티 오크 뉘앙스가 우아하게 곁들여진다. 입에 넣으면 벨벳 같은 질감을 타고 느껴지는 미감은 의외로 드라이한 편. 모난 데 없이 동글동글한 게 영락없는 부잣집 도련님 같은 인상. 향부터 첫 모금까지는 가장 즉각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와인이다. 

하지만 명성과 평가, 가격을 생각하면 이후가 조금은 심심한 것도 사실. 좀 더 숙성된 빈티지였다면, 혹은 조금 더 천천히 풍미의 변화를 즐겼다면 이후도 좀 바뀌었으려나?

 

처음 시음해 보는 Sena 2012. 여러 번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상하게 만날 수 없었던 칠레의 아이콘 와인이다. 처음 코를 대면 칠레의 강건한 레드 와인 특유의 화한 민트 허브와 매콤한 스파이스 뉘앙스가 드러나는데, 그 아래로 붉은 꽃향기와 플로럴 허브, 블랙커런트 풍미가 고급스럽게 곁들여진다. 입에 넣으면 새콤한 산미가 먼저 맞이하며, 실크처럼 부드러운 탄닌이 우아한 미감을 선사한다. 신맛과 타닌, 과일 풍미와 질감이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루어 탄탄하면서도 억세지 않은 느낌이다. 확실히 잘 만든 와인.

 

 

클래식 칠레 와인의 이정표를 세우다. 비네도 채드윅 - 와인21닷컴

서울 청담동 레스토랑 베라짜노에서 열린 에라주리즈 아이콘 와인 테이스팅 런천(Errazuriz icon wines tasting luncheon). 에라주리즈의 총괄 와인메이커 프란치스코 베티그(Francisco Baettig) 씨가 직접 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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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와인을 딱 하나만 셀러링 한다면 비녜도 채드윅(Vinedo Chadwick)을 선택할 것이다. 하자만 세 종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중에는 세냐도 들어갈 것 같다. 

 

Chateau Musar 2016. 가벼운 환원취를 걷어 내니 영롱한 붉은 레드 베리 아로마가 섬세하게 드러난다. 입에서도 말린 작은 베리, 붉은 체리 등 풍미의 경향성이 유지되며 정제된 산미와 철분 같은 미네랄이 느껴진다. 의외로 가볍고 산뜻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러면서도 구조감과 힘이 느껴졌다.

사람들마다 호불호가 갈리는 와인인데 이날은 만장일치 호였던 것 같다. 예전의 묵직하고 강건하며 좋게 말하면 복합미, 나쁘게 말하면 이취가 많던 스타일에서 가볍고 산뜻하며 레이시한 스타일로 변화한 것 같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유사하게 느낀 듯. 확실히 세계 와인의 지향점이 파커화를 탈피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Chateau Musar 2006 / 샤토 무사르 2006

부담스러웠던 저녁. 평소 좋아하는 와인들과 함께임에도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유일하게 흥미를 느낄 수 있었던 와인, 샤토 무사르(Chateau Musar). 샤토 무사르는 1930년 가스통 호샤르(Gas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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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마셨던 2006 빈티지를 아직 한 병 가지고 있는데, 천천히 마셔도 될 것 같다. 의미 있는 날 오픈해야지.

 

그리고 갑자기 등장한 특별한 와인, Koyberpunk Field Blend of Vitis Vinifera Red 2021. 홍콩에서 와인 에이전트로 활동 중인 고성찬 대표가 영천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드는 와인이다.

 

 

[인터뷰] 홍콩에서 활약하는 와인 에이전트, 고성찬 대표 - 와인21닷컴

홍콩에서 와인 에이전트로 활동하는 고성찬 대표는 프라임 셀러(Prime Cellar)의 아시아 수출 팀장으로 근무하며, 한편으로는 한국 와인 브랜드를 론칭해 홍콩에 소개하고 있다. 또 파인 와인 컬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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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찬 대표는 와인21에 잠깐 몸담은 경력이 있는 분. 와인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 최근엔 WSET Level4 인증도 취득했다.

 

국산 와인 특유의 펑키함이라고 해야 할까, 오묘한 허브 & 프루티 뉘앙스가 드러나지만 상당히 정제된 느낌이다. 입에 넣으면 달지는 않지만 딸기잼 같은 풍미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며 시나몬 캔디, 정향, 바닐라 등 스위트 스파이스가 조화롭게 더해진다. 한국 와인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단아한 인상에 은근히 당기는 맛이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해 내추럴 방식으로 양조했다. 편견 없이 마신다면 좋아할 수도 있는, 편안하게 술술 잘 넘어가는 와인이다. 레이블에는 정지윤 작가의 작품을 실었는데, 매해 바뀔 예정이라고 한다. 

 

이제부터는 2부(?)의 와인들. 낮에 모임 사람들은 담소를 나누며 줄곧 테이스팅을 이어갔기에 1부와 2부 사이의 인터미션이 없긴 했지만 ㅎㅎ 

 

Chateau Belgrave 2005 Haut-Medoc (Magnum). 농익은 붉은 베리, 블랙베리 아로마에 매콤한 스파이스 쿰쿰한 숙성 부케의 힌트가 살짝 더해진다. 입에 넣으면 미디엄 풀 바디에 묵직한 타닌이 아직 생생하다. 보르도 좌안의 전형성이 느껴지는 그랑 크뤼. 좋은 빈티지에 매그넘이라 그런지 아직 너무 어린 느낌이다.

마이너 한 지역과 낮은 등급, 그리고 네고시앙 소유이기 때문에 은근히 무시당하는 비운의 메독 그랑 크뤼 클라쎄. 이날도 아마 가장 많이 남았을 듯ㅠㅠ 

 

이날의 하이라이트, Champagne Dom Perignon 2013.

아들 빈티지라 한 병을 셀러링 중이기에 더욱 관심이 갔다. 참석자 중 이미 마셔 본 사람이 오픈 전부터 2013 빈티지는 지금 바로 마셔도 아주 맛있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동 페리뇽은 다년간의 숙성 후에 본모습을 보여준다는 의견이 많은데, 과연 어떻지 궁금하기도 했고.

 

처음에는 확실히 본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몇 분 지나니  향긋한 흰 꽃과 백도, 서양배, 레몬 (속껍질), 완숙 후지 사과 풍미가 과하지 않지만 밀도 높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니 크리미 한 텍스쳐와 상큼한 신맛을 타고 레몬 커드 같은 신선한 풍미가 피니시까지 길게 이어진다. 와, 이거 진짜 맛있네. 지금 마셔도 맛있다는 게 이해가 간다.

 

 

굿빈이라 외면할 수 없었던... 돔 페리뇽 2013(Dom Perignon 2013)

후배를 통해 면세점에서 구입한 샴페인 돔 페리뇽 2013(Champagne Dom Perignon 2013). 구입가격은 210달러에서 10% 할인해서 189달러. 현재 환율로 25만 원이 조금 안 된다. 2010 빈티지는 150달러 살짝 넘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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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한 두 병 더 사야 할 것 같다. 조만간 제주에 갈 예정이니 제주 면세점을 노려볼까나.

 

다시 돌아온 화이트 타임. Domaine de la Vougeraie, Chassagne Montrachet 1er Cru 'Morgeot Clos de la Chapelle (Monopole)' 2021. 달달한 오크와 망고, 말린 파인애플 같이 진한 열대 과일 풍미가 강렬하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구조가 너무 강건하고 풍미가 생생해서 쨍한 느낌이 들 정도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누그러들긴 했지만 너무 어려서... 조금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Domaine Jacques Prieur, Beaune-Greves Premier Cru 2019 (Blanc). 그레브(Greves)는 본에서 가장 큰 프르미에 크뤼 중 하나다. 주로 레드 와인을 많이 생산하지만, 화이트 와인도 나온다고. 코에서는 시원한 그린 허브와 레몬 크림, 입에서는 날렵한 바디에 백도 풍미가 가볍고 부드럽게 깔린다. 깔끔한 피니시에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와인. 확실히 앞서 마신 샤샤뉴 몽라셰보다 가볍고 신선한 느낌이다. 

 

그리고 사고(?)로 만나게 된 Domaine Jacques Prieur, Beaune-Greves Premier Cru 2019 (Rouge). 같은 밭의 레드 와인이다. 원래 화이트만 2병 구입했는데 판매처에서 한 병을 레드로 잘못 보내줬다고. 이 역시 즉각적으로 맛있게 잘 만든 피노 누아다. 약간 투박한 인상에 라즈베리, 검은 체리, 딸기 등 검붉은 베리 풍미를 중심으로 허브와 스파이스가 가볍게 더해져 신세계  피노 같은 느낌도 있다. 

 

Domaine de L'Arlot, Nuits Saint Georges 1er Cru 'Clos des Forets Saint Georges (Monopole)' 2021. 가벼운 환원취를 걷어 내고 나면 딸기잼, 체리, 붉은 베리 등 붉은 과일의 완숙한 아로마와 함께 가벼운 스파이스가 더해진다. 입에서는 매끈한 질감을 타고 세이버리한 미감이 느껴지는 게 아주 매력적이다. 맛있었지만 넘나 어린 느낌이라 숙성 후에 드러날 복합미가 궁금했다.

 

이제 마지막인가 싶었는데 추가로 나온 한 잔. Domaine Huet, Vouvray 'Clos du Bourg' Moelleux Premiere Trie 2005. 딱 적당한 상황에 잘 숙성된 스위트 와인이 등장했다.

 

 

Domaine Huet, Clos du Bourg Vouvray Sec 2018 / 도멘 위에, 클로 뒤 부르 부브레 섹 2018

도멘 위에, 클로 뒤 부르 부브레 섹 2018(Domaine Huet, Clos du Bourg Vouvray Sec 2018). 오랜만에 마시는 루아르 슈냉 블랑(Chenin Blanc)이다. @요수정 오랜만에 방문한 요수정. 정말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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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마셨던 드라이 와인(Sec)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데, 스위트 와인(Moelleux)은 과연 어떨지. 

 

꿀, 조청, 밀랍 뉘앙스와 오렌지 제스트, 백후추 힌트. 입에서는 적당한 단맛에 매끈한 질감, 깔끔하고 개운한 신맛이 일품이다. 역시 좋은 와인이긴 한데 생각보다는 단순한 느낌이라 살짝 아쉽다. 그래도 모임의 마무리로 안성맞춤이었음.

 

소박하지만 정성스레 준비된 음식들도 좋았고. 간만에 스트레스를 싸악 날릴 수 있었음.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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